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사랑의 상징 십자가를 침략전쟁 도구로 삼지 마라

1532년 11월16일, 스페인은 황금으로 부를 쌓기 시작한 날이었지만 잉카제국은 역사 속에서 사라지는 날이었다. 전날 스페인 탐험가 프란체스코 피사로가 이끄는 병력 160여 명이 안데스 고원을 넘어와 잉카 국왕 아타우알파에게 만남을 요구할 때 아타우알파는 거림낌없이 응했다.  

아타우알파 일행이 만남의 장소로 나가면서 든 무기는 도끼와 돌멩이였다. 하지만 피사로는 총과 대포로 무장했다. 그리고 도끼와 돌멩이가 무기의 전부인 그들을 향해 총과 대포가 불을 내뿜자 아타우알파는 손을 쓸 틈도 없이 잉카제국 마지막 왕이 되어버렸다. 

피사로는 아타우알파를 십자가와 성경을 모독했다는 이유로 체포했고, 도끼와 돌멩이만 든 병사들을 무참히 처형했다. 아타우알파는 피사로에게 황금을 약속했고, 피사로는 황금을 가져다주면 살려준다고 약속했다.  

아타우알파의 충성스러운 병사들은 아타우알파 형 우아스카르가 스페인과 내통했다는 것을 알고 암살했다. 피사로는 기다렸다는 듯이 아타우알파가 반란을 일으켰다는 것을 내세워 대역죄와 이교도라는 이유로 화형으로 처형했다.  

이렇게 잉카제국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고, 스페인은 16세기 100년 동안 아메리카 대륙으로부터 15만㎏ 이상의 금을 강탈해갔다. 잉카제국과 아메리카에서 강탈해간 금과 은을 통하여 스페인은 한동안 유럽에서 가장 강력한 제국이 되었고, 그들의 배는 황금으로 채워졌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피사로가 아타우알파를 체포하고, 처형한 죄목이다. 피사로는 아타우알파가 십자가와 성경을 모독했다고 체포했다. 하지만 아타우알파는 그 때까지 성경과 십자가 존재를 전혀 몰랐다. 이 경우 십자가와 성경 모독죄는 성립 자체가 되지 않는다. 그리고 대역죄와 이교도란 이유로 처형했지만 자기 국왕을 구출하기 위해 일으킨 것이 어떻게 대역죄가 되며, 기독교를 믿지 않는 것이 어떻게 처형 죄가 되는가.  

기독교가 얼마나 잔인한 죄를 지었는지 잉카제국 멸망 과정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십자가가 무엇인가. 죄인을 용서하는 사랑의 상징이다. 그렇다면 아타우알파를 십자가라는 이름으로 체포하고, 이교도란 이유로 처형하는 것은 십자가와 성경을 모독하는 것이다. 성경과 십자가 모독죄는 아타우알파가 아닌 피사로가 지은 것이고, 당시 스페인이 지은 것이다.  

그런데 이런 잔인한 범죄가 아직도 십자가라는 이름으로 자행되고 있다. 조지 부시 미국 전 대통령은 2001년 9월 아프가니스탄을 침략하면서 "이번 전쟁은 새로운 종류의 악(Evil)에 대항하는 투쟁이며, 테러를 응징하는 십자군 전쟁"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라크 전쟁 당시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이 미 국방부로부터  매일 받던 보고서 표지에는 성경구절이 있었다는 것이 밝혀졌다. 지난 5월 18일 뉴욕타임스는 남성잡지 'GQ' 사이트에 게재된 기사를 인용해 도널드 럼즈펠드 당시 국방장관이 보고서 표지에 이라크에 진주한 미군 탱크 등을 담은 사진과 함께 전쟁과 관련한 각종 성경구절을 실었다고 보도했다.  

이라크전쟁 시작 사흘 전인 2003년 3월 17일 보고서 표지에는 총을 잡고 기도하는 미군 병사들 사진과 함께 "내가 누구를 보내며 누가 나를 위해 갈꼬 하니 주님, 제가 여기 있나이다 나를 보내소서"(이사야 6장 8절)과  4월 7일에는  "선행으로 어리석은 사람들의 무식한 말을 막으시는 것이 하나님의 뜻이다"(베드로전서 2장 15절)이 적혀 있었다. 

하지만 누가 봐도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침략은 십자가와 성경과는 전혀 상관 없는 전쟁이었다. 조지 부시가 하나님을 모독한 것이다. 그런데도 한국교회는 이라크에 파병을 촉구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을 범했다. 왜? 미국이 하는 전쟁이기 때문에 당연히 도와야 한다고.  

이런 사악한 싸움터에 또 다시 우리나라는 파병을 하려 한다. 아프가니스탄 안정화와 재건지원을 위해 300명 규모 병력을 파견하겠다는 것이다.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지난 6일 국회 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과거 우리나라가 지원 받았듯이 이제 국제사회의 의무를 하는 게 당연한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한 뒤, 위험성을 지적하는 질의에는 "그런 희생을 감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국제사회의무'를 위해 아프가니스탄에 파견한다고 했지만 유 장관이 말하는 '국제사회'란 미국이지, 아프가니스탄 인민들이 아니다. 미국이 빈 라덴을 잡는다면서 아프가니스탄에 뿌린 피가 얼마인가. 지금도 수많은 아프가니스탄 인민들이 피를 흘리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지난 2007년 7월 샘물교회 사건으로 다시는 아프가니스탄에 파병하지 않는다고 약속했다. 이것은 약속이 아닌가. 이런 약속을 지키지 않아도 되는 것인가. 원주민들 피를 흘리게 하는 잔인한 침략전쟁에 참여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나라 국격을 높이는 일이다. 

미국 시민들도 반대하는 아프가니스탄에 왜 우리 젊은이들이 가야하는가? 명분도 없고, 이익도 없는 전쟁, 무엇보다 침략 전쟁에 우리가 가야 할 이유는 전혀 없다. 전쟁은 사람이 죽고 죽이는 끔찍한 일이다. 이 끔찍한 사지에 젊은이들을 보낼 수 없는 일이다.  

특히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기독교 신자들이라면 잔인한 전쟁에 우리 젊은이들을 다시 보내는 일에 적극 반대해야 한다. 잉카제국을 잔인하게 파멸시킨 종교도 기독교요, 아프가니스탄 침략전쟁을 십자군 전쟁이라 부르는 이도 기독교요, 그런 전쟁에 파병하라고 독려하는 이들도 기독교요, 결국 마지막 사인을 할 사람도 기독교 장로다. 언제쯤 기독교가 잔인한 종교라는 죄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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