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삼조 시인.

일본이 기어코 우리나라를 백색국가에서 제외하기로 했다는 발표를 하고 우리 정부에서는 거기에 대한 대책을 세우고 한편 맞대응할 방안을 찾고 있다. 백색국가란 일본 정부가 안보상 문제가 없다고 판단한 ‘안보 우방 국가’로, 일본의 각종 물품 수출 시 허가 절차 등에서 우대를 해주는 국가를 가리킨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2004년에 이 백색국가로 지정되었는데 이번에 우리나라를 여기에서 제외하겠다는 발표를 했고 대략 이 달 22일 경부터 시행할 예정이라 한다.

그들은 이번 조치에 대해 우리가 수입해 간 전략 물자가 북한으로 흘러들어간 사실 때문이라고 했지만 그 증거는 제시하지도 않은 채 반도체 관련 물자 수출 규제에 이어 이번 백색국가 제외 조치까지 자기들이 정한 수순을 그대로 밟아나가고 있다. 그들이 무슨 핑계를 대든, 우리는 그들의 이번 행태가 우리의 위안부 문제 제기와 강제 징용 배상 판결 등에 대한 보복 조치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것도 우리 경제에 가장 위협이 될 수 있는 반도체 부품 등을 가지고 노골적으로 위협을 하더니 이번에는 1,100여 개 품목에 달하는 수출 물자를 가지고 우리를 시험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일련의 사건을 보며 우리 국민들의 자존심은 큰 상처를 입었다. 과거 임진왜란 등 일본의 오랜 침탈로 시달려 오다, 특히 경술국치와 을유년 광복에 이르는 기간 동안은 완전히 그들의 노예가 됨을 감수해야 했던 오래되고 뼈아픈 과거를 우리는 가지고 있다. 그런데도 그들은 이런 과거사에 대해 진정에서 우러나오는 참회와 사과는 도외시하고 과거의 잘못을 숨기고 왜곡하는 데 급급할 뿐만 아니라 이제 경제 문제로 우리를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더군다나 저들은 이러한 수출 규제 조치를 철회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원인을 제공했으니 마땅한 해결책도 우리가 가지고 와야 할 것이라는 고자세로 우리를 대하고 있다. 과연 우리는 굴욕적인 항서(降書)를 써 바치고 일본의 용서를 구걸해야 할 것인가. 거기에 대한 답은 현재 확산되어가는 일본 제품 불매운동 등으로 이미 나와 있다. 일본이 우리에게 어떤 나라인지 뚜렷하게 보여주는 증거가 이번 일련의 사태라는 것을 우리 국민은 새삼 깨닫게 된 것이다.

전화위복(轉禍爲福)이란 말이 있다. 재앙이 변하여 복이 된다는 뜻이다. 비슷해 보이는 성어에 새옹지마(塞翁之馬)라는 말이 있지만 두 말의 뜻은 본질적으로 다르다. 즉, 재앙이 변해 복이 될 수도 있다는 뜻에서는 같아 보이지만, 전화위복에는 그 복을 받기 위해 남다른 노력이 필요하다는 뜻이 담겨 있다. 인간의 길흉화복이 오로지 하늘의 운수에 달렸다는 새옹지마와는 차이가 큰 것이다. 

일본의 억지에 의해 벌어진 일련의 사태를 보며 ‘위기는 기회’라는 의식이 우리 사회에 번져가고 있다. 흥분하여 화만 낸다고 하여 해결될 일은 아무것도 없다는 인식이리라. 전화위복, 재앙이 변해 복이 될 수 있도록 우리 국민들은 차분히 지혜와 힘을 모으고 쓰는 데 주저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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