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포화력 어업보상 소송 1·2심 ‘널뛰기’.. 어민들 울상

삼천포화력발전소로 인한 어업손실금 문제로 소송이 진행되는 가운데 법원이 1심과 달리 2심에서 보상금을 축소해, 어민들이 받은 보상금을 되돌려 주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삼천포화력발전소 가동에 따른 어업손실금액을 두고 법원의 잣대가 달라져 해당 어민들의 시름이 깊다. 1심에서 거액의 보상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에 따라 상당 부분 보상금 지급이 이뤄졌지만, 2심에서는 이보다 훨씬 낮은 보상금액을 제시하며 화해하라고 권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피해어민들은 법원에 이의신청을 해 놓은 상태지만 보상금 대부분을 변호사비용과 사업자금 등으로 이미 다 써버려, 자칫 거리에 나앉아야 하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경남 고성군 하이면 덕호리에 위치한 삼천포화력발전소. 비록 행정상 고성군에 속해 있지만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삼천포 또는 사천지역과 교류가 많다고 할 수 있다.

이 삼천포화력발전소는 지난 1983년 전력생산설비 1호기를 준공한 뒤 1998년까지 차례로 시설을 늘려 지금은 6호기까지 가동 중이다.

현대인들의 생활에서 빼놓고 생각하기 힘든 것 중 하나인 전기를 생산한다는 점에서 삼천포화력발전소는 소중한 시설이다. 하지만 전기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크고 작은 부작용을 일으키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 중 하나가 전력생산설비를 식히느라 주변 바닷물 온도가 올라가고, 또 유연탄이 타고 남은 재가 인근 바다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어민들은 이로 인해 어자원이 고갈되는 등 피해가 발생한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사천어민을 포함한 삼천포화력발전소 주변의 고성 남해 하동 통영 어민들까지 이른 바 어업손실 보상금을 한전에 요구하게 된다. 그리고 1993년부터 1996년 사이에 1차 보상이 이뤄진다.

하지만 1998년에 발전설비 5,6호기가 가동되면서 어민들은 추가 보상금을 요구하게 되고, 그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한전과 함께 한 대학연구소에 ‘해양영향조사’ 연구용역을 맡기게 된다.

그리고 그 연구용역 최종보고서가 2002년에 나왔다. 어민들은 이 보고서에서 밝힌 어업손실률을 바탕으로 어업손실보상금을 요구했으나 한전과 한전에서 분리된 한국남동발전이 대학연구소의 어업손실률 산정결과가 타당하지 않다며 보상금을 지급하지 않자 소송으로 이어졌다.

굴양식업을 하는 허태삼씨가 8억 여 원을 되돌려 줘야 하는 상황을 설명하다가 눈물을 훔치고 있다.
보상금을 요구한 어민들은 350여 명. 이들은 각각 모둠별로 소송을 진행했다. 그 중 삼천포화력 인근 바다에서 굴양식을 하는 허태삼(66·고성) 씨 등 7명은 지루한 법적 공방 끝에 2007년10월에 들어서야 겨우 1심을 끝냈다.

서울중앙지법 제14민사부(재판장 변희찬)는 어업손실률과 피해시기 등을 고려해 모두 32억 여 원을 보상하라고 판결했다. 그 밖의 어민들 보상금까지 합치면 487억 여 원에 이른다. 사실상 1심에서는 법원이 어민들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하지만 한전과 한국남동발전은 1심에 불복해 항소했다. 그리고 서울고등법원 제8민사부는 지난 7월에 화해권고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르면 허씨 등 7명의 보상금액은 6억 여 원으로, 1심에서 32억 원이었던 것에 비하면 5분의1로 줄었다.

전체 피해어민들의 보상금액도 487억 여 원에서 167억 여 원으로 대폭 줄었다. 이와 관련해 재판부는 화해권고결정문에서 보상금액 삭감 사유를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한 대학연구소가 작성한 ‘해양영향조사’ 보고서 중 일부를 인정하지 않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고법이 화해권고결정을 내리자 일부 어민들은 “재판부의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이의신청을 했다. 주로 1심과 보상금 차이가 크게 나는 어민들이었다.

이들 어민들에게 더 큰 문제는 1심에서 보상금 결정과 함께 강제집행결정을 내림으로써 항소심이 진행되는 동안 보상금액의 3분의2를 이미 받았다는 것이다. 또 이를 대부분 다 써버렸다는 데 심각성이 있다.

예를 들어 앞서 언급한 허씨의 경우 1심에서 14억 여 원을 지급하라는 결정에 따라 한전은 허씨에게 9억5000만원을 보상금으로 지급했고 나머지는 법원에 공탁금으로 맡겼다.

그런데 2심에서는 한전이 허씨에게 1억4000여 만 원만 지급하라면서 화해를 권고했다. 화해권고를 받아들일 경우 결국 허씨는 8억1000만 원 정도를 한전에 돌려줘야 하는 셈이다.

삼천포화력발전소. 어업피해보상문제로 지역 어민들과 10년 넘게 다투고 있다.
그러나 허씨에게 남아 있는 보상금은 한 푼도 없다. 어장 공동 사용자에게 보상금 일부를 지급했고, 소송비용으로도 2억 원 가까이 들어갔다. 또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어장을 관리하지 않을 수 없어 그로 인한 빚도 감당해야 했다.

“굴양식을 하려면 한 해 1억 원 정도는 투자해야 하는데 한 푼도 건지지 못한 때가 많았다. 그런데도 발전소로 인한 피해가 없다고 하면 우리는 어디에 하소연해야 하나?”

허씨의 넋두리다. 그는 아예 체념 섞인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보상금으로 9억5천 받았지만 이래저래 빚잔치로 끝나버리더라. 내놓을 8억 원은 죽었다 깨어나도 없다. 집 팔고 배 팔아도 모자란다. 통째로 길바닥에 나앉을 판이다. 차라리 처음부터 주지나 말지, 이건 줬다 뺏는 것과 뭐가 다르나.”

허씨처럼 딱한 사정에 처한 어민들은 모두 145명이다. 이들이 사실상 화해권고결정을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에 서울고법은 조만간 결심을 갖고 재판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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