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명순 사천여성회 대표

여명순 사천여성회 대표
여명순 사천여성회 대표

우리사회에서 수없이 일어나는 많은 사건들. 택배노동자들의 죽음, 가족동반자살, 아동학대 사건 등등... 이런 사건들을 우리는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아야 할까? 좁은 나라에서 웬만하면 하루 만에 도착하는 택배를 총알배송이니 로켓배송이니 새벽배송이니 하며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내보는 노동현실을 접한다. 한발 더 들어가 보면, 노동착취를 통한 기업의 이윤추구 문제가 걸려 있다. 최근 잇단 택배노동자들의 죽음이 개인의 단순한 과로사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것이 우리의 인권감수성이다. 

사회를 뒤흔드는 성폭력사건이 일어나고 그 사건의 파장 못지않게 불어 닥치는 후폭풍을 접할 때마다 우리사회가 성폭력을 대하는 관점에 대해 생각해보곤 한다. 너무나도 명확하고 간단한데 갑론을박 복잡하게 얽히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마다 이야기되는 것이 성인지감수성이다. 인간다운 사람의 권리가 차별받지 않고 있는 지 볼 수 있는 인식이 인권감수성이라고 한다면, 성인지감수성이란 인권감수성과 마찬가지로 성을 통해 불평등의 민감성을 알아차리는 인식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민감성은 누구의 관점에서 볼 수 있어야 될까? 바로 약자의 관점에서 바라보아야 하는 것이다. 선녀와 나무꾼 동화를 우리는 그동안 성실하고 효성 지극한 나무꾼의 입장에서만 바라보았지만, 옷을 빼앗기고 낯선 공간에서 원치 않은 결혼생활을 해야 했던 선녀의 입장은 생각하지 못했다. 선녀의 입장이 곧 약자의 입장이다. 평등의 관점에서 약자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을 때 사회를 더 정의롭게 만들 수 있다.

인권감수성 훈련은 일상생활에서도 가능하다. 편찮으신 엄마를 보면 사람들은 덥석 손을 잡거나 어깨를 감싸 안으며 위로와 친근함을 표현한다. 그런 모습을 옆에서 지켜본 나는 감사한 마음이었는데, 하루는 엄마께서 그런 것들이 아주 불편하고 싫다고 말씀하셨다. 나조차도 무심코 넘긴 일이었는데 사람들의 의도와 상관없이 엄마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충분히 그러실 수 있겠구나 싶었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봐야 되는 일이었다. 이런 사소한 일상에서도 늘 민감하게 상대방의 입장을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바라볼 수 있는 민감성을 키우는 것을 감수성훈련이라고 한다. 감수성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훈련되는 습관이다. 요즘 여러 사건을 접해보면서 우리사회가 갈수록 인권감수성, 성인지감수성이 높아지고 넓어지고 있음을 느낀다.

차별을 볼 수 있는 눈, 고통을 들을 수 있는 귀, 공감하는 마음만 가지고 있다면, 어제는 보이지 않았던 사회 곳곳의 차별들이 보일 것이다. 나의 일상생활 속에서도, 대중매체 속에서도 내 의식 속에도 이런 먼지와도 같은 차별은 넘쳐난다. 보이는 사람에게만 보인다고 농담처럼 말하곤 하지만, 보려고 하지 않은 것은 아닐까? 한번 보이면 계속 보이게 되는 인권감수성, 성인지감수성을 키워가는 계기들이 갈수록 많아졌으면 좋겠다.

다양한 인권을 주제로 다루고 있는 이번 ‘제4회 사천인권영화제’ 또한 인권에 대한 감수성을 키워가는 큰 계기가 되리라 생각한다. 

영화를 보면서 꼭 누구의 관점에서 보려고 애쓰지 않아도, 우선 어떤 사건이 누구의 관점에서 다루어지고 있는가를 알아차려도 될 것 같다. 그 감수성이 우리 사회의 약자를 배려하고 따뜻하고 평등한 공동체 사회로 나아가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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