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보험자 수 크게 줄고, 구직자는 크게 늘어
KAI 뺀 중소기업 대상으론 2월에 요건 충족 예상

지난 4월 사천지역 항공기업 노동자들이 항공제조업 특단의 대책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후 각계각층의 대정부 건의안이 이어졌다. (사진=뉴스사천 DB)
사천을 비롯한 경남지역 상공계, 정치권이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항공부품제조업을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해 달라고 정부에 건의를 하고 있다.(사진=뉴스사천 DB)

[뉴스사천=하병주 기자] 코로나19 여파로 어느 때보다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는 항공제조업계가 정부를 향해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해 달라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듯 항공제조업의 각종 고용지표에 경고등이 켜졌다. 현재 상황이 한두 달만 이어져도 항공제조업은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 요건을 저절로 갖출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은 업계의 요구에 따라 고용노동부가 한다. 지원업종으로 지정되면 해당 기업으로선 고용유지지원금이 나와, 직원들의 일자리를 지켜주면서 어려운 시기를 넘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고용유지지원금 말고도 직업능력개발훈련, 생계비 대부 등의 지원도 따른다. 고용·산재보험료와 건강보험료 등의 납부 기한 연장, 체납처분 유예 등의 혜택도 받을 수 있다.

경남지역 상공계, 정치권이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항공부품제조업을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해 달라고 정부에 건의를 하고 있다.(사진=뉴스사천 DB)
경남지역 상공계, 정치권이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항공부품제조업을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해 달라고 정부에 건의를 하고 있다.(사진=뉴스사천 DB)

문제는 이런 지원이 있는 만큼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경남과 사천을 중심으로 한 항공제조업계도 지난해 5월에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을 건의했지만 아직 뜻을 이루지 못한 것도 지정 요건을 갖추지 못한 탓이다.

고용노동부가 정한 특별고용지원업종의 지정기준은 크게 네 가지다. 첫째는 해당 업종의 고용보험 피보험자 증감률이 같은 기간 모든 업종 평균 피보험자 증감률보다 5%p 이상 낮은 경우(=지표1), 둘째는 신청 직전 1년간 평균 피보험자 수가 해당 기간 전 1년간 평균 피보험자 수보다 2표준편차 이상 감소한 경우(=지표2), 셋째는 신청 직전 1년간 구직급여 신규신청자 수가 해당 기간 전 1년간 구직급여 신규신청자 수보다 2표준편차 이상 증가한 경우(=지표3), 넷째는 고용상황의 지속적인 악화로 특별고용지원업종 신청 직전 1년간 평균 피보험자 수가 해당 기간의 3년 전 시점을 기준으로 1년간의 평균 피보험자 수보다 2표준편차 이상 감소한 경우(=지표4)이다.

그런데 사천시에 따르면, 지난해 5월 이후 항공제조업계의 경영난이 더욱 심해져 여러 지표상으로도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에 가까워졌다. 특히 지표1·3과 관련해선 지난해 12월 기준으로도 이미 요건을 충족시킨다는 것. 그리고 2월 말을 기준으로 예상해 보면 지표2에도 포함된다는 게 사천시의 설명이다. 참고로 관련 지표는 한국고용정보원이 제공하는 고용행정통계 자료를 쓴다고 한다. 또 1·2월 피보험자 수는 지난해 12월과 같게 잡았다.

특별고용업종 지정 관련 항공제조업 고용지표 현황.
특별고용업종 지정 관련 항공제조업 고용지표 현황.

이를 바탕으로 사천시가 예측하는 지표는 다음과 같다. 지표1의 경우 모든 업종의 고용 증감률은 +2.08%인데 비해 항공제조업은 -4.99%라는 것. 격차가 -7.07%p여서 요건을 충족한다. 전년도와 피보험자 수를 비교하는 지표2의 경우 항공제조업 전체를 보면 요건을 채우지 못하지만, 업계에서 가장 큰 기업인 KAI를 빼면 가능하다. 2019년 3월~2020년 2월에 (항공제조업) 피보험자 수는 1만 5034명이고, 2020년 3월~2021년 2월의 예상 피보험자 수는 1만 4664명이다. 여기서 KAI를 빼면 8734명과 8398명이 된다. 결국 지난해는 그 전년도에 비해 항공제조부문 일자리가 336개 줄어들었단 얘기다. 이밖에 구직급여 신규신청자 수를 반영하는 지표3의 경우 같은 기간에 386명에서 823명으로 437명이나 늘어 해당 요건을 넉넉히 채우고 있다.

이와 관련해 조현숙 사천시 우주항공과장은 8일 뉴스사천과 전화 통화에서 “날이 갈수록 항공제조업에 어려움이 커지고 있음을 각종 고용지표가 말해 준다”고 했다. 이어 “지표는 늘 뒤따라 오므로 업계는 지금이 가장 힘들 때”라며, “정량지표보다는 재무상황, 신용위험도 등 선행지표를 검토해 신속한 지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여파로 보잉과 에어버스사에 납품되어야 할 부품들이 쌓여 있는 모습.(사진=뉴스사천DB)
코로나19 여파로 보잉과 에어버스사에 납품되어야 할 부품들이 쌓여 있는 모습.(사진=뉴스사천DB)

한편,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 신청은 해당 업종에서 하도록 규정함에 따라 항공제조업을 대표해 한국항공우주산업진흥협회(회장 안현호)가 현재 신청 업무를 맡고 있다. 이 협회의 전략기획팀 윤정희 과장은 “특별고용지원 대상에 이미 지정된 업종에 대한 연장 여부를 3월 21일까지 결정해야 하는 만큼 조만간 심사가 있을 것으로 본다”며, “설령 3개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더라도 항공산업의 특수성 등을 고려해 선제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항공제조업 민수부문의 쌍두마차 격인 보잉과 에어버스의 2019년 수주량 합이 1009대인 데 비해 2020년엔 -926대였다”며 “이 충격이 회복되려면 최소한 3~4년이 걸리는 만큼 2021년을 어떻게 버티느냐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했다. 그만큼 항공제조업계로선 올해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되는 일이 절실하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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