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농민 “사천시 역할 기대”에 시 “방법 없다” 냉랭
‘가마당 5만원’이 관건.. 10일 이후 협상안 갈피 잡힐 듯

지난 1일 곤양농민단체협의회 소속 농민들이 농협중앙회 사천시지부에 나락쌓기 시위를 벌였다.
지난 1일 곤양농민단체협의회 소속 농민들이 농협중앙회 사천시지부 안팎에 나락을 쌓는 항의시위를 벌였다. 이 시위는 4일인 오늘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지만 뾰족한 해법은 나오지 않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사천시나락값조정위원회가 3일 긴급회의를 갖고 나락 40kg 1가마 수매가격이 인근 진주와 같은 5만원 수준에 이를 때까지 나락 적재 시위를 계속하기로 결정했다. 이로써 나락 수매가를 둘러싼 농민들과 농협연합RPC(미곡종합처리장) 사이의 갈등은 최고조에 이를 전망이다.

문제는 시간이 지나면 서로 합의점을 찾을 수 있느냐 하는 것인데 현재로선 예상하기가 쉽지 않다. 이런 가운데 농민들과 농협 모두 사천시에 뭔가를 기대하는 눈치다. 인근 진주시의 경우 가마당 5만원으로 최종 합의하는 과정에 진주시가 큰 역할을 했다는 소식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사실 진주시 농협연합RPC가 나락 가격을 5만원으로 결정한 데는 진주시가 농업진흥기금 60억원을 빌려준 것이 큰 힘이 되었다. 진주 농협연합RPC가 제시한 잠정 수매가는 4만5000원. 여기에 시가 지원한 돈을 종자돈 삼아, 16만 가마에 가마당 5000원씩 8억원을 농업장려금으로 미리 지원하기로 한 것이다.

이는 진주시가 직접 나서서 지원하기가 힘들어 농협을 통해 우회하는 방법을 쓴 셈이다. 따라서 나락값을 둘러싼 농민과 농협의 갈등을 푸는 과정에 진주시가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같은 소식을 접한 사천지역 농민과 농협이 사천시에 비슷한 역할을 해주길 바라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농협중앙회 김육곤 사천시지부장을 비롯한 농협관계자들이 3일 열린 사천시나락값조정위원회에 참석해 사천시에 도움을 요청해보겠노라고 말한 것은 같은 맥락이다.

농협중앙회 사천시지부 건물 밖에는 농민들의 천막농성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현재로선 사천시에 뭔가 기대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사천시농업기술센터 김치영 소장은 “(도움 주고 싶은)마음이야 있지만 뾰족한 방법이 없다. 진주시와 같은 별도의 농업기금이 사천시에는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라며 난색을 표했다.

진주시가 이번에 농협과 RPC에 지원한 농업진흥기금은 진주시장의 공약에 따라 특별히 조성돼 있던 것이라는 설명이다.

또 김 소장은 지난해보다 공공비축미 수매량이 2배 가까이 늘었고, 이를 위해 사천시의 각별한 노력이 있었음도 강조했다. 지난해 공공비축미 수매량이 9만8836가마였던 것에 비해 올해는 18만5570가마이며, 공공비축미 가격이 농협RPC 매입가격보다 높은 것을 감안하면 농민들에게도 얼마간 숨통이 트이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현재 사천시가 벼 수매가로 지원할 수 있는 것은 도가 농업경영자금으로 지원하는 5억2000만원에 같은 금액의 시 부담금을 보탠 10억4000만원이다. 하지만 이는 농협RPC 수매분을 포함한 공공비축미와 민간RPC 등 모든 벼에 골고루 적용되는 것이어서, 논란이 되는 농협RPC 수매분 9만7000가마와는 별개라는 게 사천시의 설명이다.

사천시의 이런 입장에 농민들은 섭섭한 표정을 감추지 않고 있다. 공공비축미 수매량이 는 것은 엄밀히 말해 정부가 내놓은 해법이고, 사천시가 사천지역 농민들만을 위해 한 일은 별로 없다는 것이다.

어쨌거나 사천시의 입장은 현재로선 완강하다. 그렇다면 결국 공은 농민들과 농협사이로 다시 넘어오는 것인가?

현재 사천 농협연합RPC가 농민들에게 약속한 벼 수매가 선지급금은 40kg 1가마에 4만6000원이다. 이는 처음 제시한 4만3000원보다 3000원 는 것으로, 농민들의 줄기찬 요구에 농협이 한 발 물러선 것이나 다름없다.

농민들이 농협중앙회 사천시지부 건물 밖에 쌓은 나락가마와 쌀값보장 촉구 펼침막
그러나 이 가격도 지난해 수매가 5만1300원에 비하면 5000원 이상 낮은 것이다. 당초 사천지역 농민들은 나락값조정위원회를 결성하고, 여기서 5만6430원을 요구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이 금액은 지난해 수매가에 생산비 증가분 10%를 반영한 것이다.

반면 농민들도 “가마당 5만원까지 요구하는 것은 무리”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진주를 제외한 사천 인근 지역 수매가가 주로 4만3000원에서 4만5000원 정도로 형성돼 있다는 것이 그 근거다. 또 지금의 4만6000원이 경남 전체로도 상위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농협은 이런 이유에 “지금도 적자가 심하다” “경남지역 연합RPC에서 수매가 상한선을 4만5000원으로 정했다” 등등의 논리를 보태며 버티는 상황이다.

하지만 속으로는 ‘사천시가 일부 지원할 경우 농협도 1000~2000원 정도는 더 올려줄 수 있다’는 입장을 가졌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물론 이 경우도 수매가를 직접 올리기보다는 농업장려금 등의 명목으로 우회해 지원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당분간 농민들의 추가 나락 적재 시위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하더라도 사천시가 꼼짝하지 않는 상황에서 미리 협상 카드를 제시해 봤자 농민들이 바라는 5만원에 이르지 못할 것이 뻔해 말을 아끼는 상황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이런 가운데 벼 수매가를 둘러싼 갈등이 오는 10일이 지나면 가닥이 잡힐 것이란 예측이 유력하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곤양농협과 곤명농협의 통합문제가 이날 조합원들의 투표로 결정되면, 통합 조합장을 중심으로 농협연합RPC 의견 조율이 쉬워지고 농민과의 협상도 가능하리란 전망이다.

따라서 당분간은 농민들의 추가 나락 적재 시위가 계속되는 가운데 농협 쪽에선 내부 의견조율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후 12월 중순께 이르러 벼 수매가 선지급금 논란이 일단락 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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