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한의 영화이야기] '미스터 존스'

'미스터 존스' 포스터.
'미스터 존스' 포스터.

대체로 진실은 다양한 층위 속에 여러 가지 방향으로 흘러간다. 선동이 개입하면 그중 한 방향은 거대한 물결을 이루며 이념이 된다. 설령 그것이 잘못된 진실, 거짓일지라도. 그 거짓의 민낯을 드러내게 하는 데는 신념이 필요하다. 인간의 역사를 살펴볼 때 보통 그 신념을 가진 자는 극소수이며 온갖 핍박과 고난을 감수한다. 왜일까? <미스터 존스>는 그 의문에 온몸으로 대답한 한 기자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가레스 존스 씨에게 있어 대다수의 사람들이 옳다고 믿는-심지어 배울 만큼 배우고 가질 만큼 가졌다고 믿는 상류층조차도-진실은 늘 탐구 대상이다. 기자가 천직일 수밖에. 그래서 외신기자 최초로 히틀러를 인터뷰했던 그는 모든 정보가 통제되었던 1930년대 스탈린 집권 시기의 소비에트 연방으로 향했다. 유토피아를 노래하는 스탈린에 대한 기자의 본능적 의심 또는 호기심이었을 것이다. 이런 그가 실제 마주하는 것은 스탈린이 일으킨 인위적인 기근으로 인한 대학살인 ‘홀로도모르’였다.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을 인용하고 은유하면서 진실에 다가가는 <미스터 존스>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가짜뉴스가 범람하고 ‘기레기’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저널리즘의 실종 시대에, 1930년대 목숨을 걸고 취재하던 사명감 넘치는 기자의 모습이 과연 어떻게 보일까. <미스터 존스>는 좌고우면하지 않고 중심 잡아서 달려가는, 영화의 모든 요소가 한 가지 방향으로 흘러가는 영화다. 이 고단한 시절에 더 고단한 시절을 돌아보는 것도 영화를 선택하는 충분히 괜찮은 기준이다.

<토탈 이클립스>를 연출했던 아그네츠카 홀란드 감독의 시선은 냉정하지만 그 안의 진실은 뜨겁다. 진실이 놓인 곳이자 약자들의 공간을 지지하는 그의 방식은 건조하다. 동요하지 않는 연출 방식은 굉장히 깔끔하면서 군더더기 없다. 가레스 존스가 목도하고 믿는 진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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