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포스터.

형사와 살인범이라는 설정은 세상의 스릴러 영화 중 가장 흔하디흔한, 시네필이 아니더라도 수없이 봤을 소재다. 그만큼 잘 만들기도, 좋은 평가를 받기도 어렵다. 더구나 형사의 역이 ‘김윤석’이니 <추격자>를 연상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연기력 측면에서는 일말의 의구심을 가지게 되는 ‘주지훈’은 무소불위의 잔인함으로 살인마 연기의 한 전형을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하정우’와 강제 비교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이제는 ‘얼마나 더 새로울까’보다 ‘얼마나 더 잘할까’에 시선이 간다. 김윤석 또한 <추격자>의 이미지를 지울 수 있을까에 대한 우려도 있다. 

막상 뚜껑을 열어놓고 보니 영화는 <암수살인>이라는 제목처럼 수식 없이 간결하다. 그래서 더 끔찍하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는 보기 전에도 마음이 불편하고 보고 나서도 몸살 앓듯이 마음이 아픈데 이 영화는 더욱 그렇다. 실화라는 소재의 무게보다는 이 영화가 견지하는 주제를 푸는 방식 때문에 그렇다. 범죄 수사물의 클리세라고 할 유혈이 낭자한 시퀀스도 현란한 액션도 없는데, 시종일관 긴장을 늦출 수가 없게 만든다.

출구 없는 상황을 은유하듯 닫힌 공간 안에서 오가는 김윤석과 주지훈의 충돌은 별 다른 액션 장치 없이 대사만으로도 극적인 긴장감을 끌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전적으로 두 배우의 연기에 힘입은 바 크지만 감독의 뚝심 또한 만만치 않다. 본래 그려놓은 큰 그림을 따라 한눈팔지 않고 치닫는 전개를 보면,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무엇인지를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의 자신감이 엿보인다. 흥행만 할 수 있다면 멜로에 액션과 뜬금없는 코미디까지도 일단 뒤섞고 보는 판에서 우직하고 정직한 방식이 오히려 신선하다.

범죄스릴러의 장르적 속도감을 기대했다면 다소 의외일 수는 있겠지만 실망스럽지는 않다. 액션이나 자극적인 반전에 기대지 않고도 충분히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는 힘은 영화의 중심에 있는 선명한 이야기 덕분이다. 결국 영화는 타자에게 건네는 이야기이며 주제를 전달하는 데 있어 핵심은 포장술이 아닌 만드는 사람의 진심임을 생각하게 해준다. 역설적이게도 <암수살인>은 화려하지 않지만 정확한 연출로 한국 범죄 미스터리 장르에 선명하고 개성적인 결 하나를 새긴다. 더불어 이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의 중심에는 다름 아닌 ‘인간’이 있으며 그 간결하고 간절한 진심이 닿았으면 좋겠다.

저작권자 © 뉴스사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