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재원 경상대 생명과학부 교수

미국에서 연구 생활을 할 당시, 주중에는 매일 점심시간이면 ‘brown bag seminar’를 하였다. 굳이 번역하자면 ‘갈색봉투 세미나’인데, 현지 연구원들은 점심을 갈색 종이봉투에 담아 가지고 다니는 것이 보통이었다. 여기에 담아온 샌드위치 등으로 점심을 해결하는 동시에 세미나를 듣기 때문에 그리 부른다. 언뜻 들으면 시간을 아끼고, 효율을 중시하는 그들 생활 습관을 보여 주는 것 같지만, 매끼 김치와 밥을 먹어야 하는 나는 세미나를 마치고 카페테리아로 가야해서 그렇게 즐겁지 만은 않았다. 그런데 한국으로 돌아온 초창기에는 세미나에 참가할 수 있는 기회가 잘 없어 최신 연구동향을 가늠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교내에서 세미나가 있다는 소식만 들리면 참석하려고 애를 썼다. 지금은 세미나가 너무 많아 골라 들어야 할 지경이니 격세지감이 든다.

지금으로부터 한 25년 전 쯤 전 일이다. 몬산토란 회사의 간부가 연사로 초청되어 새로운 제초제에 관한 세미나를 개최한다는 공고를 보게 되었다. 비록 내 전공과는 거리가 있어 보였지만 세미나에 대한 갈증을 풀어보려는 심정으로 참석하게 되었다. 그런데 세미나를 듣고 한참 동안 충격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였다. 지금도 그때 보았던 몇 장의 사진은 생생하게 기억난다. 어마어마하게 넓은 경작지에 비행기를 이용하여 새로운 제초제인 ‘라운드업(상품명)’을 뿌리고 난 후의 사진은 너무도 충격적이었다. 땅에 풀이란 풀은 모두 말라 죽고 땅이 시뻘건 색으로 민낯을 드러내었다. 어떤 식물도 살 수 없는 땅이 된 것이다. 다음 사진에서는 이 황무지 같은 벌판에 비행기에서 콩 종자를 뿌리고 지나간다. 이 콩은 ‘라운드업-레디’란 종자인데, 유전자 조작을 통해 라운드업의 영향을 받지 않도록 품종이 개량된 것이었다. 다시 사진이 바뀌어 콩들이 무성하게 자라는 모양을 보여 주었지만, 그 콩 이외에는 아무런 풀도 자라지 않기 때문에 땅의 색은 여전히 시뻘겋게 보였다. 무서운 마음이 들기 까지 하였다. 

이를 과학적으로 설명하면 이렇다. ‘라운드업’이란 제초제는 식물에서 트립토판과 페닐알라닌과 같은 방향족 아미노산을 합성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효소를 억제하여 이 아미노산을 만들지 못하게 한다. 이 아미노산이 합성되지 못하면 단백질 합성도 되지 않으므로 당연히 식물은 살 수가 없게 된다. 모든 식물이 죽게 되는 것이다. 개발된 콩 종자인 ‘라운드업-레디’는 이 경로를 우회하도록 설계된 GMO(Genetically Modified Organization, 유전자 변형 생물체)이다. 따라서 ‘라운드업’이 있어도 방향족 아미노산을 만들 수 있어 자랄 수가 있다. 사람은 트립토판이나 페닐알라닌을 합성하지 못한다. 따라서 사람은 ‘라운드업’이 억제하는 효소가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라운드업’이 인체에 대해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논리가 가능해진다. 뿐만 아니라 토양에서 미생물에 의한 분해가 빠르게 진행되기 때문에 생태적으로도 안전 할 것으로 여겨져 왔다. ‘라운드업’과 ‘라운드업-레디’는 획기적인 성과로 평가를 받아왔다.

그런데, 최근 뉴스에서 이 ‘라운드업’이 암을 발생시킬 수 있다는 기사를 접하게 되었다. 우리나라 수입 작물들 중 ‘라운드업-레디’를 비롯하여 유전자 조작을 통한 GMO 작물이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고 하는데, 이들이 정말로 안전한 것인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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