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시청 산단관리과 ‘정다한’ 씨에 쏠린 눈길
고3으로 농업직 공무원에 합격…1월 1일 임용
“농민들께 꼭 도움 되는 공무원, 되고 싶어요!”

▲ 경남자영고 3학년이던 지난해 말 농업직 공무원에 합격한 정다한 씨.

“누구보다 부모님이 제일 기뻐하시죠. ‘고등학생이 어찌 공무원이 됐냐’며 주위에서도 신기해하는 눈치예요. 저도 아직 얼떨떨합니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사천시청 산단관리과 직원 정다한(20) 씨다. 정 씨는 경남자영고 3학년이던 지난해 말 경남도 지방공무원 채용 시험에 합격해 올해 1월 1일자로 사천시청에 신규 임용됐다.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공무원에 임용됐으니 주위로부터 눈길을 끄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 그래서 직접 만나 궁금증을 풀기로 했다.

정 씨를 만난 건 경남자영고 졸업식이 있던 2월 14일 오전이다. 졸업식을 맞아 교복을 차려 입은 모습이 아직은 앳되어 보였다. 그에게 졸업 소감부터 물었다.

“공부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홀가분합니다. 사회생활을 진짜 시작하는 느낌도 있고, 두려운 마음도 들고요. 어쨌든 즐겁게 생활했던 것 같아 후회는 없습니다.”

진주시 대곡면 출신인 정 씨는 평범한 농가에서 자랐다. 어려서부터 집안일을 거들어 평소 농사일이 낯설지 않았다. 중학생 시절까지는 공부도 썩 잘하는 편이 아니어서, ‘농업계 특성화고고에 진학해 자격증이라도 몇 개 따서 농업 관련 일을 해보자’고 마음먹었단다.

“중학교 땐 성적이 뒤에서 놀았죠. 고등학교에 와서도 중간 이하였어요. 그런데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고 하니까 성적이 점점 오르더니, 2학년 말쯤 되니까 상위권에 올랐어요. 그 무렵 공무원 고졸 채용 제도가 있다는 걸 알게 됐죠. ‘아, 열심히 하니까 길이 생기는구나’ 생각하고 1년간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습니다.”

정 씨가 공무원이 되겠다고 마음먹은 시간은 뜻밖에 짧았다. 4년제 대학과 대학원까지 졸업하고도 공무원 채용시험을 위해 고시원을 전전하는 이가 결코 적지 않은 것이 현실이고 보면, 정 씨는 아주 드문 길을 걸은 셈이다.

이를 두고 한편에선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불편한 시선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하지만 ‘기술계 특성화고의 활성화와 진로의 다양성이 확보되어야 한다’는 인식도 만만찮아 정 씨와 같은 사례는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정 씨가 사천시에 공무원으로 채용된 데는 ‘기술계 고졸(예정)자 경력경쟁 임용시험’이 작용했다. 해당 학교장의 추천을 받아야 응시가 가능한 제도다. 경남자영고에선 이 제도를 활용해 지난해 여러 명이 도전했으나 정 씨를 포함한 2명이 공무원 임용이란 어려운 관문을 통과했다.

사천시가 이 제도를 활용하기는 지난해가 처음이다. 당초 농업직 2명과 공업직 2명 등 4명을 뽑을 예정이었으나 농업직 1명을 제외한 3명만 채용했다. 남은 농업직 1명은 올해 채용할 계획이다.

“수습기간에 해당하는 시보기간 6개월이 지나야 완전하게 채용된다고 들었어요. 아직 공무원이라는 게 와 닿진 않지만 배운다는 자세로 열심히 해야죠. 후배들에게도 좋은 본보기가 되고 싶어요.”

부끄러운 듯한 말 매무새 뒷면에 당당함이 묻어났다. 방송통신대 농학과에 진학해 공부도 계속 해나가겠다는 정 씨는 “농민들에게 꼭 도움 되는 공무원”이 되겠노라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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