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투고

어느 사회든 갈등은 있기 마련이다. 일률적인 생각과 행동은 바람직하지도 않다. 갈등은 다양한 의견의 분출 속에 상호 존중과 인정의 문화로 이어지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갈등을 푸는 방법이다. 사천시가 현안을 두고 시민토론회를 열어 갈등 해소를 모색하는 것은 ‘시민이 먼저’라는 시정방침과도 맥을 같이 한다.

지난 11월 26일 토론회에 참관했다. 강당을 가득 메운 시민들의 참여 열기는 뜨거웠다. 이날 주제는 대형축사 및 태양광사업 확장에 따른 민원해결을 위한 토론회였다. 전문가는 물론 지역 의원들과 시장까지 참석해 토론회의 관심도를 부각시켰다. 다양한 의견을 청취하고 합리적 해결책 모색을 시도한 이번 토론회는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진지했고 그래서 나도 끝까지 자리를 지킬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아쉬운 점이 있었다. 형식면에서 집중과 선택이 부족했다. 연관성 없는 두 가지 현안이 제기되어 토론의 집중도가 떨어졌고 상대적으로 시민의 발언권은 제약받아 불만이 터져 나왔다. 절반을 주제발표 상황 설명 등 서론으로 채우는 바람에 진작 시민들의 목소리는 묻히고 말았다. ‘시간을 늘려서라도 시민들의 목소리를 더 많이 들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으로, 시민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해야 할 의원들과 시장 등 정책담당자들은 토론 중반이후 대부분 퇴장해 버렸다. 일부 의원만 남아 씁쓸함을 더했다. 각자의 바쁜 사정은 있겠지만 시민의 귀를 자처하는 분들이 속속 빠져나가는 광경에 시선은 곱지 않았다. 정작 시민들의 발언 차례는 오지도 않은 상황에 시민의 대변자들은 자리에 없었다. 처음부터 토론주제에 적합한 인사들만 참석해 끝까지 함께 고민해 주었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현안의 핵심을 담은 전문가들의 발표 내용도 다소 아쉬웠다. 앞으론 그들의 발언 시간을 조정해서라도 내실 있는 논조를 강화시킬 필요성이 있다. 주어진 10분 안에 과연 무슨 전문성을 피력할 것인지 다각적인 개선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시민들의 의견개진에도 예의와 형식이 필요하다. 감정보다 이성적 논리로 자신의 의견을 표출하고 행동과 언어의 절제를 통해 토론의 절차와 예의를 준수하는 시민의식이 필요했다.

내용면에서는 축사분뇨 악취에 대한 현장상황을 너무 모른다는 시민들의 분노가 많았다. 탁상이 아니라 발로 뛰는 행정을 주문한 것이다. 태양광도 주민들의 막연한 불안감이 많았던 만큼 실상을 정확히 알려주는 행정서비스가 대폭 강화되어야 하고 전문가들의 지적처럼 축사든 신재생이든 시정방침의 방향을 선명하게 잡고 추진하는 것이 문제해결의 요체라는 조언이었다. 정책담당자들의 분발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전반적으로 활기찬 토론을 예상했지만 시간이 없다는 좌장의 목소리에 많은 것이 묻혀 버린 아쉬운 토론회였다. 그래도 갈등을 해소하고 시민이 먼저인 사천을 위해 매년 현안 토론회를 개최하는 것은 고무적이며 시민 참여 의식을 고취시키는 선제적 행정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모두가 참여하고 함께 고민하는 활기찬 사천을 기대한다.         

저작권자 © 뉴스사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