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삼조 시인.
정삼조 시인.

매년 이맘때면 전어 축제로 흥겨웠을 노산공원 밑 팔포 바닷가가 올해는 힘이 빠졌다. 소금기 스민 바다 냄새와 함께 우리들의 입맛을 한껏 돋우던 전어는 예와 다름없는데, 난데없는 전염병으로 인해 잔치가 사라진 탓이다. 삼삼오오 모여서 입맛은 다시나 수백 수천 이웃과 더불어 즐기던, 신명이 절로 나던 잔치 시절들이 새삼 그립다. 내년에는 이 전염병이 흔적 없이 사라져 ‘전어 축제’가 온전히 우리 마음을 달래줄 것으로 기대해 마지않는다.

전어의 한자표기로는 일반적으로 돈 전(錢) 자 물고기 어(魚) 자를 쓴다. 하도 맛있어 돈에 개의치 않고 사 먹는 고기라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얼마나 맛이 있던지 ‘가을 전어는 며느리 친정 간 사이 문을 걸어 잠그고 먹는다’는 말도 있고 ‘가을 전어 굽는 냄새에 집 나간 며느리 돌아온다’는 말도 있다. 전어 맛 때문에 애꿎은 며느리만 왔다 갔다 하게 생겼다. 어쨌든 ‘가을 전어 머리에는 깨가 서 말’이라 했다. 그만큼 맛있다는 뜻이리라. 

우리 지역 사람들은 요즘을 전어가 가장 맛있는 철로 친다. 이즈음이 전어의 뼈가 여물기 전이라 뼈째 회(膾)로 먹기에 가장 좋은 때라는 것이다. 구이보다는 회를 더 즐겼던 우리 지역 사람들의 입맛을 짐작해볼 만한데, 지금이 마침 중복(中伏)이 지난 때다. 더위를 잠시 잊고 입맛을 돋워 몸을 보해줄 좋은 영양식으로 전어를 생각해 보면 어떨까. 

사실 전어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는 그리 비싼 대접을 받은 생선은 아니었다. 내륙이 아니고 바다에 가까운 곳에 사는 사람들은 그만큼 쉽게 전어를 접할 수 있었는데, 이 전어가 한꺼번에 많이 잡히면 옛날 저장 시설이 변변찮았던 시절에는 그야말로 싼 생선이 아닐 수가 없었다. 사료로도 다 처리를 못 하니 전어가 지천으로 널렸다. 그러니 서둘러 그날 일을 마친 술꾼들이 이맘때 한낮이 기울면 전어잡이 배가 들어오는 곳을 기웃거리는 것이 갯가의 한 풍경이기도 했다.

예나 지금이나 삼천포 앞바다는 전어의 보물 창고다. 물살이 세어 고기 맛이 일품이라는 평을 듣는다. 삼천포에서도 서쪽 섬인 마도 사람들이 전어잡이를 많이 했다고 하는데, 이 사람들이 면사그물의 내구성(耐久性)을 위해 그 그물에 소나무 껍질을 부숴 달인 갈칠을 하면서 옛날부터 불렀다는 노동요인 ‘마도갈방아어요’가 여러 사람들의 보존 노력에 의해 전해 오고 있다. 경상남도 무형문화재 28호라 한다. 1985년에 우보 박남조 시인이 펴낸 「내고향 민요」에 수록된 ‘갈방아어요’의 앞 일부분을 소개한다. 홀소리와 곁소리가 반복되는 모양새다.

“어헤 데야 갈방아야/ 어헤 데야 갈방아야// 경상도라 사천땅에/ 어헤 데야 갈방아야// 삼칭이 마도로 들어왔소/ 어에 듸야 갈방아야// 이 방아가 뉘방안고/ 에헤 듸야 갈방아야// 이 생원댁 갈방알세/ 에헤 듸야 갈방아야// 물때가 점점 바빠가네/ 에헤 듸야 갈방아야// 내일이면 행선일세/ 에헤 듸야 갈방아야// 앞강에 뜬 저 배는/ 에헤 듸야 갈방아야// 돈을 싣고 오는밴가/ 에헤 듸야 갈방아야// 뒷강에 뜬 저배는/ 에헤 듸야 갈방아야/ 님을 싣고 오는 밴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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