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일부 극우성향 국회의원의 5·18민주화운동에 관한 왜곡・폄하 발언으로 인한 논쟁이 정치권 안팎에서 요란하다. 우리 헌법은 전문에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더욱 확고히”할 것을, 제4조에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을 수립”할 것을, 제8조 제4항에서 “정당의 목적과 활동이 민주적 기본질서”를 준수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위 민주적 기본질서란 모든 폭력적 지배와 자의적 지배를 배제하고 다수의 의사에 의한 국민의 자치, 자유・평등의 기본원칙에 의한 법치주의적 통치질서라고 정의한바 있다.

5·18항쟁은 민주적 기본질서를 폭력으로 무너뜨리는 군사반란세력에 대항하여 대한민국의 헌정질서를 수호하기 위한 정당한 행위였다는 것이 대법원 판결이고, 그 군사반란의 수괴에 대한 사법처벌과 아울러 폭동으로 불리던 항쟁이 민주화운동으로 온당한 자리를 잡은 지 오래건만, 여전히 북한군의 소행이라고 믿는 사람이 있다. 믿음은 자유이고, 내심의 사상의 자유는 제한 없이 보장되어야 한다.

그러나 자유의 적에겐 자유 없고, 민주주의의 적에겐 민주주의 없다. 민주주의 그 자체를 파괴하는 것에 대하여는 자유를 허용하지 않는 자기수호적 민주주의를 방어적 또는 전투적 민주주의라고 한다. 독일은 나치의 전제정치와 세계대전에 대한 반성으로 방어적 민주주의 이론을 정립했다. 민주주의를 이용하여 나치정권이 탄생한 뼈저린 경험을 통해 민주주의의 적이 탄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그 구체적인 수단으로 위헌정당 해산제도와 기본권 상실제도를 두고 있고, 우리 헌법 역시 위헌정당 해산제와 국가안보, 질서유지 등을 위해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음을 정하고 있다.

또한, 북한이 평화적 통일을 위한 대화와 협력의 동반자인 동시에 우리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전복을 획책하고 있는 반국가단체의 성격을 가지고 있으므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위해를 줄 명백한 위험이 있는 경우에 북한에 동조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국가보안법 역시 방어적 민주주의의 수단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민주적 기본질서를 파괴하는 군부쿠데타에 저항하여 헌정질서를 수호하려는 한 광주시민의 정당한 행위에 북한이 개입되어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그러나 북한을 이롭게 할 목적이 아닐 것이 분명할 터인데, 그렇다면 반란세력에 대항하여 수호하려 한 대한민국의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해를 가할 의도가 있는 것인가. 민주주의의 적에겐 민주주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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