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랍 속 사랑을 세상 밖으로] 강재훈·박미숙 부부

[뉴스사천=고해린 인턴기자] 태풍 ‘미탁’의 영향으로 굵직한 빗줄기가 쏟아지던 2일, 진주 평거동에서 서랍 속 인터뷰의 열여덟 번째 주인공을 만났다.

▲ 서랍 속 인터뷰 열여덟 번째 주인공 강재훈 씨.

“사진은 애 엄마랑 같이 골라봤어요. 덕분에 오랜만에 가족사진을 한 번 정리하게 됐네요.(하하). 애들 어릴 때 찍은 비디온데, 안의 내용물은 볼 수 없으니까 아쉬웠죠. 요즘같이 경기도 어렵고 사는 게 힘들 때, 가족을 생각하면 힘을 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서 신청하게 됐어요.”

강재훈(54) 씨가 수줍게 인터뷰 소회를 밝혔다. 강 씨는 진주에서 20년 가까이 공인중개사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강 씨는 인터뷰 전에 사천과의 인연을 밝혔는데, 유년시절을 보낸 곳이기도 하고 집안 어르신들의 선산이 있는 곳이라 애정이 간다고.

“아내하고는 대학교 씨씨였죠. 저는 건축학과 85학번, 아내는 간호학과 90학번인데 타임지를 영어 강독하는 서클에서 처음 만났어요. 항상 밝고 주위 사람들에게 잘하는 모습에 매력을 느꼈죠.”

강 씨와 아내 박미숙(49) 씨는 동아리 선후배로 만난 사이. 두 사람이 연애할 때 주변에서 군대 갔다 온 대학교 3학년 복학생이 1학년 새내기를 낚아챘다고 야유 아닌 야유를 들었단다.

7년 연애 끝에, 두 사람은 96년 11월 2일 부부가 됐다. 그는 경주로 간 신혼여행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양복을 입은 자신은 쏙 빼놓고, 한복을 입은 아내하고만 사진을 찍었던 기억이 또렷하다고.

달콤한 신혼의 꿈에서 깨기도 전, 그들에게도 IMF가 닥쳐왔다. 

“건설 관련 일을 하다가 직장을 잃게 되고, 차도 팔았죠. 아내가 혼자 일을 하니까 미안했죠. 그러다 2000년 초에 부동산을 시작하면서 조금씩 회복해서 여기까지 오게 됐어요.”

세상에는 많은 일들이 있는 데 왜 부동산일까? 

“건설 현장은 삭막하잖아요. 눈앞에서 큰 사고도 여러 번 봤죠. 성격적으로 좀 부담이 되더라고요. 사람을 좋아하기도 하고, 누구나 내 집 마련의 욕심이 있잖아요? 그런 분들께 집을 소개해드리고, 새로운 인연을 맺고 단골이 생기면 보람을 느끼죠. 얼마 전에는 세 아이의 ‘엄빠(엄마아빠)’가 오셔서 이제 전세에서 탈출하고 싶다고 하시더라고요. 옛날의 제 모습이 떠올랐어요.”

부부는 슬하에 선희(22), 진희(19) 두 아이를 뒀다. 강 씨는 지금도 혼자 산후조리를 하며 몸을 추스른 아내에게 미안함이 남아있다고. 그가 챙겨놓은 가족사진들 사이로 아내가 첫아이를 가졌을 때 강 씨가 직접 쓴 손 편지가 보였다. 편지에는 새 생명의 탄생을 기다리며, 세상에서 그 누구보다 행복한 사람이 된 예비 부모의 사랑이 담겨있었다. 강 씨는 손 편지가 나오자 쑥스러운 지 “엄마는 이쁜데, 아빠가 더 이쁘고 잘생겼으면 딸들이 더 인물이 잘나지 않았을까요?”하는 우스갯소리를 던졌다. 

“10년 전에 가족끼리 처음 해외여행으로 중국을 갔어요. 황산에 갔는데 큰 애가 감기에 걸려서 고생도 했지만 큰 추억이 됐죠. 그때 아내하고 마음먹었죠. 아 우리는 못 가도, 애들은 넓은 세상을 볼 수 있게 해주자!”

부부는 맞벌이로 애들이 어릴 때 많이 못 놀아준 것이 아쉬웠다고. 대신 두 딸이 중‧고등학생 때 미국, 캐나다, 중국 등 해외여행 기회가 오면 꼭 갈 수 있게 했다. 더 큰 세상을 보고 자신의 두 발로 단단히 설 수 있도록 한 것. 마치 아기 새에게 나는 법을 알려주는 어미 새처럼 말이다. 

그는 두 딸에게 어떤 아버지냐고 물었다. 돌아오는 대답이 거침없이 솔직하다.

“저는 딸들에게 ‘잔소리 많은’ 아버지예요. 다 잘 되라고 하는 말이지만, 속된 말로는 ‘꼰대’ 아빠죠.(하하) 아웅다웅해도 건강하게 잘 자라줘서 고마워요.”

이제 강 씨의 꿈은 ‘동네 복덕방’에서 나아가 ‘동네 창업방’을 새롭게 만드는 것이다. 부동산에 온 손님들이 상권 분석 없이 덜컥 창업해 고생하는 모습을 보고 관심이 생겼다. 이를 위해 창업대학원부터, 중소벤처기업부에서 하는 ‘기업 코칭’ 활동, ‘신중년 도시재생 창업지원 프로젝트’ 등 여러 가지 활동을 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연말에는 런던으로 가 도시재생의 성공사례를 배워올 예정이란다. 목표를 위해 달려가는 그 열정이 놀랍다.

“매주 목‧금요일에 서울로 교육을 받으러 가요. 골목식당에 나오는 사람들이 식품영양학과 교수가 아니라 백종원의 솔루션을 듣고 싶어 하듯이, 저도 저만의 경험과 노하우를 살려서 청년들과 은퇴한 베이비부머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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