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두화.

지난 일요일은 ‘부처님오신날’이었다. 이날을 기념하여 절에 다녀오신 분이라면 대웅전 오르는 계단 옆이나 절 경내 어딘가에서 이름까지는 몰라도 둥글둥글한 모양의 하얀색 꽃을 보았을 것이다. 유난히 하얗고 공 같아서 만져보고 싶은 충동을 일으키는 꽃. 바로 부처님의 동그랗고 곱슬거리는 머리카락을 닮았다고 하여 이름 붙여진 ‘불두화(佛頭花)’이다. 꽃의 생김새도 부처와 관련이 있지만 꽃이 피는 시기도 유독 부처님오신날을 즈음한 때에 만발하다. 그래서 더 신비롭다.   

불두화는 인동과에 속하는 낙엽지는 키작은 나무이다. 다 자라도 3미터를 넘지 않는다. 처음 꽃이 필 때는 연두빛 이었다가 완전히 피었을 때는 눈부시게 하얗고, 꽃이 질 무렵에는 연보랏빛으로 변하는 특징이 있다. 불두화의 또 다른 이름은 ‘수국백당’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수국과 백당나무를 반반 닮았다. 꽃을 보면 수국인데 꽃을 제외하고는 거의 백당나무와 구별하기 어렵다. 범의귀과인 수국과는 완전 다른 집안인데도 꽃 모양은 비슷하여 순백의 불두화를 보고 수국이라 하는 경우가 많다. 같은 인동과인 백당나무는 우리나라 산야에서 만날 수 있는 나무이다. 백당나무의 꽃은 황록색의 자잘한 꽃 수십 개를 가운데 두고, 동전만한 하얀 꽃이 황록색 꽃을 빙둘러 에워싸고 있다. 황록색의 자잘한 꽃이 진짜 꽃(유성화)이고, 둘러싼 하얀 꽃은 암술과 수술이 없는 가짜 꽃(무성화) 또는 헛꽃이라 부른다. 

불두화는 백당나무의 유성화를 없애버리고 무성화의 꽃잎만 자라게 한 원예품종인 것이다. 따라서 불두화는 생식기능이 없어서 자력으로는 자손을 퍼뜨릴 수 없는 슬픈 꽃이다. 씨앗을 맺지 못하는 불두화는 결국 꺾꽂이나 접붙이기로 번식한다. 부처님 머리를 닮아 이름 붙여지긴 했으나 불두화를 주로 사찰 경내에 심은 데는 속사정이 있는 듯하다. 꽃과 나비를 멀리하는 불두화처럼 속세와의 인연을 끊고 수행에 정진하는 수도승들의 삶과 닮았다고 하면 너무 과한 해석일까? 

불두화에 관한 전설이 있다. 옛날 어느 부두가에 한 노인이 주막을 열고 있었다. 그 노인은 돈을 벌려는 목적보다는 원래가 이웃돕기를 즐겨하는 성품이라서 춥고 배고픈 사람에게 인정을 베푸는 일에 힘을 쏟았다. 어느 날 노인은 여느 때처럼 아침 일찍 일어나 주막의 문을 열었다. 그러자 낡은 누더기를 입은 한 남자가 주막으로 들어와서는 먹을 것을 좀 달라고 했다. 행색을 보아서 밥값을 낼 처지가 아닌 듯했다. 하지만 노인은 푸짐하게 상을 차려내었다. 남자는 마파람에 게 눈 감추듯이 음식을 맛있게 먹었다. 그러나 돈이 없었던 남자가 미안해하자 노인은 웃으며 괜찮다고 하였다. 남자는 “정말 고맙습니다. 하지만 공짜로 밥을 먹어서야 되겠습니까? 보아하니 내년 6월경에 할머니의 손주가 종기로 인해서 크게 앓을 것 같습니다. 그 때 앞산에 있는 절의 뒤 숲으로 저를 찾아오시면 아이의 병을 낫게 할 약을 드리겠습니다.”라는 말을 남기고 떠났다. 노인은 그 말을 반신반의 했는데 다음해 6월이 되자 정말 그의 말대로 손주가 종기로 인해 고생하게 되었다. 노인이 절 뒤 숲으로 찾아가니 어떤 나무에 흰꽃이 가득 피어 있는 게 아닌가. 그 남자를 닮은 듯 했다. 노인은 그 나무의 잎과 꽃을 따다가 아이의 병을 고쳤다. 그 나무가 바로 불두화였다. 부처님과 함께 연상되는 불두화. 전설이 있어 더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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