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쉬운 우리말 쓰기 : ‘알려라, 더 넓게 더 쉽게’

<알려라, 더 넓게 더 쉽게> 이 글은 문화체육관광부와 (사)국어문화원연합회의 지원으로, 경상대학교국어문화원‧사천시‧뉴스사천이 함께 싣습니다. 사천시가 발표하는 공고‧고시문을 경상대 국어문화원이 쉬운 우리말로 다듬은 뒤 뉴스사천이 기사로 소개하는 것입니다. 어렵고 딱딱하고 어법에 맞지 않는 말을 쉬운 우리말로 고쳐 쓰는 기회가 되길 바랍니다.    -편집자-

이번에 소개할 공고문은 사천시 상하수도사업소가 5월 27일에 발표한 것이다. 주방용 오물 분쇄기를 적절하게 사용하고 있는지, 혹시나 불법으로 사용하고 있지는 않은지 확인하고 또 홍보하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비교적 짧은 공고문임에도 생각해볼 만한 대목은 여럿이었다.

먼저 제목부터 보자. ‘2020년 상반기 주방용오물분쇄기 지도‧점검 및 홍보‧계도 계획에 관한 공고’. 여기서 ‘주방용오물분쇄기’로 붙여서 쓴 건 기계나 장치의 이름으로 보고 하나의 명사로 처리한 것 같다. 물론 이것도 쓸 수는 있겠으나 말이 낯설거나 어렵다. 상급기관에서 이미 쓴 말이기도 하지만 국립국어원에서 정한 원칙으론 ‘주방용 오물 분쇄기’로 띄어 쓰는 게 더 알맞다.

그런데 무엇을 ‘지도‧점검’하고 ‘홍보‧계도’ 한단 말인가. 글의 제목이 담아야 할 분명한 목적과 내용이 부족하다. 그리고 ‘지도’와 ‘계도’의 의미가 비슷하기에 ‘지도・점검’에서 ‘지도’를 삭제하고, ‘홍보・계도’에서 ‘계도’를 ‘지도’로 고친다. 또 ‘및’은 한자 ‘及’의 소리를 따서 만든 글자인데 주로 ‘와/과, 그리고’로 바꿔 쓸 수 있으며 쉼표(,), 가운뎃점(•)으로 바꿔도 좋다. 그래서 위 공고문의 제목을 ‘2020년 상반기 주방용 오물 분쇄기 불법 사용 점검과 인증 제품 사용 홍보‧지도 계획 알림’으로 바꿔 보았다.

다음은 공고문 내용이다. ‘「주방용오물분쇄기의 판매·사용금지(환경부고시 제2017-13호)」에서 정한 조건을 만족하는 주방용오물분쇄기에 대하여 하수처리구역 내 또는 오수처리시설이 설치된 하수처리구역 외 일반가정에 한하여 사용을 허용하고 있으나, 일부에서 인증제품의 구조를 변경하여 판매·사용하는 등의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어 이와 관련하여 2020년 상반기 불법 주방용오물분쇄기 지도·점검 및 홍보·계도하고자 아래와 같이 계획을 공고합니다.’

한마디로 문장이 너무 길다.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알림글(공고문)은 쉬워야 한다. 한글을 읽을 줄 아는 사람이라면 그 뜻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써야 한다. 낱말은 쉬워야 하고 문장은 간결해야 한다. 짧은 문장이 좋다는 얘기다. 어떤 때는 주어를 한 번만 쓸 수도 있다. 어쩔 수 없이 길게 쓰더라도 주어와 서술어의 호응이 어긋나면 안 된다. 꾸미는 말은 꾸밈을 받는 말 앞에 놓는 게 좋다. 문장 안에서 ‘~에 대하여’, ‘~을 통해’와 같은 말을 쓰면 헷갈리기 쉽다. 알맞은 어미 또는 조사를 넣고 서술어를 한 번 더 써주면 된다.

이 기준으로 위 문장을 본다면 셋으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현황 설명(주방용 오물 분쇄기 사용 허가), 둘째는 파생한 문제(불법 개조 상품의 판매와 사용), 셋째는 점검·지도를 실시할 계획을 알림이다. 이에 따라 고쳐쓴 문장은 바뀐 ‘공고문’에서 확인하기 바란다. 첫 번째 단어 ‘주방용오물분쇄기’를 붙여 쓴 것은 이미 환경부에서 고시한 것을 그대로 인용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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