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수관 사장 "시골 주민 위해서 유선방송 꼭 필요하다"

사천지역에서 유일하게 남은 유선방송사 '진삼유선'. 94년부터 사남면과 용현면을 중심으로 지역 난시청 해소를 위해 방송 송출을 해왔다.

경남 사천시 사남면사거리에서 동쪽으로 500여 미터를 올라가면 나오는 화전마을. 여느 시골 마을과 다름없는 고즈넉한 이곳에 허름한 컨테이너 박스가 눈에 뛴다. 변변한 간판조차 없는 이곳이 사천지역에서 유일한 유선방송인 ‘진삼유선’이다.

지난 94년 사천시 사남면과 용현면을 사업구역으로 이 지역의 난시청 해소를 위해 첫 방송을 시작한 진삼유선은 71년 돼지띠인 39살의 젊은 사장 오수관 씨가 설립했다. 또래 친구들이 대학을 다닐 때인 20대 중반에 설립한 진삼유선은 오 사장의 20, 30대 젊은 시절과 함께했다.

“그 당시 사남, 용현면이 난시청 지역이었지만 유선방송이 없어서 주민들의 민원이 상당히 많았습니다. 그래서 이 지역에 유선방송을 설립하게 됐습니다.”

현재 32개 아날로그 채널과 5개 디지털 채널을 방송하고 있고, 시청료는 3300원으로 지역 케이블업체 시청료의 절반 가격에 서비스를 하고 있다. 총 900여 세대가 진삼유선에서 공급하는 방송을 시청하고 있으며 진삼유선의 또 다른 사업 중에 하나인 자체 인터넷에 60여 가구가 가입되어 있다. 2000년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사남, 용현면 지역의 80%정도가 유선방송에 가입되어 있었지만, 이제는 1/4정도만 남아 있는 상태다.

자신의 사업을 도와주는 지인이 있지만 직원은 오 사장과 자신의 아내 둘 뿐이다. 사업 환경이 악화되면서 직원을 둘 형편이 못 되었기 때문이다.

'진삼유선' 오수관 사장은 "방송 선택권의 다양성을 위해서는 유선방송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양한 채널을 무기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앞세운 지역 케이블업체의 방송서비스가 본격 시작되면서 진삼유선은 가입자들로부터 외면을 받게 된다. 자연스럽게 가입자가 줄면서 경영 상태는 계속 어려워져 지금은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지역 케이블업체가 사천지역에 있던 사천유선, 곤양유선, 삼천포유선 등 모든 유선방송을 매입했지만, 진삼유선은 유일하게 남아 있다. “왜 팔지 않았냐”고 묻는 기자에게 그는 “그 쪽에서 제시하는 가격과 내가 생각하는 가격이 맞지 않아 매각하지 않았다”며 솔직하게 답했다.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아니 “너무 어려울 때는 후회하기도 했다”고 했지만, “이제는 사명감 때문에 진삼유선을 버릴 수 없다”고 했다.

진삼유선은 가입자 900여 세대 가운데 200여 세대에 무료로 방송서비스를 하고 있다. 이들 세대는 가정 형평이 어려운 가정이나 경로당 등으로, 사회봉사 차원에서 무료 방송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오지마을의 경우 수익성이 없다는 이유로 지역 케이블업체가 꺼려하는데, 유선방송이 해결하고 있다”며 “그 주민들을 외면할 수 없다”는 것이 오 사장의 설명이다.

유선방송 가입세대에 방송을 보내기 위한 송출 장비.
그리고 또 다른 중요한 이유가 있다고 했다. 등을 돌렸던 주민들이 하나 둘씩 되돌아오고 있다는 것이다. 시골지역은 60세 이상 노인들이 대부분이라서 몇 개 채널만 고정으로 시청하는 주민들이 많아서 채널은 적지만 시청료가 저렴한 유선방송을 선호하고 있기 때문이란다.

그러나 진삼유선의 미래는 녹녹치 않다. 열악한 회사 사정 때문에 진삼유선을 알릴만한 충분한 여건이 안 되는데다가 방송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한 지속적인 시설투자도 힘겨운 상황이다.

그는 자신이 직접 개발한 인터넷 장비를 전국에 있는 일부 케이블 방송에 판매해 번 돈으로 진삼유선의 적자를 충당하고 있다. 그래도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고 했다.

오 사장은 인터넷 사업에 희망을 걸고 있다. 사천, 삼천포지역에 인터넷 사업권을 가지고 있는 그는 기존 인터넷 업체에 비해 가격이 저렴한 만 원 이하의 100M급 인터넷을 공급해 사업자나 소비자가 함께 만족할 수 있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아파트 단지의 경우 지금 당장 서비스를 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 있다.

끝으로, 그는 이 말을 꼭 하고 싶다고 했다.

“방송 선택권의 다양성을 위해서는 유선방송이 꼭 필요합니다. 독과점 형태가 되면 방송 선택의 폭이 좁아져 결국 소비자만 피해를 보게 됩니다. 그리고 시골지역에 꼭 필요한 유선방송이 사라지지 않도록 사천시가 관심을 가지고 적극 지원해 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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