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사나무 꽃.

정동 앞뜰 들녘 길에 분홍색 꽃 한 무리가 피어있다. 여럿 봄꽃들 사이에서 분홍색 꽃 정도야 싶어 스치고 지나가기 십상이다. 그러나 잠시 멈추고 바라보면 잘 정리된 땅에 가로 세로로 줄을 지어 100여 그루의 나무가 가지런히 서 있다. 농사를 짓기 위해 작정하고 심은 과실수, 바로 복숭아나무 밭이다. 잎보다 먼저 꽃이 피는 복사나무 분홍색 꽃 잔치가 벌어졌다. 언제 복사나무 꽃을 본적이 있었던가? 복숭아는 모르는 이 없고 즐겨먹기까지 하지만 복사나무를 자세히 살핀 적은 거의 없지 싶다. 발목에 양쪽으로 튀어나온 복숭아의 씨를 닮아 이름 붙여진 복사뼈라는 말은 자주 입에 올리면서 말이다.

복사나무는 사과, 살구, 앵두, 자두, 배 등과 마찬가지로 장미과의 갈잎 키작은나무로 같은 집안이다. 모두 나무의 열매를 과일로 먹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또한 꽃의 색깔만 조금씩 다를 뿐이지 꽃의 모양은 거의 비슷하다. 그래서 봄에 피는 꽃 모양으로는 구분이 어렵다. 꽃은 잠시이고 꽃이 지고 잎이 난 후 그리고 열매가 달리기 시작하면 그 나무의 이름을 알게 된다. 복사나무도 마찬가지다. 꽃이 잠시 피었다가 지고 나면 버들잎 모양의 잎이 달린다. 가늘고 긴 잎이 복사나무를 구분 짓는 특징이기도 하다.

열매인 복숭아는 7~8월에 노란색이나 연분홍색으로 익어간다. 복숭아에는 잔털이 빽빽하게 나 있다. 지난 해 여름, 다른 과일보다 유난히 많이 먹었던 것 같다. 풍년이기도 했고, 복숭아의 달콤한 맛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복숭아는 대표적으로 호불호가 확실히 갈리는 과일이기도 하다. 복숭아 곁에 난 털에 민감하고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들은 복숭아를 아예 멀리한다.

중국이 고향인 복사나무는 아주 오래전부터 중국 사람들이 과일나무로 가꾸어왔다. 뿐만 아니라 신선이 즐겨 먹는 과일로도 유명하다. 도원경(桃源境) 또는 무릉도원(武陵桃源)이라는 말에 등장하는 ‘도(桃)’라는 말이 복숭아를 뜻한다. 손오공도 하늘나라의 복숭아를 훔쳐 먹고 초능력을 얻었다고 하니 예부터 복숭아를 얼마나 귀하게 여겼는지 알 수 있다.

이 외에도 복사나무에 대한 전설이 많다. 고대 중국에 서왕모(西王母)라는 곤륜산에 사는 신선이 있었다. 어느 날 서왕모가 한무제를 만나게 되는데, 3천년에 한 번씩 열리는 천도복숭아 일곱 개를 선물로 가져가 서로 나누어 먹는다. 이때부터 복숭아는 신선이 먹는 불로장생의 과일로 인식되기 시작하였다. 복사나무는 귀신을 쫓아내고 요사스러운 기운을 없애주는 나무로도 유명하다.

명절 때가 되면 복사나무 가지로 만든 빗자루로 집안을 쓸었다고 한다. 그러나 제사 때 모셔야 할 귀신인 조상님들까지 몰아내서는 안 되기 때문에 집안에는 절대 복사나무를 심지 않았다고 한다. 제사에 복숭아를 올리지 않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복사나무가 언제 우리나라에 들어왔는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삼국사기>에 첫 기록이 나온다. 삼국시대와 고려 및 조선왕조를 거쳐 우리 땅에서도 복사나무는 과일나무로 사랑을 받아왔다. 최근에 우리가 주로 먹는 복숭아는 1910년대 미국, 중국, 일본 등에서 들여온 개량된 복숭아 품종이다.

복사나무는 잎, 꽃, 열매 모두 약재로 쓰인다. 복숭아의 씨는 피를 깨끗하게 하고 기침을 멎게 하며 염증을 없애준다고 한다. <동의보감>에도 복숭아를 먹으면 피부에 윤기가 흐르고 얼굴색이 좋아져서 미인이 된다고 하는 기록이 있다. 추억 속 복숭아는 역시 통조림으로 먹는 복숭아가 제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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