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실의 계절 가을되니 호박이 넝쿨 채 달렸어요~~^^*
비가 주룩주룩 내리던 어느 가을날, 감나무 위에 달린 호박을 보다가 비를 맞으며 사진을 찍었습니다. 예전 기억을 떠올리면서요.
때는 지난해 겨울, 처가에서 호박죽을 해 먹는다고 안방에 있던 누런 호박을 쪼개고 속을 빡빡 긁어 속에 있는 씨를 모아 거름무덤에 버렸던 것이 생각납니다.
그때 버렸던 호박씨가 봄이 되자 싹을 틔우고 여름이 되니 꽃이 많이 피었습니다. 그 덕택에 여름에 애호박 따서 물국수도 많이 해 먹었지요.
그 뒤 지금까지 무심하게 생각했지 신중하게 지켜보지는 않았습니다.
오늘 우연히 거름무덤 옆에서 담배를 피다, 감나무 위에 엄청 큰 호박이 달린 것을 봤습니다. 자세히 보니 한두 개가 아니더군요. 큰 것뿐 아니라 작은 것까지 포함하면 여기저기 많이 달려 있더군요.
거름무덤에서 시작된 호박넝쿨은 담장을 타고 넘어 감나무 밑둥까지 퍼졌고, 급기야 감나무를 타고 올라 그 꼭대기에 호박을 맺었습니다. 그동안 감나무 잎에 가려 보이지 않다가 잎이 떨어지니 눈에 띄었습니다.
호박을 바라보니 고민이 생겼습니다. 호박이 감나무 가운데 큰 가지 위에 있는것 이 아니라, 끝에 작은 가지 위에 매달려 있다보니 저 호박을 어떻게 따야 할지 고민입니다.
오늘 처가에 있는 호박을 주의 깊게 본 후 앞 집 호박은 더 커 보이는 것 같습니다.
호박을 집의 담장 밑 같은 자투리땅에 심어 슬레이트 지붕 위에 호박이 열리게 한다면, 놀고 있는 지붕을 활용할 수 있어 참 알뜰할 것 같습니다.
그동안 무심코 지나던 장면들이었지만, 호박 사진 찍고 보니 작은 것이 기다림 속에서 큰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가능성과 소중함을 느낍니다.
호박에 대한 옛말을 보더라도 좋은 일이 갑자기 생겼을 때 또는 좋은 사람이 집안에 들어왔을때 "호박이 넝쿨 채 굴러 들어왔다" 라는 말을 사용하잖습니까? 저 역시 작년 겨울 호박죽 해먹고 남은 쓰레기를 거름무덤에 버렸던 것이 이렇게 많이 열려 있는 것을 보니 무슨 큰 복을 얻는 것 같은 기분이, 호박이 넝쿨 채 굴러 들어온 것 같습니다.
앞으로 아주 하찮은 것도 귀중하게 생각해야겠습니다. 호박씨를 버린 게 버린 것이 아니라 호박을 심은 것이라는, 자연의 기본적인 이치 조차 몰랐던 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조금 답답하신 일이 있더라도, 여러분 가정에 복이 넝쿨 채 굴러 들어오길 마음 속으로 빌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