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종필 사천연극협회 지부장을 만나다

[뉴스사천=고해린 기자] 봄이 성큼 다가온 듯 부쩍 포근했던 19일 오후, 사천문화예술회관을 찾았다. 극단 장자번덕 사무실로 들어서자 한창 업무에 열중하고 있는 김종필(27) 씨가 보였다. 사천 대표 극단인 장자번덕의 ‘튼튼한 다리’로 뛰어온 그는 2월 9일 (사)한국연극협회 사천시지부(=사천연극협회) 지부장에 선출됐다. 27살 이지만, 어리다고 얕보긴 이르다. 그는 18살부터 연극을 시작해 올해로 10년 차인 ‘프로’다. 2016년부터 장자번덕 사무국장, 2017년부터 2019년까지 경남연극협회 사무차장을 맡아 지금까지 그가 남겼던 발자국을 보면 그의 취임에 자연히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한국연극협회 역사상 가장 젊은 ‘최연소’ 지부장이 된 그를 만나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그의 연극 사랑 이야기를 들었다.

김종필 사천연극협회 신임지부장이
김종필 사천연극협회 신임지부장이 "삼천포를 젊은 문화예술인들이 모여드는 메카로 만들고 싶다"며 자신의 포부를 설명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학교에서 ‘백설공주’ 영어 뮤지컬을 했는데 제가 가발을 쓰고 백설공주 역을 맡았죠. 생각해보면 그때부터인가? 무대에 서는 게 정말 좋았어요.”  

1994년 김해에서 태어난 소년은 어릴 때부터 ‘끼’가 남달랐다. 초중고 때 매번 전교 임원을 맡고, 공부도 잘했다. 남들 앞에 서는 게 특기였다. 그는 중3 음악시간에 선생님이 틀어준 ‘사운드 오브 뮤직’을 보며 처음으로 영화배우가 되고 싶다는 꿈을 품었다. 진영대흥초, 진영중을 졸업하고 창원 경일고에 진학했지만 곧 ‘질풍노도의 시기’가 그를 덮쳤다. 

“2학년 초에 도저히 안 되겠더라고요. 공부도 안하고, 방황했죠. 일단 연기를 배우러 가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때 우연찮게 태봉고에 연극부가 있다는 소리를 듣고 ‘어? 그럼 거기로 전학 가야겠다’ 이렇게 된 거죠.”

비교적 빠른 시기에 하고 싶은 것을 찾은 셈인데, 갑작스러운 아들의 전학 선언에 부모님의 반대는 없었을까?

“어릴 때부터 부모님이 절대로 하지 말라고 하신 적이 없어요. 뭐 하고 싶다고 하면 ‘그래라’ 하셨죠.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어릴 때부터 이것저것 경험해 본 게 하고 싶은 걸 찾는 데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최근에 부모님께 물어봤더니 ‘귀찮아서 그랬다’고 하시더라고요. 말은 그렇게 하셨지만 믿고 지지해 주셨어요.(하하)”

하나만 보고 달리는 ‘투우 소’처럼 연극의 세계에 뛰어든 그는 태봉고 연극 동아리 ‘끼모아’에서 연극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었다. 

“처음엔 연기를 하고 싶었지 연극이 제 꿈은 아니었거든요? 근데 하나의 대본으로 여럿이 모여서 같이 연구하고 호흡하는 게 재밌더라고요. 또 몇 달을 연습해서 공연을 마치고 커튼콜 때 받는 박수의 짜릿함을 느꼈죠. 혼자가 아니라 함께라서 더 행복했어요. 결국 그게 제가 연극을 하는 이유더라고요.”

그는 18살이었던 2011년 진주 개천예술제 청소년연극제로 데뷔했다. 19살인 2012년에는 그가 배우로 참가한 ‘있는 그대로’라는 작품이 제16회 경남청소년연극제 단체 최우수상을 받고, 제16회 전국청소년연극제에서는 단체 우수상 등 4관왕을 하며 상을 휩쓸었다. 그는 그 작품으로 우수 연기상을 받았다. 

“이훈호 대표님을 만난 것도 그 무렵이죠. 제가 18살, 대표님이 47살 때였어요. 그 당시 연극동아리 담당 서용수 선생(현 거창연극고 교장)님이 후배인 장자번덕 이훈호 대표님을 소개해주셨어요. 그 인연으로 2012년에 장자번덕에 입단하게 됐죠.” 

전국에 많은 극단들이 있는데, 왜 그는 ‘경남’, 그것도 ‘사천 장자번덕’과 인연을 맺게 됐을까 호기심이 일었다.

“결국 사람 때문인 것 같아요. 경남에 정말 훌륭한 극단과 선생님들이 많아요. 누군가 ‘너 왜 사천에서 연극하냐’고 물으면 ‘이훈호 대표님 때문’이라고 하죠. 아, 저한테는 아버지가 세분 계시거든요? 신체적 아버지 김용안 아빠, 마음의 아버지 서용수 선생님, 연극의 아버지 이훈호 대표님이에요. 김용안 아빠한테는 훌륭한 가치관, 서용수 쌤한테는 철학, 이훈호 대표님한테는 태도를 배웠죠. 이분들이 제가 연극을 시작하게 해주신 거나 마찬가지에요.”

세 아버지를 뒀다는 그는 꼭 미리 준비한 것처럼 거침없는 말들로 진심을 표현했다. 

김종필 사천연극협회 신임 지부장.
김종필 사천연극협회 신임 지부장.

여하튼 연극판을 쏘다니던 그는 2014년 군대에 입대했다. 때맞춰 쉬지 않고 뜀박질했던 장자번덕도 휴식기를 가졌다. 

“제가 없어서 그런가?(하하) 농담이고, 다들 연극만 보고 달려와서 많이 지쳤었죠. 이훈호 대표님, 다른 단원들도 각자 배우고 싶은 것을 배우는 채움의 시간이었어요. 저는 군대 경연대회에서 1인극을 만들어서 참모총장상도 받고, 연극에 대한 마음을 더 키웠던 시간이었죠.”

군에서부터 연극에 대한 열망을 키워온 덕일까, 제대 후 그는 각종 공모사업과 극단 운영, 공연 기획을 하며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일했다. 연기도 게을리 하지 않아 2017년 제35회 경남연극제에서 신인연기상을 수상했다. 19년도에는 경남연극제, 청소년연극제 기획도 도맡았다. 

그래서일까, 그가 사천연극협회 신임 지부장이 되는데 이견은 없었다고.

“지부장에 선출되고 많은 분들이 믿고 지지해주셨죠. 약간의 부담도 있지만, 내가 잘해서 다른 젊은 친구들에게도 기회가 갔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에요. 또 ‘지부장으로서 내가 해야 될 일은 뭘까? 어떤 파급효과가 있는 활동을 해볼까?’하는 행복한 고민중이에요.”

그는 앞으로 2023년까지 사천연극협회를 이끌게 된다. 청소년 연극 교실, 청년활동가 프로젝트 등 벌써부터 앞으로의 계획을 준비하느라 분주하다. 그의 최종 목표는 임기 내에 삼천포를 다양한 분야의 젊은 문화예술인들이 모여드는 메카로 만드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에게 연극의 ‘맛’을 물었다. 연극의 어떤 매력이 그를 이렇게 홀린 것일까? 

“연극의 가장 큰 매력은 시간이죠. 절대 똑같은 연극은 없어요. 그때 봤던 그 연극은 딱 그때뿐인 거죠. 공기, 호흡, 배우들의 연기, 관객, 매번 달라요. 또 하나의 매력이라면 진한 ‘사람 냄새’ 아닐까요?(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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