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한의 영화이야기

▲ 영화 포스터

<글래스>는 딱 두 가지로 요약된다. ‘반전’과 ‘제임스 맥어보이’. 그리고 이 두 조합은 단순하고 빤하지 않느냐는 우려를 불식시킬 정도로 강력하다. 이미 트레이드마크가 된 M. 나이트 샤말란 감독 특유의 반전을 끌어내는 재주는 여전히 놀라우며 “맥어보이에게 24명의 출연료를 지급해야 마땅하다”는 어느 관람객의 한 줄 평에 물개박수로 공감할 만큼 맥어보이의 연기는 경탄스럽다. 그러나 무엇보다 평범하지 않은 소재를 쥐락펴락하는 샤말란 식 상상력이 이 영화를 끌고 가는 가장 큰 힘이다.
 
<글래스>는 <언브레이커블(2000)>, <23아이덴티티(2016)>의 뒤를 잇는 3부작의 마지막 편이다. 20년 가까운 3부작의 장정을 마무리하는 샤말란식 화법은 녹슬지 않은 독특함으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물론 취향이 아니면 보기 힘들다는 말이 있듯 샤말란의 영화는 호불호가 갈리는 지점이 분명하다. 취향이면 명작이지만 그렇지 않으면 지루하거나 골치만 아플 뿐.

<글래스>역시 1,2부를 보지 않았다면 이해가 불가능할 정도로 불친절하다(해서 반드시 1,2부를 본 후 관람을 권한다). 영화는 캐릭터 열전이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역할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언브레이커블>의 부서지지 않는 남자 ‘데이빗 던(브루스 윌리스)’과 유리처럼 부서지기 쉬운 몸을 가졌지만 천재적인 두뇌의 소유자 ‘글래스(사무엘 L. 잭슨)’, <23 아이덴티티>에서 24번째 인격을 깨운 ‘케빈(제임스 맥어보이)’이 충돌하면 어떤 일들이 벌어지게 될까. 상상만 해도 소름이 돋는 설정은 기대를 배반하지 않고 여전히 칙칙하고 기발하게 마음을 움직인다. 다만 취향을 탄다고 앞서 언급했듯 전형적인 슈퍼히어로물의 쾌감을 기대했다면 땅을 치고 후회할 지도 모른다. 화려한 액션도 없고 눈이 휘둥그레질만한 CG도 없으며 주제 또한 단순 명쾌함과는 거리가 멀다.

전작들의 클리셰로 느껴질 만큼 존재의 근원에 대한 질문을 뚝심 있게 깔고 가는 방식도 여전하다. 3부작의 완결이지만 이야기를 마무리 짓는다기보다는 새로운 질문을 던지는 영화적 도발도 역시 샤말란답다. 개성이 강한 작가일수록 한눈팔지 않고 자신만의 독특한 색깔을 유지해줬으면 하는 게 개인적 바람인데, 이 맥락에서 샤말란만큼은 차기작이 무엇이 되었건 여전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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