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초교 문소진 경상도 사투리대회 '금상' 수상

제3회 경상도 사투리 말하기 대회에서 금상을 수상한 사천초등학교 문소진 학생(사진 왼쪽)과 지도상을 수상한 권회선 교사(사진 오른쪽) .


“잘하는 사람들이 많이 오니깐 1등은 기대 못했어예.”

지난달 23일 마산 315아트센터에서 열린 ‘제3회 경상도 사투리 말하기대회’초등부에서 사천초등학교에 다니는 5학년 문소진 학생이 1등에 해당되는 금상을 수상했다. 경상도 사투리에 일가견이 있는 쟁쟁한 출전자들을 따돌리고 당당히 1등의 영예를 안았다. 문 학생을 지도한 같은 학교 권회선 교사는 올해 지도상을 받았다.

문 학생이 경상도 사투리로 발표한 이야기의 제목은 “참말로 특목고가 뭐길래”로,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공부에 극성스러운 엄마와의 신경전을 경상도 사투리로 재미있게 표현했다.

“엄마는 내한테 물어보지도 않고 접수(영어인증시험, 수학경시대회 등) 하나? 그리 좋으면 엄마가 치로 가라. 그람시롱 문을 쾅 닫고 내방으로 들어갔삤지예. 지금 생각한 깨, 내도 참 나쁜 불효자식이지 예? 그랬는데, 우리 엄마 썽은 안내고 쪼르르 따라 와서는, 야아가 와 이라노? 학교에서 무신 일 있었나? 누가 니를 괴롭히더나 얘기해봐라 누고? 누고?
누긴 누구라 바로 엄마지. 호들갑을 피우는 우리 엄마지 그랬더니....“

7일 사천초교 한편에 있는 나무 그늘 아래에서 권회선 교사와 문소진 학생을 만났다. 문 학생은 초등학생답지 않게 인터뷰 내내 또박 또박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처음에는 긴장이 됐지만, 많은 사람들이 내 이야기에 공감하고 반응을 보이는 게 좋았습니다.”
“경상도 사투리가 투박하고 촌스럽다고 생각하는데, 오히려 경상도 사투리는 따뜻함이 담겨져 있습니다.”


문 학생은 초등학교 어릴 때부터 언어에 남다른 재능을 보였다. 2학년 때 와룡문화제 이야기대회에 첫 출전해 언니, 오빠들을 제치고 초등부 1등을 했고 올해 대회에서도 최고상을 받았다. 올해 사천교육청이 주최한 영어 말하기 대회에서도 당당히 초등부 대상을 수상했다.

문 학생 외에 권회선 교사가 지도한 5명의 학생도 올해 와룡문화제 이야기대회에서 우수상과 장려상을 각각 수상했다.

대학원에서 국어를 전공했던 권 교사는 “흔히 ‘서울말’이라고 불리는 표준어에 밀려 점차 소외되어가는 사투리를 잘 쓰는 것이 말의 표현력을 높일 수 있다”며 “그래서 몇 년 전부터 사투리로 말하는 방법을 지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표준어에 대한 강박관념 때문에 아이들이 말을 잘 하지 못하는 것 같다. 오히려 자연스럽게 사투리로 하니까 잘 하더라. 사투리를 잘 하는 게 우리 말을 풍부하게 만들고,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것 같아 좋은 것 같다.”

그러면서 권 교사는“경상도 사투리로 말하는 방법을 계속해서 지도할 예정”이라고 했다.

아래는 문소진 학생이 사투리대회에서 발표했던 원고 전문

참말로 특목고가 뭐길래   -사천초 문소진
 

안녕하십니꺼. 저는 사천초등학교 5학년 문 소진입니더.

저는 요즘 하늘을 자주 봅니더. 가을 하늘은 조금 다른 거 같습니더. 정말 구름 한점 없이 깨끗이 저를 응원해주시는 아빠 얼굴, 분주하게 움직이시는 엄마를 그려봅니더. 마지막으로 제 꿈을 그려봅니더. 그란데 왜 이리 휴우 한숨이 나오는지. 저는 제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습니더. 지금부터 갑갑한 제 이야기 좀 들어 보시겠습니꺼.


요즘 입만 열면 특목고 하는 우리 엄마 땜시 참 죽겠습니더. 특목고라 쿠는 거는 잘 아시지예. 외국어고등학교, 과학 고등학교같이 공부 잘하는 아들이 가는 데 말입니더.

하루는 학교 갔다온깨 엄마가 종이를 줄줄이 내보이며 좋아라하십니더.

“이거는 영어인증시험 접수한기고, 이거는 수학경시대회 접수한기고, 이거는 국어능력 인증시험접수한기다. 카 보기만 해도 배가 부리다.”


그런데 나는 고마, 숨이 탁 막히는 게 속이 미싱미싱해지는 거라예.


“엄마는 내한테 물어보지도 않고 접수를 하나? 그리 좋으면 엄마가 치로 가라.”

그람시롱 문을 쾅 닫고 내방으로 들어갔삣지예. 지금 생각한 깨. 내도 참 나쁜 불효 자식이지예? 그랬는데 우리엄마 썽은 안내고 쪼르르 들어와서는


“야아가 와 이라노? 학교에서 무신 일 있었나? 누가 니 괴롭히더나 얘기해봐라 누고? 누고?”


“누긴 누구라 바로 엄마지. 호들갑을 피우는 우리 엄마지” 그랬더니,


“아이고 그기 다 니 잘되라고 하는 긴데 그것도 모리고. 어이”


여러분, 사실 제 나이도 12살, 멋 좀 부릴 나이 아입니꺼? 그런데 우리 엄마는 요새 유행하는 스타일의 옷을 하나도 안 사줍니더. 사촌 언니야가 물려준 누더기 같은 옷만 입으라 캅니더. 흥, 미운 오리새끼 컨셉이라나예. 지금은 구박받는 미운 오리새끼라서 예쁜 옷 입을 수 없고, 좀 있다가 우아한 백조가 되어 입고 싶은 옷 실컷 입으라캅디더. 지금은 공부에만 신경쓰라카면서예. 그라모 잃어버린 나의 10대는 어디서 보상받십니꺼?


이렇게 불만이 쌓이다 보니 엄마가 하는 말에 꼬박꼬박 토 달게 되고 저랑 엄마는 하루가 멀다하고 다툽니더.


하루는 엄마가 아빠보고 하는 말이,


“옛날에는 소진이가 내 말에 죽는 시늉이라도 다 하더마, 요새 와 저랄꼬예? 혹 사춘기가 온 거 아닐까 예?”


“저 콩만한 기 무순 사친기? 피곤해서 그랄끼다. 아 좀 엔간히 잡아라. 안그래도 키 작아가 안쓰러워 죽겠거마. 저만할 때 우리는 오데 공부했나? 그라고 살아본 깨 성적순이 아니더라 아이가.”


역시 우리 아빠, 나의 수퍼맨, 나의  절대적 지지자.


이런 아빠의 충고에 살짝 주눅 든 우리 엄마, 그 틈에 살살 웃고 지내는 저. 요새 우리가족 분위기입니더.


엄마 말대로 전부터 사이가 나빴던 거 아입니더. 우리도 행복할 때가 있었지예. 특목고에 관심 많은 엄마 친구를 만나기 전까지만 해도예.


일찍 저녁을 먹고 엄마와 저는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밤늦도록 책을 읽고 있었지예. 영화도 좋아해서 극장에도 자주 가고, 엄마와 교환일기도 쓸 정도로 정말로 보기 드문 친구 같은 사이였지예. 아빠가 질투할 정도로 말입니더. 그런데 엄마가 변했십니더. 사춘기는 내가 아니고 엄마가 온 거 같습니더.


여러분 엄마 친구 아들 ‘엄친아’라고 들어보셨지예. 부쩍 그 엄친아 얘기를 하면서 잘하고 있는 저랑 비교하기 시작하고 마구마구 괴롭히기 시작했지예. 참 그라고 본께 친구를 잘 사귀어야 된다는 말 하나도 틀린 것 없습니더.


하기사 요즘 다들 특목고에 목숨 걸고, 특목고만 들어가면 인생이 탄탄대로라고 여기저기서 떠들어 대니까 우리엄마도 제가 그런 인생을 살기 바래는 마음에서 그러시겠지 예. 저도 그맘 다 압니더. 하지만 쥐도 빠져나갈 구멍을 보고 몰아란 말이 있듯 조금 살살해줬으모 좋겠습니더. 저의 답답한 마음을 꼭 알아줬음 하는 엄마에게 이 자리를 빌어 한마디 하겠십니더.


“엄마, 엄마가 좋아하는 특목고 가도록 내가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로 노력해볼게. 그란께 조금만 여유를 가지고 나를 지켜 봐줘. 그리고 이번 일요일에는 머리도 식힐 겸 영화보러 가자. 나는 여전히 엄마 사랑한다이.”


저작권자 © 뉴스사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