▲ 송창섭 삼천포여고 교장 / 시인

요즘 대학 입시 제도에 관한 국민 여론이 무척 뜨겁습니다. 고등학생 나아가 중학생,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 입장에선 자녀 교육과 진로에 매우 중요한 변화와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지대한 관심을 쏟지 않을 수가 없겠지요. 일선에서 학생들 지도에 여념이 없는 중고등학교 교사 그리고 교육전문가 또한 이러한 흐름을 예견하고 이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한다는 점에서 입장은 동일할 것으로 판단합니다.

대통령직속 국가교육회의(의장 신인령)에서는 지난 5월 3일부터 17일까지 충청권, 호남·제주권, 영남권, 수도권 등 전국을 순회하며 현재 중학교 3학년인 학생들부터 적용하는 ‘2022학년도 대입 제도 개편 국민 제안 열린 마당’이란 이름으로 공청회를 열었습니다. 이는 교육 현안의 중요성을 깊이 각인한 정부가 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현실 교육이 안고 있는 가장 중요한 문제점과 그 해결책을 모색하려는 시도라고 봅니다.

그 여론 수렴 결과를 개괄적으로 살펴보면, 중등교사와 대학교 교원들은 대체로 수시모집제도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학부모들은 정시 지지파와 수시 지지파로 양분되었으며, 많은 학생들이 정시보다는 수시를 적극 옹호하는 입장이었습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4차 산업혁명시대를 이끌어 갈 대학생들이 갖춰야 할 필수 역량에 대해 전혀 다른 상반된 두 주장이 나와 이목을 끌며 혼란을 가중시켰는데요. 간략해 보겠습니다.

학종(학생부종합전형)으로 신입생을 선발하는 대학에서 발표한 내용에 의하면, 수시 학생부종합전형을 치른 입학생들이 정시 수능 전형으로 입학한 학생들보다 역량(학업역량과 전공적합성, 인성, 발전가능성)이 뛰어나다는 것이었고,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조사에 따르면, 반대로 정시 수능 전형으로 입학한 학생들의 역량이 수시 학생부종합전형을 치른 입학생들보다 6개 영역(자기관리역량, 대인관계역량, 자원정보기술활용, 글로벌역량, 의사소통역량, 종합적 사고력) 전 부문에서 우수한 결과를 보였다는 것이었습니다.

양측의 이런 주장에 동조하듯, 교원과 교육시민단체로 구성한 ‘학교교육 정상화를 위한 교육혁신연대’는 수능 전형 중심의 정시 확대를 반대하고, 고교와 지역 균형에 기여하는 학생부종합전형을 유지하되 개선해야 할 문제점은 보완해 나갈 것을 권고하고 있음에 반해, 학부모 중심의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은 대입수능정시 50% 이상 확대, 수능 최저등급 유지, 수능 상대평가 시행 등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각계각층의 다양한 요구와 주장을 헤아리면서 국가교육회의 대입제도개편특별위원회(위원장 김진경)의 고민과 연구는 한층 깊어지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으로 어떤 논의를 하더라도, 경제력, 지역성, 계층성, 이기주의, 인생 가치관 등 갖가지 요소와 목소리를 종합적으로 수용하여, 과연 우리 모두의 관념에 딱 들어맞는 대학입시제도를 구축할 수 있는 것인지 의구심이 듭니다.

이러한 논쟁이 벌어질 때마다 우리는 개인과 사회, 국가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미래 사회를 예측하고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토로하지만, 진정한 개인적 속내는 내 아이, 내 핏줄만을 위한 가족혈연주의로 쏠린다는 씁쓸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함께 더불어 사는 사회를 외치고 있는 우리 현실이지만 그것이 곧 공허한 메아리로 그쳐 서글픈 자화상으로 남지는 않을까 염려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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