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향만리] 이 봄날을 같이 하지 못 하는 두 분 문인을 생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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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향만리] 이 봄날을 같이 하지 못 하는 두 분 문인을 생각하며
  • 정삼조 시인
  • 승인 2019.04.16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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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삼조 시인

중국 시인 이백(李白)은 ‘춘야연도리원서(春夜宴桃李園序)-봄 밤 도리원 연회에서 지은 시들의 서’라는 글에서 ‘천지자만물지역여, 광음자백대지과객(天地者萬物之逆旅, 光陰者百代之過客-세상은 만물의 여관이고 시간은 영원한 나그네라’고 했다. 인간이란 멈추지 않는 시간을 빌어 이 세상이란 여관에 잠시 머물다 가는 존재에 불과하다는 말이겠다. 그러니 이 아까운 시간을 어찌 즐거운 일에 쓰지 않겠는가는 말이 이어진다.

이 귀한 시간을 똑같이 누리지 못해 먼저 떠나버린 분들을 이 화사한 봄날에 떠올려 보는 것도 이 시간을 보람 있게 보내는 일 중 하나리라는 생각을 해 보며 우리 지역과 직간접으로 연관 있는 두 분 문인을 회고해 보고자 한다. 우선 소설가 김인배 선생이 있다.

선생은 1948년 삼천포에서 출생하시어 성장하셨고 이후 이웃 진주에서 교편을 잡아 생활하셨다. 1975년 계간지 「문학과 지성」에 소설 ‘방울뱀’을 발표한 이후로 활발한 문학 활동을 펼쳐 소설 쓰는 사람이 귀한 우리 지역을 대표하는 작가이셨다. 금년 1월 갑작스럽게 얻은 지병으로 별세하셨다. 소설집 「하늘 궁전」, 「후박나무 밑의 사랑」, 「비형랑의 낮과 밤」 등이 있으며, 「전혀 다른 향가 및 만엽가」, 「임나 신론」 등의 연구서도 남기신 바 있다. 평소 우리 지역문학과도 끈끈한 교류를 이어 지역의 문학에도 항상 관심을 가지신 바 있고, 재작년 말 발간된 「사천문학」 18호에는 중편소설 ‘사라진 골목’을 게재하신 바 있다. 소설 ‘사라진 골목’은 꿈 속 같은 과거의 기억에 있는 가상의 공간을 찾아 헤매는 사람의 이야기를 그린 소설로 꽉 막힌 한 길로만 갈 수밖에 없는 현대인의 희망과 절망을 얘기하는 소설이라고 읽을 수 있겠다. 작고 직전 800여 페이지의 장편소설 「열린 문 닫힌 문」을 출간하셨고 유족 측에서는 이 책을 삼천포도서관에도 기증본으로 보낸 것으로 안다.

또 한 분 회고해볼 문인은 시인 박노정 선생이시다. 1950년에 출생하셔서 작년 7월에 작고하셨다. 진주에서 나서 활동하셨으니 진주 분인데도 우리 지역 문학에도 관심이 많아 박재삼문학제 등에는 꼭 참석하시곤 하셨다. 선생은 평생 월급을 받는 직업을 가지신 바가 없으셨다 한다. 그러면서도 청빈한 삶을 고집하시고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셨다. 술은 한 잔 못 해도 술판에 어울려 먼저 일어나시는 법이 없으셨다. 시집 「바람도 한참은 바람난 바람이 되어」, 「늪이고 노래며 사랑이던」 등이 있고, <진주신문> 대표이사, 형평운동기념사업회장 등 시민운동을 벌이기도 하셨다. ‘논개 영정’이 친일화가 김은호의 그림이라 해서 강제로 뜯어내는 사건에 시민대표 중 한 분으로 참여하셨던 선생의 벌금 500만원을 시민들이 성금을 모아 대신 납부한 일화는 유명하다. 그 분의 시 ‘자화상’을 소개한다. “최고만이 미덕인 세상에서 / 떠돌이 백수건달로 / 세상은 견뎌 볼 만하다고 / 그럭저럭 살아 볼 만하다고 / 성공만이 미덕인 세상에서 / 끝도 시작도 없이 / 가랑잎처럼 정처 없이 / 다만 가물거리는 것들과 함께”

이 봄에 삼가 두 분 선배 문인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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