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의 숫자를 세는 특별한 이유

겨울 섬진강! 반짝이는 물별위로 오리떼가 먹이를 찾아 이리저리 꽥꽥거리며 날아 다닙니다. 무척 한가로운 풍경입니다. 올해 겨울 섬진강을 찾아온 오리들은 참 행복합니다.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 등 다른 강들은 각종 공사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겠지요. 사람들의 잦은 발길, 굴삭기의 굉음, 트럭의 엔진 소리에 놀라 서식처를 옮겨 다닐 오리들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강이 아름다운건 수많은 생물들이 함께 살아가기 때문입니다. 강은 갈대, 억새, 버드나무, 참게, 숭어, 버들치, 쉬리, 오리, 기러기들이 한데 어울려 살아가는 생물종 다양성의 공간입니다.

▲ 섬진강의 겨울 모습입니다.

겨울 섬진강, 하동 포구 풍경입니다. 억새와 갈대, 버드나무가 한데 어울려 살아갑니다. 섬진강. 봄이면 매화꽃,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납니다. 환한 보름달 아래 배꽃이 구경나온 나그네의 발길을 밝혀줍니다. 언제 봐도 아름다움이 듬뿍 묻어나는 섬진강입니다. 
 
▲ 섬진강 갈대밭입니다.
섬진강 하구 갈대밭입니다. 갈사만 바닷물과 섬진강 민물이 만나는 지점입니다. 오른편으로는 남해고속도로가, 왼편으로는 경전선 철길이 지나갑니다. 남해고속도로 진월 I.C에서 나와 망덕 포구 방향으로 접어들면 만날 수 있는 모습니다. 망덕 포구 쪽에서 섬진강 휴게소와 섬진강 사이로 난 길을 따라 하동 쪽으로 달려가면 됩니다.

▲ 겨울 철새들의 모습이 실루엣으로 보입니다.
물가에 한가로이 노니는 오리떼들이 보입니다. 오늘은 새를 모니터링 하는 날이라 숫자를 세기로 했습니다. 햇빛이 역광으로 비춰지는 바람에 실루엣으로만 보일 때도 있습니다. 흰뺨검둥오리, 청둥오리, 비오리, 흰물떼새, 왜가리, 백로 등등. 다양한 새들의 모습이 보입니다.
 지금부터 새의 숫자를 셉니다. 

▲ 오리떼와 왜가리
▲ 조류 조사 공책입니다.

새의 숫자를 셀 때는 2인 1조가 가장 좋습니다. 한 사람은 망원경으로 새를 찾아 새의 이름과 개체수를 불러주고, 다른 한 사람은 조류 조사 공책에 받아 적습니다.

조류 조사장에 적혀있는 내용입니다. 새 한마리 한마리를 일일이 찾아 숫자를 셉니다.  날씨는 맑습니다. 썰물 때라 바다에서 육지쪽으로 날아드는 오리떼가 많습니다. 갈매기는 배 주위를 비행하면서 먹이를 찾고 있습니다. 괭이갈매기 3, 1, 6, 8....... 흰뺨검둥오리 6, 1, 7, 5, 6, 2......... 청둥오리 4, 2, 7, 10, 76, 28........ 흰물떼새 2, 3, 3, 4, 4, 2. 왜가리, 쇠백로, 붉은부리갈매기, 논병아리, 참새, 딱새 등 종류도 다양합니다.

 좌에서 우로 또는 우에서 좌로 숫자를 세어 나갑니다. 최대한 정확하게 개체수를 파악하기 위한 방법입니다. 멀리 있는 새를 정확하게 동정하고, 개체수를 파악하기가 쉽진 않습니다. 최대한 근사치에 접근하기 위해 선택한 방법입니다. 

▲ 모래등 위로 오리떼가 보입니다.
예전엔 재첩 잡는 아주머니들로 부산했던 하동포구 들머리에 위치해 있는 '목도'란 곳입니다. 지금은 바닷물이 섬진강 중하류까지 다다르는 바람에 재첩이 예전처럼 많이 잡히진 않는 모양입니다. 재첩은 바닷물과 민물이 적당히 섞이는 기수 지역에서 많이 잡힙니다. 오리떼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는 것은 바닷물이 점점 섬진강 위쪽으로 더 많이 올라온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 고성능 망원경으로 섬진강 조류 조사를 하고 있습니다.

섬진강에 노니는 그 많은 새를 왜 셀까? 새의 종과 개체수 변화 추이를 정기적으로 모니터링 하는 이유는 생태계의 변화 모습을 파악해 보기 위해서입니다.  새들은 오랜 세월 진화해온 자신의 신체 특징에 따라 서식지를 달리합니다. 다리가 긴 새도 있고, 짧은 새도 있습니다. 헤엄을 잘 치는 새도 있고, 잠수를 잘하는 새도 있습니다. 강물이 깊어지면 잠수성 오리가 많아집니다. 주변 습지가 늘어나면 수면성 오리가 많아집니다. 먹이가 많아지기 때문입니다. 어떤 새들이 보이는가에 따라 생태계의 변화 양상을 가늠해 볼 수 있습니다.
 
▲ 조류 조사장

획일적으로 또 급하게 진행되는 4대강 사업이 왜 문제인가를 반추해 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강물은 모래톱, 여울, 자갈 바닥 위를 다양한 모습으로 흘러가야 합니다. 그래야 서식하는 새의 종류와 개체수, 생물종이 다양해집니다. 서식하는 새의 종류와 개체수가 다양하다는건 그만큼 강이 건강하다는 증거입니다. 강은 쉼없이 흘러야 합니다. 다양한 철새들의 삶터가 되어야 합니다.

▲ 가창오리 군무
가창오리는 아침 저녁으로 군무를 펼칩니다. 그럼 이 가창오리는 어떻게 셀까요?
 
 위 기사는 '하동 생태해설사 양성교육'에 참여한 분들과 함께 교육도 하고, 기록도 하며 섬진강 조류 조사한 내용입니다. 사천만, 광포만 조류 조사 내용은 다음 기사에서 다룰 예정입니다. 기대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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