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삼조 시인.

제21회 박재삼문학제가 조촐하면서도 내실 있게 마무리되었다. 표현을 달리하자면, 화려하지는 않았으나 거둔 성과가 만만치 않았다는 것이다. 이즈음 해서 늘 하던 질문을 떠올려 본다. 문학은 어떤 점에서 쓸모 있는 것인가. 물질적 생산 사업과는 아무 관련이 없으므로 쓸모없는 것인가. 재미나는 것이 워낙 많은 세상이라 그 재미의 순위에서 문학은 저 아래 순위로 밀려난 것은 아닌가.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학은 아직 건재하다. 아직까지는 삶의 의미를 아름답게 드러내고 하찮아 보이는 일상에서 가치 있는 것을 찾는 작업에서 그 위 순위를 차지하고 있음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이번 박재삼문학제도 그 문학의 사명을 다하는 데 크게 모자람이 없었다.

이번 박재삼문학제가 거둔 성과의 첫째는 수많은 시 작품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백일장이라는 새로울 것이 없는 형식을 통해서였지만 장차 발전할 가능성이 무궁한 문학의 자산들이 생산된 것이다. 그리고 그중에 상당한 수의 작품은 지금 당장에도 감탄을 자아내게 하는 작품들이 있다. 전국의 시 쓰는 학생들이 치열한 예심을 통과하고 모여 열성을 다하여 시를 쓴 청소년문학상을 수상한 좋은 작품들도 있고 일반 백일장의 다른 좋은 작품들도 많지만, 그 성과물의 하나인 아직 어리다고 할 초등학교 저학년 장원 상을 받은 학생의 작품을 한 부분 소개한다. 제목은 ‘케이블카’이다. 때 묻지 않은 상상력이 보는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시다. 이런 시가 많으면 세상은 이 시에 나오는 대로 더 ‘반짝이지’ 않을 것인가. 

“하늘을 두둥실 날아다니는/ 세상에서 가장 큰 엄마새// 엄마 등에 업힌 나는 아기새/ 나를 먹여 주고 웃겨 주는/ 고마운 엄마새// 반짝반짝 투명한 눈으로/ 어여쁜 풍경들을 보여 주네// 엄마 등에 업혀/ 솜사탕 구름도 만나고/ 보석처럼 반짝이는/ 바다도 만나네//”

박재삼문학상을 올해 일곱 번째로 수상한 박준 시인의 시집 「우리가 함께 장마를 볼 수도 있겠습니다」는 좋은 시집으로 이미 많은 독자층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직 젊은 시인이므로 장차 더 좋은 작품을 창작할 것으로 촉망된다. 그 수상작품집에서 가장 짧은 시 한 편을 소개한다. 제목은 ‘생활과 예보’인데 예보에서는 절대 말할 리 없는 개인적이고도 아름다운 생각을 드러낸 작품이다. 

“비 온다니 꽃 지겠다// 진종일 마루에 앉아/ 라디오를 듣던 아버지가/ 오늘 처음으로 한 말이었다”

이번 문학제의 정리는 안양대 교수인 맹문재 시인이 문학 강연에서 했다. 그는 박재삼 시인이 그 시의 주요 소재로 다룬 ‘가난’을 언급하며 박재삼 시인은 자기가 겪었던 가난 이야기를 통해 그 시대의 절박했던 가난 문제를 정면으로 언급하여 다룸으로써 이 문제의 해결을 시를 통해 이루어내고자 했다고 평가했다. 따라서 박재삼 시는 현실의 문제를 회피하고 있지 않다고 하여 박재삼 문학의 의미를 부각시켰다. 

내년의 박재삼문학제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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