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삶을 마칠 때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을 만나 얼마나 많은 대화를  나눌까요. 짐작컨대 아마도 평생을 보내며 만난 사람의 숫자는 최소한 몇 만 명 이상일 것이고, 대화 내용은 책으로 묶어도 최소 몇 십 권은 되지 않을까 합니다. 그렇다면 그 무수한 만남과 화제 중에서 과연 나에 관한 얘기는 얼마큼 비중을 차지할까요.

보편적으로 사람들은 자신을 비방하거나 헐뜯는 얘기를 들으면, 마음이 상하고 화를 내기 마련이지요. 감정 표출은 지극히 정상적인 의사소통의 한 갈래니까요. 표현을 어떻게 하고 어떻게 전달하느냐 하는 방법상의 문제는 상황과 사안 그리고 인성에 따라 조금씩 다를 수 있겠지요. 자신을 편협적으로 몰아가는 견해에 대해, 이견을 제시하고 반발을 보이는 것은 진위를 밝히려는 의도입니다. 자존심 문제이기도 하면서,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라는 주체의식을 표출하는 몸부림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적어도 두 사람 이상이 모였을 때,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교육, 여행 등 매우 다양한 분야에 걸쳐 서로의 생각과 의견을 주고받습니다. 그 중에서 가장 폭넓고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건 아무래도 사람 이야기임을 부정할 수 없겠지요. 

인간 중심의 사회에서 사람 이야기가 화제로 등장하는 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누구나 내 삶의 주인공은 ‘나’라는 주장에 동의하겠지요. 그럼에도 실제 우리가 겪는 상황을 보면 의아스럽고, 언뜻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있습니다. 대화의 소재가 자신이 아니라 대부분 남으로 채워져 있다는 점입니다. 그것도 상대를 부러워하고 본받고자 칭찬하고 긍정적으로 수용하려는 내용이 아니라, 남을 헐뜯고 모략하고 깎아내리는 부정적인 악감정이 주류를 이루고 있습니다. 

뒷담화가 그만큼 무성하다는 얘기지요. 뒷담화란 끼리끼리 모여 자리에 없는 사람을 욕하고 비난하고 뭇사람들의 웃음거리로 만드는 행위나 말을 가리킵니다. 어떤 일이 끝난 뒤에 다른 자리에서 그에 대한 트집을 잡거나 불평을 하여 특정 인물을 뒤에서 까 내리는 겁니다. 물론 자신이 저지른 행위나 말은 다 옳고 잘했다는 주관적인 의견도 빼놓을 수 없겠지요. 그래서 자신이 받은 강박관념stress을 떨치고 가해적加害的 쾌감을 얻게 됩니다. 

이렇듯 남 얘기를 하면 재미있고 기분이 좋아지는 소모성 희열을 얻을지는 몰라도, 불편부당한 진실과 오해와 편견이 싹트는 역기능이 따름을 간과해서는 안 되지요. 발 없는 말이 천 리 간다 했습니다. 대수롭지 않게 뱉은 말이 자신에게 되돌아올 엄청난 후폭풍의 씨앗이 됨은 자명한 일입니다. 부메랑효과를 염려할 수밖에 없는 장면이지요. 

학생들의 삶을 담은 어느 학교의 신문 기사가 마음을 숙연하게 만듭니다. ‘빼어난 글 솜씨를 보여 백일장, 공모전에서 여러 차례 수상한 그는 학생들의 부러움을 받으며 뒷담화의 주인공이 되었다.’ 이렇듯 남을 칭찬하고 격려하며 자신의 삶을 돌이키는 거름으로 삼는다는 말로 뒷담화를 쓴다면 이 사회, 이 세상은 한층 밝고 아름다워지지 않을까요.

▲ 송창섭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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