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창섭의 배우며 가르치며]

▲ 송창섭 시인.

뭇사람들이 환상의 드라이브코스라 말하는 세븐마일브리지(Seven Mile Bridge)를 이제 곧 지나게 됩니다. 운전대를 잡은 손끝이 가득한 설렘으로 저며 옵니다. 1982년에 새로 개통한 세븐마일브리지는 나이트키(Knight Key : 키는 스페인어 카요cayo에서 온 말로 작은 섬이란 뜻)와 리틀덕키(Little Duck Key)를 연결한 길이 약 11km의 다리입니다. 2차선 도로를 제외하면 사방이 온통 연푸르고, 짙푸르고, 검푸른 물결로 가득합니다. 길을 중심으로 왼쪽은 플로리다해협과 대서양(Atlantic Ocean), 오른쪽은 플로리다만과 멕시코만(Gulf of Mexico)이 살아 꿈틀대는 양탄자처럼 끊임없이 일렁이고 있습니다.    

7마일다리에 들어섰습니다. ‘와아’ 소리를 지르며 벅찬 가슴을 한껏 열어젖힙니다. 알량한 근육질에 담았던 힘을 조금씩 빼면서 질주하는 차의 고삐를 늦춥니다. 다리와 바다는 거대한 몸집으로 하나가 되어 마치 해상의 큰바위얼굴 같습니다. 시야를 가득 메운 정경들은 각본 따라 의도적으로 채색한 그림을 가벼이 무시할 정도로 출중했습니다. 작위적 예술이 뛰어나다 한들, 눈으로 선명하게 확인하고도 믿기지 않는 이 경탄스런 숭고미에 견줄 수 있을까요. 

천연 바다가 풍기는 신선한 맛을 독백처럼 웅얼거렸습니다. ‘지나친 황홀감이 도발하는 저주, 감히 손댈 수 없고 형언하기 어려운 저 신비로움.’ 강한 연두빛 에메랄드, 푸르고 투명한 탄색석, 곱고 짙은 초록의 비취, 하얗고 파르스름한 백옥색, 은은한 보랏빛을 뽐내는 자수정, 옅은 녹색의 아콰마린, 짙은 청색의 다이아몬드, 흰줄무늬에 검고 붉으며 갈색의 줄이 섞바뀌어 나타나는 마노 ‘오닉스’. 아, 그 어떤 수식과 보석으로도 이 그림을 화폭에 담기엔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길옆으로 자전거를 타는 사람, 걷는 사람이 보입니다. 허리케인 영향으로 끊기거나 기울어진 옛 다리가 철로처럼 곁을 나란히 지키고 있습니다. 그 위에서 낚시를 즐기는 꾼들도 있어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1912년에 완공한 이 올드세븐마일브리지는 현재 복원 중으로 2021년 다시 개통한다고 하니 새로운 기대감을 갖게 합니다. 아마 그때는 삼치, 샐몬, 돔, 크루퍼 같은 많은 물고기들이 한층 긴장을 해야겠지요. 

  앞으로 한 시간은 더 가야만 키웨스트에 이릅니다. 만만치 않은 여정입니다. 닿을 듯 잡힐 듯 하면서도 한 걸음 앞서 있는 이 길의 얼개는 이렇습니다. 플로리다시市 뭍의 끝에서 키웨스트까지의 영역을 묶어 플로리다 키즈(The Florida Keys)라 하고, 바다를 가로지른 길을 일러 오버시즈하이웨이(Overseas Highway)라고 합니다. 모두 42개의 섬을 연결한 42개의 다리가 있으며 길이는 126마일(201.6km)입니다. 이 길을 크게 ‘키라르고, 아일래모라다, 마라톤, 빅파인키, 키웨스트’ 다섯 구간으로 나눕니다. 이 가운데에 제일 긴 7마일다리는 마라톤 구간에 있으며 뭍에서 약 79마일(126.4km) 지점에 이르면 만나게 됩니다. 

햇살이 따가우면서도 정겹습니다. 거대한 두 바다 위에 떠 있는 하늘은 미세먼지, 황사와는 거리가 먼 순수하고 투명한 청년의 얼굴입니다. 어느새 세븐마일브리지의 끝자락를 지납니다. 다리로 연결하지 않은 섬(키)만 해도 천 개가 훨씬 넘으니 가히 섬의 천국이요 낙원이라 이를 만합니다.    

마흔한 번째 섬 스톡아일랜드를 지나 마침내 키웨스트 땅을 밟았습니다. 이어 삼천포 남일대해수욕장의 절반 크기쯤 되는 사우스비치를 지나 쿠바와 가까이 있는 미국 최남단 땅끝 전망대(SOUTHERNMOST POINT)에 도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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