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창섭 시인

 “자아 지나가시는 신사숙녀 여러분, 아저씨 아줌마 여기 잠깐 보고 가세요. 이게 공짭니다,” 장날이나 큰 시장, 무슨 행사장에 가면 심심찮게 듣는 말입니다. 외치는 소리가 떨어지기 무섭게, 순식간에 사람들이 몰려들어 장사진을 이루며 한바탕 소동이 벌어집니다. 호기심이 일어 밑져야 본전인데, 하면서 비집고 들어가 자리를 잡습니다. 침까지 튀겨 가며 열변을 토하는 장사꾼의 말을 듣다 보면, 막상 이 세상에 정말로 공짜가 있나 의문이 생깁니다. 공짜를 얻기 위해서는 무엇인가 선재하는 조건이 있다는 얘기지요. 한 마디로 거저먹는 건 없다는 말입니다.

공짜란 힘이나 돈을 들이지 않고 거저 얻는 물건을 이릅니다. 공짜, 공짜배기, 무료, 공것이라고도 하지요. 공짜와 결합해 만들어진 합성어 형태의 낱말을 보겠습니다. 아무 노력이나 대가 없이 생긴 공짜돈(공돈), 공짜를 유난히 좋아하는 사람이나 무리를 이르는 공짜족, 노동 관행처럼 여겨 수당을 받지 못하고 연장근로를 하는 공짜야근, 한 푼 들이지 않고 얻어먹는 공술 그리고 공짜표, 공짜밥, 공짜병, 공짜일, 공짜폰, 공짜 인생 등 많습니다.

게다가 공짜 점심이란 말도 있습니다. 보기에는 분명 공짠데 속을 따져 보면 반드시 그 상품에 대한 비용이 포함되어 있는 경제 현상을 가리키는 용어입니다. 미국의 서부 개척 시대에 주점에서 일정 금액 이상의 술을 마시면 밥을 무료로 준다는 광고에서 유래했지요.

속담에도 공짜의 손길이 지나칠 리 없습니다. ‘공짜라면 당나귀도 잡아먹는다, 공짜라면 양잿물도 먹는다, 이마에 땀을 내고 먹어라.’ 그 중에서 양잿물을 먹는다는 말은 경악스러우면서 압권 그 자체입니다.

잿물은 이런 것입니다. 먼저 콩깍지, 짚, 풋나무 따위를 태워 재를 냅니다. 재를 시루에 안치고 물을 부어 체에 밭습니다. 이렇게 우려내어, 지난날 빨래할 때에 썼던 물입니다. 양잿물 역시 서양에서 빨래 세제로 쓰는 잿물로, ‘수산화나트륨’을 이릅니다. 이는 먹으면 생명을 잃기까지 하는 독약입니다. 비상砒霜인 셈이지요. 공짜라면 목숨까지 걸겠다는 뜻인데, 비유로 쓰지만 지나친 표현이라 하겠습니다.

그렇다면 정말 세상에는 공짜가 없는 걸까요. 우리 삶을 조금만 유심히 살피면 결코 그렇지 않음을 알게 됩니다. 공짜 중의 공짜, 참공짜가 분명히 있습니다. 황당한 거짓말 같겠지만 그 신비한 실체를 찾아보겠습니다.

남의 좋은 점, 착한 점, 장점, 선행을 칭찬해 본 적 있나요. 힘들고 지친, 사기가 떨어진 그대를 향해 열정적인 격려와 위로의 손뼉 치며 용기를 북돋워 준 적 있나요. 좌절과 실망으로 고개를 숙인 그의 손을 잡고 안아주며 따스한 차 한 잔 건넨 적 있나요. 먼저 그에게 다가가 인사하고 손 내민 적 있나요. 밝은 표정으로 웃으며 그대를 맞이한 적 있나요. 그대의 걱정과 고민을 내 일로 여기며 진지하게 대화로 푼 적 있나요. 작은 것이라도 나누고 양보하며 서로를 위해 배려한 적 있나요. 궂은일은 나부터, 내가 먼저라며 다부지게 실행한 적 있나요.

이런 것들 돈 안 들고 조건 따위 없습니다. 가져갑시다. 절로 인품의 향기가 피어납니다. 사람 사이로 훈훈한 바람이 넘나듭니다. 이게 몽땅 공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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