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창섭 시인.
송창섭 시인.

이런 말은 어떨까요. “그 메뉴는 안 되세요.” 저만 낯선 건가요. ‘-세요’를 일러 “모음이나 ‘ㄹ’로 끝나는 동사의 어간 뒤에 붙어서, 상대에게 정중하게 명령하거나 권유하는 뜻을 나타내는 말. 서술격 조사인 ‘이다’의 어간 뒤에 붙어, 상대에게 현재의 어떤 사실을 묻거나 알리는 뜻을 나타내는 말.”이라고 설명합니다.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는 이 말을 “그 메뉴는 안 돼요, 안 됩니다.”라고 하면 될 텐데, 설령 어떤 특별한 의도를 담았다 하더라도 바로잡는 게 좋겠습니다. 

우리가 별 의식 없이 무심코 쓰는 말 중에는 이상한 쓰임새를 가진 것들이 적지 않습니다. 낯익지만 한편 낯설고 또 어색한 우리말 여행을 더 하겠습니다. 다음과 같은 표현들 한번 음미해 보세요. “주문 도와드리겠습니다. 이쪽으로 가실게요. 조금 아프실게요. 커피 나오셨습니다. 오천 원 되시겠습니다. 오천 원이십니다. 그릇/불판이 뜨거우십니다. 이쁘시느라 수고가 많습니다. 약은 지금 오고 계세요. 검사 끝나면 전화 줄게요.” 어떻습니까 느낌이. 낯설고 어색한가요, 낯익어 자연스러운가요. 아니면 어떻게 말하든 뜻은 통하니까 아무래도 괜찮은가요. 이도 저도 아니면 그저 무관심한가요. 

“주문 도와드리겠습니다.”는 앞서 언급한 “결제는 어떻게 도와드릴까요?”와 크게 다를 바 없습니다. 그냥 “어떤 걸로 주문하시겠습니까?, 주문해 주세요, 주문하십시오.” 등과 같은 말을 쓰면 별 무리가 없는 표현입니다. 

“이쪽으로 가실게요. 조금 아프실게요.” 이 말은 특히 병의원이나 요양원에서 근무하는 이들이 많이 쓰고 있는데 은연중에 그 쓰임새가 점차 넓어지고 있는 추세입니다. 우리말의 ‘-ㄹ게(요)’는 모음이나 ‘ㄹ’로 끝나는 동사의 어간에 붙는 종결어미로 하게체나 해체(해요체)에 해당하는 말이지요. 자신의 의사를 드러내어 상대편에게 약속을 하거나 동의를 구하는 역할을 합니다. “내일 할게요. 이쪽으로 갈게요.”와 같이 자신의 의사를 밝히는 것으로 서술의 주체가 자신임을 명백히 합니다. 상대의 행동이나 상태를 나타내기 위해 쓰는 말이 아닌 것이지요. 곧 “이쪽으로 가십시오(가세요).” 함께 갈 경우엔 “이쪽으로 가자/갑시다.” 하면 깔끔하지 않습니까. “조금 아프실게요.”라는 말은 약간의 애교를 섞어 아파도 양해를 해 달라는 속뜻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곱씹어 되뇔수록 우습습니다. ‘-ㄹ게(요)’는 모음이나 ‘ㄹ’로 끝나는 동사의 어간 뒤에 붙어, 상대에게 어떤 행동을 할 것을 약속하는 뜻을 나타냅니다. 그렇기에 “조금 아프십니다/아픕니다. 조금 아프지만 참아 주세요.”라고 말하면 쌈박하지 않겠습니까. 

“검사 끝나면 전화 줄게요. / 전화 주세요.” 언중들에게는 호소력이 있는지 많은 사람들이 무심결에 쓰고 있습니다. “검사 끝나면 전화할게요.”라는 표현이 맞지만, “줄게요. / 주세요.”라는 말의 쓰임새가 점차 넓어지고 있으니 그 추이를 좀 더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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