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삼조 시인.

징용이란 ‘일제강점기, 일본제국주의자들이 조선 사람을 강제로 동원하여 부리던 일’을 말한다고 한다. 조선을 기어코 병탄하더니 그 침략 야욕을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여러 나라로 확대해 가던 일본이 미국 등 연합국과의 전쟁까지 일으키며 수많은 조선의 젊은이들을 전쟁터,  군수 공장 등으로 끌고 가 노예노동에 내몰았던 것이다. 우여곡절 끝의 오랜 재판 결과 일제강점기 징용 피해자에 대한 배상 판결이 우리 대법원에서 나고, 해당 전범 기업의 국내 재산 강제 매각이 임박하자 일본 정부는 한국에 대한 반도체 부품 수출규제라는 보복 조치를 들고 나왔다. 그 수출규제가 한국의 북한에 대한 전략물자의 관리 미흡에 따른 조치라는 변명을 내세우고 있지만 그 속내는 징용 문제의 판결에 대한 보복 조치라는 것이 명확해 보인다.

일본이 이 징용 문제에 대해 이처럼 강경한 입장을 내세우는 까닭은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데서 기인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그들은 당시 한국이 일본에 병합된 나라였기 때문에 한국인들도 결국 일본인인 것이어서 일본 국민이 자국의 전쟁에 동원된 결과로 생긴 문제이기 때문에 배상의 책임이 없다는 논리를 편다. 또, 병합으로 인해 한국이 입은 피해는 이미 1965년의 한일협정 때 3억 달러의 무상 원조로 모두 갚았기 때문에 개인에 대한 배상 책임 또한 없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기도 하다. 게다가 한국은 일본에 병합된 결과로 근대화의 길을 갈 수 있었고, 이후 내내 일본의 혜택을 입어 오늘날의 번영을 이루었다고 주장하는 일본의 우익인사도 있는 모양이다. 그들은 병탄돼 짓밟히고 굴욕 당한 민족의 자존심이나 그 고통에 대한 모든 보상을 돈으로 갚았다는 이기적인 논리로 일관한다. 

우리 쪽에서는 어떤가. 현 정부에 비판적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은 좋은 기회나 만난 듯이 현 정부의 입장에 반대되는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일본의 의견에 동조하는 듯한 논리가 등장하고 급기야는 정권 반대 집회에 일장기가 나타났다는 믿기 힘든 소문도 들린다. 일본의 수출 규제로 인해 경제가 파탄 나게 되었는데 자존심이나 살릴 때냐고 밥그릇 걱정을 하는 의견도 있다. 우리보다 경제력이 3배나 강한 일본에 맞서는 것은 현명한 처사일 수 없다는 우려도 들린다.

그러나 우리 쪽 반응의 대세는 아무래도 일본 상품 불매 운동으로 대표되는 반일 정서이다. 당장 어려움이 다소 닥치더라도 좀 참아내 보자는 쪽일 것이고 일본에 의존하는 자재를 국산화하기 위한 노력에 최선을 다해 보자는 의견일 것이다. 우리가 일본에 끌려다닐 수밖에 없는 경제 구조를 개선하지 않으면 과거의 굴욕적 역사에 버금가는 치욕이 닥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훨씬 많다는 사실에 대한 증명이다.

과거는 사라지지 않는다. 치욕적 역사도 당연한 역사이다. 과거에 치욕을 당했으면 그 역사를 잊지 않고 다시 그 치욕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절치부심해야 할 것이다. 이번 사태를 맞아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명확히 정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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