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포스터.

정신을 혼미하게 만들만큼 시각적 충격과 재미를 안겼던 1편 이후로 망작의 길을 걷던 <트랜스포머>시리즈가 기사회생의 길을 찾은 듯하다. 스핀오프이자 프리퀄인 <범블비>는 기존 시리즈에 비해 훨씬 깔끔하고 산뜻하다. 액션은 과하지 않지만 시리즈의 전통을 계승하고 있으며 스토리는 간결해졌으나 선명하다. 또한 8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음악은 각 씬들과 찰떡궁합을 자랑한다. 스토리와 캐릭터, 음악까지 조화롭게 버무린 단순하면서 집중도 높은 연출 덕에 시종일관 지루함 없이 몰입할 수 있다. 

무엇보다 안정적이다. 전작에서 경험했던 조마조마함이 없다. 안보자니 궁금하고 보고 나니 분통이 터졌다는 푸념을 늘어놓아야했던 전작의 부진을 말끔히 씻어낸 데는 새롭게 투입된 트래비스 나이트 감독의 공이 크다. 검증된 스토리텔러이자 실제 트랜스포머 시리즈의 빅팬이기도 한 그는, 자신의 장기를 살려 확실한 구원투수 역할을 한 셈이다. 그로 인해 <트랜스포머>시리즈는 생명연장의 꿈을 이뤘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부활의 숨통을 튼 가장 큰 요인은 공감 능력이다. 기억을 잃고 지구의 한 구석에 처박혀 있던 낡은 비틀에게 그다지 행복하지 않은 소녀 찰리는 <범블비>라는 이름을 지어준다. 예컨대 이런 감정이다. 덩치 크고 엄청난 능력도 있으며 심지어 귀엽기까지 한데 그 사실을 나만 안다. 더욱이 이 무한 매력의 존재는 엄청난 비밀을 가졌다. 그리고 그 비밀을 쫓는 악당은 시시각각 숨통을 조여 온다. 단순하지만 밀도 높은 연출에 따라가다 보면 상처 받은 두 존재의 감정에 저도 모르게 공감지수가 상승하며 집중하게 된다. 

솔로무비를 택한 <범블비>의 가장 큰 장점은 탄탄한 스토리를 바탕으로 한 섬세한 캐릭터 묘사다. 게다가 그간 블록버스터에서는 약한 지점이던 ‘감성’ 코드는 평단은 물론 등 돌렸던 기존 시리즈의 관객들까지 불러 모으기에 충분할 만큼 효과적으로 작용한다. 이 감성코드를 지탱하는 스토리는 어찌 보면 좀 뻔한데, 영화나 드라마에서 끊임없이 반복 재생산되는 상처받은 자들의 우정과 성장, 기억상실, 과거의 비밀까지 소재 자체는 하나도 새로울 것이 없다. 대개 잘 만든 작품이 그러하듯 <범블비> 역시 빤함을 새로움으로 바꾸는 시각과 재능이 새로운 감성 블록버스터의 탄생을 이끈 셈이다. 

올 겨울 트랜스포머 팬들은 참 좋겠다. <범블비>라는 멋진 선물이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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