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창섭 삼천포여고 교장 / 시인

대학을 꼭 가야만이 인생을 멋지고 아름답게 그리고 가치 있게 살 수 있다고 말하는 이는 거의 없을 것입니다. 굳이 대학을 가지 않더라도 자신의 관심 분야를 찾고 미래에 대한 안목을 기른다면, 자신의 적성을 살리고 취향에 맞는 길을 사회 곳곳에서 얼마든지 찾을 수 있으니까요. 물론 직종에 대한 눈높이를 맞춰야 한다는 점을 고려해야겠지만요. 문제는, 학벌로 인성을 평가하고 능력을 결정하는 매우 부적절한 사회적 편견이 지금도 우리의 삶 속에 뿌리 깊게 엄연히 존재한다는 것이지요. 이러한 까닭에 너나 예외 없이 대학에 가려고 기를 쓰면서 학생들은 공부의 세계에 내몰리고 있습니다.
     
이러한 힘들고 어려운 과정을 거쳐 그토록 원하는 대학에 진학을 합니다. 그때부터 우리 학생들은 저간의 입시 굴레에서 벗어나 막연한 해방감에 젖어, 진리 탐구의 전당에 걸맞는 학문 수양과는 사뭇 다른 생활을 하게 됩니다. 한때의 젊음이기에 자유분방하고 개성적인 삶을 추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지요. 하지만 취업이라는 난제를 해결하고 전공 분야를 살리기 위해서는 또 다른 엄청난 노력이 뒤따라야 합니다. 이는 비단 학생들만의 고민으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대학에서도 함께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발 벗고 심혈을 기울여야 할 부문입니다. 과연 우리의 현실은 얼마나 그러한지요.   

“대학의 최고 명강의는 휴강이다.”는 말이 있습니다. 우스갯소리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실제 학생들 사이에서 통용하고 있는 표현입니다. 이를 비유적으로 풀자면, 대학 강의가 안고 있는 실효성 혹은 미래 지향성, 창의성의 결여를 지적하는 자조적인 푸념은 아닐런지요.

『하버드 새벽 4시 반』(웨이슈잉 지음), 이 책은 중국 CCTV가 마련한 현장 기획물 《세계유명대학 : 하버드 편》을 기술한 것입니다. 내용을 한 마디로 압축하면, ‘하버드대학은 타고난 능력을 갖고 선택 받은 사람들만이 다니는 곳’이라는 그릇된 편견과 인식을 깨고 전세계에서 가장 뜨거운 열정으로 노력하는 학생들의 집단이라는 주장이지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깊은 잠에 빠져 있을 새벽 4시 반, 하버드대학의 도서관은 빈자리 없이 공부하고 연구하는 학생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도서관뿐만 아니라 학생 식당, 복도, 강의실, 휴게실 등 활용할 수 있는 공간 어디든 빠짐없이 학업 열정으로 진지한 학생들로 빼곡합니다. 미국 대통령 8명과 노벨상 수상자 75명을 배출한 것이 결코 우연이 아님을 반증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대학 도서관도 북적거릴 때가 있습니다. 시험 치기 불과 며칠 전부터 그렇습니다. 하지만 시험 때만 반짝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이른바 철새족들이 뜨고 나면 평일에는 넓은 도서관이 부끄러울 정도로 비어 있습니다. 그나마 취업 준비생들이 일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수준입니다. 자정 너머까지 학원을 다니며 문제를 풀고 인터넷 강의를 듣던 불과 1-2년 전 고교 시절의 그 격렬한 의식들은 다 어디로 사라진 걸까요.   

우리 아이들이 적어도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마음 편하게 운동, 음악, 공부, 책읽기, 영화 감상, 여행하기 등 취미 생활을 즐기며 신명나는 시간을 보내면 좋겠습니다. 오히려 대학에 가서 자신의 능력과 취향을 한껏 다듬는 치열한 생활을 해야 하는데, 우리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물론 대학에서도 다양한 고민을 하고 있겠지요. 대학생들이 안고 있는 가장 예민한 문제인 취업과 학문이란 두 영역을 움켜쥘 수 있도록 대학 교육을 재정립하여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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