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실의 계절 가을되니 호박이 넝쿨 채 달렸어요~~^^*

▲ 감나무에 매달려 있는 큰 호박.

▲ 위 사진의 호박이 현재 위치에 달려 있습니다. (호박 따기가 대략난감)

비가 주룩주룩 내리던 어느 가을날, 감나무 위에 달린 호박을 보다가 비를 맞으며 사진을 찍었습니다. 예전 기억을 떠올리면서요.

때는 지난해 겨울, 처가에서 호박죽을 해 먹는다고 안방에 있던 누런 호박을 쪼개고 속을 빡빡 긁어 속에 있는 씨를 모아 거름무덤에 버렸던 것이 생각납니다.

그때 버렸던 호박씨가 봄이 되자 싹을 틔우고 여름이 되니 꽃이 많이 피었습니다. 그 덕택에 여름에 애호박 따서 물국수도 많이  해 먹었지요.

▲ 감나무 작은 가지 위에 있는 호박.(아직 좀 덜 익었죠?)

▲ 이 호박 따기도 '대략 난감'입니다.

그 뒤 지금까지 무심하게 생각했지 신중하게 지켜보지는  않았습니다.
오늘 우연히 거름무덤 옆에서 담배를 피다, 감나무 위에 엄청 큰 호박이 달린 것을 봤습니다. 자세히 보니 한두 개가 아니더군요. 큰 것뿐 아니라 작은 것까지 포함하면 여기저기 많이 달려 있더군요.

▲ 아직도 열심히 자라고 있는 작은 호박들.

거름무덤에서 시작된 호박넝쿨은 담장을 타고 넘어 감나무 밑둥까지 퍼졌고, 급기야 감나무를 타고 올라 그 꼭대기에 호박을 맺었습니다. 그동안 감나무 잎에 가려 보이지 않다가 잎이 떨어지니 눈에 띄었습니다.

호박을 바라보니 고민이 생겼습니다. 호박이 감나무 가운데 큰 가지 위에 있는것 이 아니라, 끝에 작은 가지 위에 매달려 있다보니 저 호박을 어떻게 따야 할지 고민입니다.

▲ 앞집 담장 옆에 나무를 쌓아 놓은 곳에 있는 호박 (호박 잘 생겼죠???)

▲ 앞집 지붕위에 열린 호박.

오늘 처가에 있는 호박을 주의 깊게 본 후 앞 집 호박은 더 커 보이는 것 같습니다.
호박을 집의 담장 밑 같은 자투리땅에 심어 슬레이트 지붕 위에 호박이 열리게 한다면, 놀고 있는 지붕을 활용할 수 있어 참 알뜰할 것 같습니다.

그동안 무심코 지나던 장면들이었지만, 호박 사진 찍고 보니 작은 것이 기다림 속에서 큰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가능성과 소중함을 느낍니다.

▲ 남양에서 실안방향으로 가는 길 옆 어느 집의 지붕에 열린 호박. (이 집은 호박이 완전 대박!!)

호박에 대한 옛말을 보더라도 좋은 일이 갑자기 생겼을 때 또는 좋은 사람이 집안에 들어왔을때 "호박이 넝쿨 채 굴러 들어왔다" 라는 말을 사용하잖습니까? 저 역시 작년 겨울 호박죽 해먹고 남은 쓰레기를 거름무덤에 버렸던 것이 이렇게 많이 열려 있는 것을 보니 무슨 큰 복을 얻는 것 같은 기분이, 호박이 넝쿨 채 굴러 들어온 것 같습니다.

앞으로 아주 하찮은 것도 귀중하게 생각해야겠습니다. 호박씨를 버린 게 버린 것이 아니라 호박을 심은 것이라는, 자연의 기본적인 이치 조차 몰랐던 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조금 답답하신 일이 있더라도, 여러분 가정에 복이 넝쿨 채 굴러 들어오길 마음 속으로 빌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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