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삼조 시인.

중국의 옛날 책 「열자(列子)」에 기우(杞憂)라는 고사성어(故事成語)가 나온다. 내용인즉 어떤 기(杞)나라 사람이 ‘하늘이 무너질까 땅이 꺼질까’ 근심하여 드디어 식음을 전폐하고 드러눕게 되었는데, 한 현명한 사람이 그럴 리가 없다는 사실을 잘 설명하여 비로소 걱정을 덜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이런 연유로 기우는 ‘지나친, 또는 쓸데없는 걱정’을 가리키는 말이 되었다.

그런데 이 ‘기우(杞憂)’가 정말 현실로 다가오는 일이 생기고 있다. 기우와 소리가 비슷한 기후(氣候) 때문이다. 대략 추측해 봐도 100년 전에는 별로 생각해 본 적이 없었을 듯하고, 50년 전만 해도 ‘생존’의 문제가 너무 절실해 그리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재앙’이 우리가 사는 세상을 천천히 덮어가고 있다. 아무 걱정 없이 마음껏 사용했던 석탄과 석유를 비롯한 화석 연료의 남용으로 인해 지구는 더워져 가고 있는 사실이 기정사실화되었고, 북극의 얼음이 녹아 빙하지대가 서서히 사라지는 현상, 우리나라의 날씨가 점차 아열대기후 형태로 바뀌고 있는 현실을 우리는 체감하고 있는 중이다.

이런 현상을 대책 없이 그대로 두고 보면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가. 어떤 이들은 일본 열도가, 빙하가 녹아 불어난 물에 의하여 조만간에 사라질 것이라며 이 재앙을 흥미꺼리로 삼아 얘기하기도 하지만 이것은 정말 억지에 지나지 않는다. 일본이 사라질 정도라면 우리나라라고 온전할 리 없다. 세상이 모두 더워지고, 거기에 적응할 수 없는 정도에 이르면 우리라고 무사할 수 없는 것은 불 보듯이 뻔한 일이다. ‘기우’에 나온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는 일’이 기우가 아니라 현실로 나타나는 것이다.

우리 지역 삼천포화력의 발전량은 국내 최고라고 한다. 그렇다면 그 공해의 피해도 아마 전국 최고일 것 같은데, 이 사실도 정부에서 미세먼지를 가장 많이 만들어낼 수 있는 공해 시설을 조사해서 발표하기 전까지는 본격적으로 공론화되지 않았던 일이다. 우리의 무지를 틈타 우리의 건강이 얼마나 병들었는지를 우리는 가늠할 수가 없는 형편이 된 것이다.

지난 23일 오후 우리 시의 종합사회복지관에서는 의미 있는 행사가 있었다. 행사의 이름이 좀 길고 낯설다. ‘2022UN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COP28)남해안남중권유치위원회(준)’의 간담회가 그것이다. (준)은 준비위원회라는 뜻인데, 12월 초에 정식으로 출범한다고 한다. 요컨대 ‘2022년 UN기후변화당사국회의’를 여수를 중심으로 한 순천, 남해, 사천 등의 10여 개 남해안남중권에서 유치하자는 것이다. 이날 이 행사에 주인공으로 참석한 박원순 서울시장은 정부와 민간의 노력으로 이 일이 성사된다면 서울시는 그 주최를 서울시가 아닌 남해안남중권’에 양보할 것이라는 선언을 했다. 

기후에 대한 걱정은 당장 눈앞에 닥친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 죽고 난 후에 내 후손이 겪을 일이니 나는 몰라라 할 수는 없다. 옛사람의 ‘기우(杞憂)’, 하늘로부터 재앙이 쏟아진다는 그 걱정과 머지않아 맞부딪힐 현실에 우리는 직면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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