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한의 영화이야기

▲ 영화 포스터.

이리 봐도 훌륭하고 저리 봐도 멋지다. 전작 <겟 아웃>으로 평단과 관객을 경이로움에 빠뜨렸던 조던 필 감독의 신작 <어스 US>는 소포모어 징크스를 가볍게 뛰어 넘으며 유머와 풍자가 어우러진 조던 필만의 진일보한 세계를 펼쳐 보여준다. 빈 틈 없이 꽉 들어찬 상상과 상황 혹은 시대에 대한 은유는 시종일관 유쾌하다. 스릴러로서의 미덕도 놓치지 않는데 조만간 거장의 자리를 넘볼 수 있겠단 생각이 든다.

소규모 작품으로 성공한 감독이 대체로 그렇듯 조던 필의 차기작은 좀 더 큰 규모일 것으로 짐작했으나, 그는 많은 사람들의 예상을 보기 좋게 뒤엎고 자신의 장기인 호러물로 돌아왔다. 자신의 영화적 세계관과 재능에 대한 확신이 없이는 불가능한 행보인데, 동일한 장르일 경우 빠지기 쉬운 자기복제의 함정에 빠지지 않으면서 서사와 형식 모두 좀 더 풍요로워졌다. 게다가 전작 <겟아웃>의 문제와 가능성까지 품어 안는 포용력까지 보여준다. 묵직한 주제와 오싹한 공포를 감싸는 감독 특유의 위트는 영화적 분위기를 정돈하는 중요한 요소다. 또 하나 반가운 점은 조던 필의 오리지널 시나리오인데, 소설이나 만화 원작이 많은 할리우드임을 감안하면 이 탁월한 이야기꾼의 존재는 소중할 수밖에 없다.

영화 제목 <어스 US>는 미국(US)과 우리(Us)를 동시에 떠오르게 하는 이중적 의미다. 조던 필 감독이 줄곧 웅변하는 인종차별에 관한 이야기이며, 현재 미국사회의 악과 병폐를 우리를 통해 투사한다. “우리가 정말 봐야 할 괴물은 우리의 얼굴을 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는 조던 필의 인터뷰는 현 미국 사회에 대한 통렬한 지적이며 자성을 촉구하는 메시지다. 이민자 배척, 인종 차별로 드러나는 트럼프 정권 하의 미국에 대한 영화적 지적이며 우리US의 자성을 촉구하는 목소리인 것이다. 다만 영화 곳곳에 포진한 불편한 진실에 대한 풍자와 은유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미국의 상황이나 문화적 코드를 어느 정도 파악해야 한다는 게 공감을 이끌어내기 어려운 요소일 수도 있는데, 이런 불편쯤은 감수해도 좋을 만큼 재미있다. 관련 자료를 찾아보면 더욱 흥미롭다.

<퍼니게임> <샤이닝> 등 감독이 레퍼런스로 삼은 영화들에 대한 클리셰를 찾는 재미가 꽤나 쏠쏠하다. 아마도 열광할 씨네필(cinéphile)이 많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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