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한의 영화이야기] '마리 퀴리'

'마리 퀴리' 포스터.
'마리 퀴리' 포스터.

매우 사적인 느낌이지만 ‘마리 퀴리’라고 했을 때 제일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다. 오래된 흑백 사진 속 시선 하나가 부드러운 듯 날카롭게 꽂힌다. 이 이중성을 감내하는 깊은 눈빛의 소유자는 마리 퀴리다. 영화 <마리 퀴리>는 흔히 위인의 일생이나 여정을 그린 ‘전기성 영화’와는 맥을 달리한다. <마리 퀴리>는 마치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듯 세밀하며 내밀하고 사적이다. 그게 이 영화의 매력이자 장점이며 흠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위인들만 묻힐 수 있는 국립묘지 팡테옹에 묻힌 최초의 여성, 소르본 대학 여성 최초의 물리학 박사이자 최초의 여성 교수, 두 번의 노벨상을 수상한 경이로운 지성의 소유자인 마리 퀴리는 자신의 삶을 이렇게 묘사했다고 한다. “전 폴란드에서 태어났어요. 피에르 퀴리와 결혼했고, 두 딸을 두었지요. 연구는 프랑스에서 했어요.” 과학자다운 군더더기 없는 표현이지만 객관적으로 들여다본 그녀의 삶은 명성만큼이나 우여곡절이 많았다. 부유하지 못했던 어린 시절, 이민자로서의 차별, 여성 과학자이기에 감내해야 했던 모순 등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든 시대를 마리 퀴리는 온몸으로 관통했고 역사는 그를 가장 위대한 과학자들의 반열에 마리 퀴리라는 이름을 올렸다. 

남성들의 전유물이나 다름없던 보수적이며 배타적인 과학자 집단에서 마리 퀴리를 성장시킨 것은 오롯이 그녀가 가진 천재성과 노력이었다. 영화 <마리 퀴리>는 과학자이던, 유명인 이전 한 여성의 삶을 담담하고 당당하게 그리고 천천히 들여다본다. 앞서 언급했듯 위대한 영웅서사가 아니며 한 위대한 인간의 사적인 삶과 과학에 대한 깊은 성찰의 결과물이다. 이 경이로운 지성의 소유자가 어떤 감성을 가진 사람이었는지 남편과의 로맨스를 통해 보여주는 대목도 흥미롭다. 형식미에 있어서는 다소 우왕좌왕하기도 하지만 충분히 멋진 영화다. 

영화를 보고 나면 아인슈타인이 갈파한 “유명한 사람들 중에서 명예 때문에 순수함을 잃지 않은 유일한 사람”이라는 찬사는 어쩌면 그녀를 수식하는 가장 인간적인 수사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스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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