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작년 말경에서 작년 초, 드라마 <스카이 캐슬>이 화제였다. 그리고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이 입시에서 쓴 엄마 찬스 때문에 작년 내내 나라가 시끄러웠다.

사실 저 ‘찬스’는 입학사정관제가 생겨나면서 슬며시 등장했다. 심지어 교육부는 공문을 내려 보내 재능기부란 이름으로 그 찬스를 쓰라고 부추기기까지 했다. 물론 내가 근무하는 공립학교들은 그런 찬스를 쓸 만한 의사 아버지, 교수 엄마를 둔 아이들이 없었다. 

중상류층의 학부모들에게야 자녀와 함께 학원을 전전하며 스트레스에 시달려야 했던 정시보다 찬스를 쓸 수 있는 학생부종합전형이 가성비가 더 좋았을 것이다. 입시컨설턴트 비용은 두고라도 최소한 엄마들이 돌아가며 아이들을 싣고 학원에 실어 나르느라 새벽 1시에 귀가할 일만큼은 없으니까. 

그런데 작년, 조국 전 장관 가족의 찬스 사용이 공정성 시비를 일으키고, 덩달아 중상류층 부모를 둔 스카이(SKY) 학생들이 ‘정의’를 외치며 촛불 시위를 하던 시점의 고등학교 현장은 그 찬스들을 써먹을 여지가 사라지고 있었다. 학교생활기록부 기재에 대한 규정에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한 보완책이 해마다 늘어나면서 그 문이 닫히다시피 했다. 심지어 올해부터는 수행평가에서마저 학부모와 학원이 개입할 여지를 차단해 버렸다. 이제 부모가 제아무리 돈이 넘쳐나도 중간층 이하의 아이들과 같은 선에서 학생부종합전형을 향해 출발을 해야 하는 것이다. 

약간의 과장을 섞어서 그네들 상류층의 입장을 대변하자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을 같은 선 위에 세우는 것 자체가 불공정한 처사다. 어찌 그들의 자식과 일반 가정의 자식이 같을 수가 있겠는가? 영화 베테랑에서 재벌 2세 유아인이 한 말대로 ‘어이가 없는’ 일이라 여겼을 것이다. 

아이러니다. 정작 학생부종합전형의 공정성이 강화된 것은 그 상류층 부모들의 돈 자랑, 학벌‧인맥 자랑이 학교 현장에서 연속적으로 문제를 일으켰기 때문이다. 그 문제를 보완하기 위한 정책이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진행되어 현재에까지 이르렀다. 자승자박이랄까.

그런데 숱한 우여곡절을 겪으며 진행된 학생부종합전형의 공정성 강화 정책이 촛불혁명으로 들어선 문재인 정부에서 유명무실해지게 생겼다. 정권이 들어서자마자 정시 30% 확보를 운운하더니, 2023학년부터는 숫제 신입생의 40% 이상을 정시로 선발하지 않으면 대학에 지원금을 주지 않을 방침이란다. 
대치동 학원가가 신바람을 일으킬 일이다. 공교육 정상화는 다시 좌초하게 생겼다. 아이들은 졸음을 참아 가며 유령처럼 학원가를 떠돌아야 한다. 지방의 학생들에게 스카이(SKY)는 고사하고 서울 소재 대학 진학의 문 자체가 더욱 좁아질 터이다.

누구를 위한 정시 확대인가? 상류층 자녀에게만 문이 넓어지게 되었다. 출발 지점이 달라지니 어찌 안 그러겠는가. 학원 유랑이 대순가. 있는 돈 아껴서 뭐할 것인가. 저승 갈 때 지고 갈 것도 아니고, 운전을 한다 어쩐다 부산을 떠는 한이 있더라도 자녀를 위한 입시의 문을 조금이라도 더 벌려야지 않겠는가. 그야말로 새로운 복음, 할렐루야다.

촛불혁명의 계승? 공정한 사회? 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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