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맛으로 영혼이 부르다 (5) - 나이를 넘은 꿈과 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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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맛으로 영혼이 부르다 (5) - 나이를 넘은 꿈과 우정
  • 송창섭 시인
  • 승인 2021.02.02 15: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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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창섭 시인.
송창섭 시인.

‘꿈!’, 소리만 들어도 가슴이 설레지 않는지요. 아이들에게 꿈이 뭐냐고 묻는 일은 흔합니다. 어린 나이에 앞으로 무슨 일을 하고 싶은지 궁금하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환갑을 훌쩍 넘긴 칠십, 팔십의 고령임에도 꿈을 갖고 있는 분들이 꽤나 있습니다. 꿈은 아이들만의, 젊은이들만의 전유물이 아님을 일깨워 줍니다. 

김정자의 「꿈」이라는 시입니다. “내 꿈은 가수/두 번째는 미용사/하나도 안 댓다/기양 엄마가 댓다/지금도 노래소리 더르면/가섬이 벌릉거린다”

시적 화자인 ‘나’의 꿈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노래를 불러 사람들을 즐겁게 하고 감미로움을 주려는 가수가 되는 것입니다. 또 하나는 미용사가 되는 것이지요. 찾아온 손님들의 머리를 예쁘게 가꾸어 멋진 예술 작품을 만들려는 계획을 품었던 셈입니다. 하지만 바람과 달리 꿈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그냥 시집가서 평범한 엄마, 가정주부가 되었다는 말엔 뭔가 꺼낼 듯 꺼내지 못한 속상함이 묻어 있습니다. 갑갑하고 고단했던 지난 시절에 대한 푸념이기도 하지요. 노래 이야기를 한 번 더 꺼내어 지금도 노랫소리를 들으면 변함없이 가슴이 벌렁거린다는 아쉬움으로 마무리합니다. 

‘나’에게 도전할 기회가 있었는지는 분명치 않지만 뜻을 못 이룬 건 두고두고 응어리로 남겠지요. 과거를 돌이켜보면 대부분 후회할 일들이 많습니다. ‘나’ 역시 바보같이 보낸 시간들을 되짚으며, 쓰리고 아픈 마음을 넋두리 풀 듯 긁적여 스스로 위안하고 싶었을 겁니다. 

‘우정!’, 벗과 오래도록 나누는 깊고 따스한 정분을 이릅니다. 부모 팔아 친구 산다는 속담이 있지요. 친구의 소중함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말입니다. 세상에는 경제적으로, 정치적으로 성공한 이는 많습니다. 하지만 살아가면서 자신의 목숨과 바꿀 수 있는, 자신의 목숨보다 더 귀한 친구를 단 한 사람이라도 가진 이는 얼마나 될까요. 그런 벗을 가지고 있다면 그는 진정 인생의 성공자라 할 수 있겠지요.

인생 성공자에 비유할 정도의 의미와 무게를 지닌 글은 아닐지라도, 김석점이 쓴 시 「가치 배우자」는 친구를 걱정하며 아픔이든 배움이든 함께 나누고 같이하려는 소박한 우정이 담겨 있습니다. 

“필선아 손꼬락은 어떳노/신발공장 다니다 인대 느러낫제/가치 공부하면 얼마나 조켓노/내만 공부하니/맘이 짠하다/친구야 빨리 나사라/공부하로 온나 가치 배우자” 

먼저 친구의 안부를 물어 건강을 염려합니다. 같이 공부하기를 바라는 마음은 굴뚝같은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지요. ‘짠하다’는 말은 속이 답답하고 쓰리며 걱정스럽고 미안한 심리를 압축시킨 표현입니다. 참된 마음은 신뢰의 뿌리입니다. 물질적으로 풍요롭진 않아도 서로를 아끼고 위하는 마음씨를 가졌다면, 그런 삶의 벗을 두었다면 이야말로 살맛나는 행복이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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