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포스터.

농담처럼 하는 말 가운데, 여러 사람이 모이는 자리에서 절대 꺼내선 안 될 두 가지 주제가 ‘정치’와 ‘종교’다. 그 중 정치는 X묻은 개가 X 묻은 개 나무라는 격이라 We are the world를 외치고 화해할 여지라도 있지만 종교문제는 결코 그럴 수 없다. 논쟁에서 굴복은 신념이 아니라 신앙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통과 이단이라는 확고한 프레임이 구축된 이 나라는 낯선 종교집단에 대한 거부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그런데 오컬트 영화는 이런 종교적 요소가 필수다. 즉, 대한민국에서 오컬트 영화를 만든다는 건 나룻배로 태풍을 뚫고 나가는 모험이라는 거다. <검은 사제들>의 박재현 감독은 또 다시 모험을 택했다.

영화는 감독의 예술이라고 하지만 본인이 직접 제작비를 대고 찍을 게 아니라면 관객의 눈치를 가장 많이 봐야하는 대중예술이다. 흥행성을 고려해 너무 앞서가도 안 되고, 너무 늦으면 ‘감 떨어졌다’란 비난 받기 일쑤다. 그래서 대중적 감성은 감독의 성향이나 취향과는 별도로 고려되어야 할 우선순위가 된다. 이런 마당에 이른 바 마이너 성향의 비주류 영화는 만들겠다고 나서기 쉽지 않다. 한국 영화 시장은 더욱 더 그렇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음지의 취향들이 슬그머니 올라오더니 이제는 좀비도 괴수도 더 이상 비주류라 부르기 어려운 시대가 됐으니, 비록 <부산행>이 위치를 확고히 했지만 다양성을 연 것은 박재현 감독의 <검은 사제들>이다. 

한국 영화시장에서 오컬트는 뭔가 찜찜하고 불편하다. <곡성>이 호평을 받긴 하였으나 호불호가 갈렸음을 감안하면 한국 영화계에서 오컬트에 천착하는 것은 참 어려운 취향으로 보인다. 그런데 그 난감한 선택을 했고, 이번에는 발전하는 모습도 보인다. 전작도 한국 영화에서 낯선 장르를 다루더니 <사바하>에서는 감독 개인의 진일보한 역량을 넘어 오컬트라는 장르의 지속가능성을 높였다. 그래서 더욱 고무적이다. 

물론 정리되지 않은 복선들과 다소 난삽한 구성, 허술한 후반부 등 매끄럽지 않은 모양새가 곳곳에 산재하지만 그 모든 것을 감당할 만큼의 신선함은 이 영화가 가진 큰 매력이다. 세상이 늘 똑같고 사람이 다 비슷하면 참 재미없지 않은가. 조금 더 다양한 영화들이 나와 줬으면 좋겠고 같은 맥락에서 미지의 희망을 꿈꾸는 모험심 강한 항해자에게 깊은 응원을 보낸다. 눈치 보지 말고 본인의 관심사에 대한 집요한 천착이 이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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