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앞에 만인이 평등한가, 만명에게만 평등한가.” 얼마 전 유명을 달리한 한 정치인의 말이다. 그는 법원이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공직선거법위반 사건에 무죄를 선고한 것에 위와 같은 말을 하면서 법원이 살아있는 권력을 처벌할 의지가 없다면 사법부(府)를 행정부 소속 사법부(部)로 개칭하고 대법원장이 국무회의 참석해서 대통령한테 공개적으로 지시받는 게 차라리 낫다고 일갈했었다.

우리 헌법은 전문에서 “모든 영역에 있어서 각인의 기회를 균등히”할 것을 선언하고, 제11조에서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라고 하여, 평등의 원칙과 평등권을 규정하고 있다. 평등은 형식적인 평등이 아니라 사회의 모든 영역에서의 실질적인 평등을 의미하고, 일체의 차별적 대우를 부정하는 절대적・평균적 평등이 아니라 합리적 근거가 없는 차별을 허용하지 아니하는 상대적 평등을 의미한다. “평등한 것은 평등하게, 평등하지 않은 것은 평등하지 않게 대우할”이 평등의 이념이다.

평등권은 각종 기본권을 제한하는 법률의 위헌성 여부를 심사하는데 중요한 척도가 되기도 한다. 헌법재판소는 총포 등의 군용물 절도행위를 일반 물건의 절도행위에 비해 중하게 처벌하는 것, ‘뺑소니’사범을 가중처벌하는 것, 전과자라는 이유로 누범으로 가중처벌하는 것, 국회의원이나 지자체장 등이 그 직을 보유한 채 그 해당 공직선거에 입후보할 수 있게 한 것, 확정판결을 받은 선거사범에게 일정기간 피선거권을 제한한 것, 사법시험 1차 시험일을 일요일로 정한 것 등에 대해 헌법상 평등의 원칙이나 평등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했다.

기본권을 제한하는 어떤 법령이 평등의 원칙에 위배되는지, 평등권을 침해하는지 여부는 합리적 차별인지 여부에 의해 가려지고 그 기준에 관해 헌법재판소는 목적의 정당성, 수단의 적정성, 피해의 최소성, 법익의 형평성을 들고 있다. 예를 들어, 공무원 임용에서의 불평을 해소하기 위해 여성채용목표제를 정하여 여성응시자를 우대하거나 인재지역할당제를 통해 지역거주 응시자를 우대하는 조치가 평등의 원칙을 침해하는 것인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여성과 지방거주자가 겪어온 사실상의 부당한 차별을 극복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목적의 정당성이 인정된다. 그러면 그 정당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은 적정한지, 역으로 차별받는 집단의 피해의 정도는 어떠한지, 위 조치로 인해 달성하려는 공익과 침해되는 사익의 균형은 갖추어졌는지에 대한 심사로, 이러한 잠정조치의 위헌성 여부가 가려지게 되는 것이다.

한때 사회적 논란이 컸던 군제대자 가산점 제도는 군복무 중 취업준비 기회 등을 상실한 제대군인의 불이익을 보전해주기 위한 취지로서 그 목적의 정당성은 충분히 인정된다. 그러나 공직수행능력과 군복무와는 아무런 합리적 관련성이 없음에도 여성과 장애인의 공직진출의 기회를 박탈하고 있고, 당시 9급 일반행정직의 합격점이 95.5점에 달하고 불과 영점 몇 점 차이로 당락이 좌우되고 있는 현실에서 각 과목별 만점의 3% 또는 5%의 가산점이 부여되는 결과, 가산점을 받지 못한 응시자는 만점을 받고서도 불합격될 가능성마저 있는 등 그 수단과 방법이 지나치게 과도한 것으로서 평등의 원칙에 위배되고 군복무를 하지 못한 사람의 평등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위헌결정 되었다. 아무리 정당한 목적과 공익을 위한 조치라고 하더라도 그 수단과 방법이 과도한 것이라면 허용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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