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창섭의 배우며 깨달으며]

▲ 송창섭 시인.

이제 긴 ‘손 기행’에서 손을 털어야겠습니다. 손을 터는 건 부엌 일 중 설거지와 같은 뒷정리입니다. 설거지를 깨끗하게 해야 다음 밥상 차릴 때 기분 좋은 마음으로 꺼내어 쓰겠지요. 갈무리한다는 의미에서 설거지의 주제는 ‘손의 어원’으로 잡았습니다. 부족한 내용에 견준다면 주제가 지나치게 거창하거나 막연한 건 아닌지 염려합니다.  

지금껏 헤아려 본 손, 그렇다면 그 손의 어원은 과연 무엇일까요. 언어의 족보를 찾는 일은 쉬운 작업이 아닙니다. 요즘과 같이 새로운 물건이 나오거나 어떤 상황이 발생하면 드론, 택배 하는 식으로 주저하지 않고 이름을 붙입니다. 말의 생성이 간단하면서 변천 과정이라 할 만한 여유가 있거나 틈이 들어갈 자리가 별로 없습니다. 하지만 예전엔 그렇지 않았지요. 하나의 낱말이 언중으로부터 신용을 얻어 인정을 받고 정착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러면서 때로는 자연스레 본래의 모습을 잃고, 읽고 말하고 쓰기 편한 모양으로 바뀝니다. 이런 점을 언어의 역사성이라고 하지요. 

‘손’은 뭔가를 잡기 위해 꼬부리는 것이라 하여 ‘꼰’이라 일렀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ㄲ(쌍기역)이 ㅅ(시옷)으로 변화하는 음운변이에 의해 ‘손’이 되었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아쉽게도 그 근거나 출처를 알 길이 없습니다. 옳다, 그르다, 뭐라고 단정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인체어 「손」의 어원 고찰’(이경자)이라는 소논문(어문연구 제20집 1990)에 실린 내용을 살펴보겠습니다. 글쓴이는 「손」의 형성 배경을 이렇게 정리했습니다. 

“「솟-」 계열의 표현은 적극적인 개념으로서 「突出」(돌출)의 느낌이 예리한 반면, 「돋-」 계열의 표현은 소극적이면서 완만한 느낌을 담고 있어 서로 대립성을 보인다. 「손」과 직접적인 관계로 근접해 있는 「솟-」은 적극적 개념의 「出」 의미와 함께 「손」을 탄생시키는 근원이 되었음을 예로 입증할 수 있다. 「돋-」에서 자음도치를 통해 「솟-」이 형성되었고, 「솟-」에서 「손」이 파생된 것이다.”(앞책 294쪽) 

“「솟-」을 중심 낱말로 해서 말음(末音) 교체 과정을 통해 창출된 말의 어근은 「솟-, 손-, 솓-, 솔-, 솜-, 솝-, 솣-, 솥-」이다. 이 중에서 「손」은 「솟-」이 「손」으로 변천해 가는 과정인 ‘솟- 〉 솟낫- 〉 솟나- 〉 손ㅅ(‘ㅅ’은 받침임) 〉 손ㅅ 〉 손’의 전형적 절차로 이어지는 한 예이다.”, “「손」(手)은 「突出」(돌출) 내용의 「솟-」과 「進, 出」(진, 출) 개념의 「낫-」이 합해져서 이룩된 말이다.”(앞책 299쪽) 

손의 위치를 헤아려 볼 때, 팔의 끝에서 더 ‘솟는다, 나아간다, 나온다’의 의미는 충분히 추출해 낼 수 있다고 봅니다. 나름대로 어원의 발자취를 쫓아 분석한 흔적이 역력합니다. 하지만 일본어와의 발음 상 유사성 내지 동질성을 비교하여 변천 과정을 추적하거나, 고문헌에 사용한 낱말들을 단편적으로 나열하고 또 끼워 맞추려는 방식은 확실한 어원을 증빙하고 타당한 근거로 받아들이기엔 무리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손의 어원을 밝히는 일이 뭐가 그리 중요하냐 반문할 수도 있을 겁니다. 물론 어원을 몰라도 살아가는 데에 아무 지장이 없습니다. 하지만 손은 ‘말(언어)’의 영역 중 하나입니다. 우리는 말을 하지 않고는 살 수가 없습니다. 우리가 쓰는 이 말의 젖줄을 밝히는 일은 곧 인간의 뿌리를 찾는 일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이러한 노력은 꾸준히 해야 할 당위성이 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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