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기] 곤양면 건강걷기대회에 참가하다

지난 5일 열린 곤양면 건강걷기대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부지런히 걷고 있다.
지난 5일 열린 곤양면 건강걷기대회에 참가한 시민들이 부지런히 걷고 있다.

[뉴스사천=고해린 기자] 11월 5일 오전 6시30분. 평소라면 자도 자도 부족하게만 느껴지는 잠을 메꾸려 이불 속에 파묻혀 있을 시간이다. 걷기대회에 나간다고 하니, 직장동료가 아침에는 일교차가 커 꽤 추울 거라고 지레 겁을 줬다. 한겨울에나 입는 검은색 롱패딩을 꺼내 입었다. 침낭에 묻힌 듯한 차림새로 집 밖으로 나서자마자, 조언을 듣길 잘했다고 느꼈다.

이른 아침이었지만 출발점에는 이미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있었다.
이른 아침이었지만 출발점에는 이미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있었다.
‘이렇게 이른 시간에 누가 걸으러 나와?’라는 생각이 무색하게, 이미 출발지점에는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었다. 나만 게으르게 살았던 걸까? 동네의 부지런한 사람들은 다 모인 듯 했다. 사람들의 입에서 새어 나오는 입김이 성큼 다가온 추위를 느끼게 했다.
 
걷기대회 코스는 곤양면생활체육시설에서 출발해 곤양천 둑방길을 따라 상정1교에서 반환점을 돌아오는 왕복 6km 구간이었다. 평소 운동이라곤 ‘숨쉬기 운동’만 해왔던 지라, 걷기대회라는 이름에 덜컥 부담이 앞섰다. ‘나 같은 저질체력도 할 수 있을까?’ 생각에 잠긴 채, 대회에 나온 사람들을 구경했다. 알록달록한 패딩, 얼굴을 가린 마스크. 대회에 참가한 대부분이 최소 40대에서 최고 70~80대 정도 되어 보였다. 내 또래의 20대는 가뭄에 콩 나듯 뜨문뜨문 보였다.
 
반팔 차림으로 준비 운동을 지도하던 체육지도사들. 
반팔 차림으로 준비 운동을 지도하던 체육지도사들. 

 

어느 정도 사람이 모이자, 준비운동이 시작됐다. 반팔을 입은 체육지도사 두 분이 앞에 나와 시범을 보였다. ‘이 날씨에 안 춥나?’ 걱정이 됐다.

 

걷기대회에 참여한 사람들.
걷기대회에 참여한 사람들.

 

준비가 끝나고, 걷기가 시작됐다. 양 떼가 우르르 몰려가듯 사람들이 출발했다. 어쩜 다들 이렇게 잘 걷는지. ‘파워워킹(Power Walking)’을 하는 사람들에 휩쓸려 한참을 걸었다. 평소 잘 걷지 않아서일까, 금방 숨이 찼다. 어떻게든 사람들을 따라가겠다고 용을 쓰다가, 100m도 안 돼서 뒤처졌다. 뒤처진 김에, 빨리 걷자는 생각을 버렸다.
그러자 아름다운 곤양천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서리가 하얗게 내려앉은 풀, 곤양천을 노니는 새, 가을빛으로 물든 나무들까지. 길동무도 만났다. 75세 이점이 어르신은 연신 힘들다면서도, 부지런히 걸음을 내디뎠다.
 
“이장이 방송을 하니께 나왔제. 사살 걸어간께 뭐. 전에는 내가 걸음을 참 잘 걸었는데. 안 올라 쿠다가 왔다 아이가. 내도 힘들다~”
 
걷다 보니, 곤양천의 아름다운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걷다 보니, 곤양천의 아름다운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어르신과 두런두런 얘기를 하다 보니, 어느새 반환점에 도착했다. 이미 다른 사람들은 앞서가고, 썰렁한 반환점만 지각생들을 반겼다.
 
돌아가는 길에는 잡생각이 사라지고, 뇌가 맑아졌다. 청량하면서도 찬 공기가 얼굴을 두드리고, 두 발은 계속 앞으로 향했다. 머릿속 일, 고민, 스트레스, 인간관계... 아무 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냥 ‘걷는 행위’ 자체에만 집중하게 됐다.
 
곤양천 둑방길을 따라 걷고 있는 사람들.
곤양천 둑방길을 따라 걷고 있는 사람들.

 

걷다보니, 저 멀리 앞서 걸어가는 사람들이 보였다. 그때 걷기가 곧 인생과 닮아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분야이던지 앞선 사람을 따라잡거나, 추월하기 위해서는 뒤에 있는 사람은 엄청난 노력을 해야겠구나. 당연한 이치이겠으나, 직접 걸으면서 와닿는 느낌이 또 달랐다. 나만의 보폭, 나만의 속도로 걷다보니 금세 출발점이었다. 길을 다 걷는데는 1시간 반이 걸렸다.

 

반환점에서 받은 걷기대회 행운권. 운좋게 추첨에 당첨돼 커피포트를 받았다.
반환점에서 받은 걷기대회 행운권. 운좋게 추첨에 당첨돼 커피포트를 받았다.

 

‘오늘 해가 서쪽에서 떴나?’ 하늘도 놀랬나 보다. 답지 않게 부지런을 떤 상일까. 행운권 추첨에서 당첨돼 커피포트를 받았다.
 

내 주변에도 몇몇 ‘걷기 전도사’들이 있다. 그들은 입에 침이 마르도록 걷기의 효과를 칭찬한다. 직접 걸어보기 전에는 그들의 이야기가 ‘뻔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요즘 뭘 해도 무기력하고, 기운이 안 난다면 걸어보자. 코로나19 방역단계가 조금 완화되며 동네마다 걷기대회도 열리고 있으니, 시기도 제격이다. 걷기대회가 아니라도, 더 추워지기 전에 동네 한 바퀴 걸어보는 건 어떨까? 인생은 생각이 아니라 행동으로 바뀌니까.

 

한 시민이 걷기대회 행운권 추첨에 당첨돼 상품으로 식기세척기를 받아가고 있다.
한 시민이 걷기대회 행운권 추첨에 당첨돼 상품으로 식기세척기를 받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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