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사천] 유원 

『유원』백온유 저 / 창비 / 2020
『유원』백온유 저 / 창비 / 2020

[뉴스사천=박은영 삼천포도서관 사서] 죽음의 문턱에서 돌아온 생존자는 목숨을 얻은 대가로 ‘자기’를 잃는다. 생존자의 정체성은 죽은 자와의 관계에 의해서만 규정되고 작동해서이다. 다른 모습들은 타인뿐 아니라 자신에게조차 다 묻히고 잊힌다. 소설 속 주인공 유원이 그런 존재이다. 

진심을 눌러 담은 목소리로 우리에게 새로운 희망을 건네는 소설 『유원』은 십이 년 전 비극적인 화재 사건에서 살아남은 열여덟 살 주인공 유원의 이야기를 그렸다. 자랑스러운 존재였던 언니가 자신을 구하고 죽었다는 사실에 유원은 죄책감과 부담감을 느끼고 산다.

그리고, 사고 당시에 11층 베란다에서 떨어지는 유원을 받아 낸 용감한 의인이었던 아저씨도 돈을 빌리는 등 가족에게 매달리는 모습은 불안함, 죄의식, 혐오로 다가온다.

 『유원』은 그동안에 한국 사회에서 일어난 아픈 사건들을 떠올리게 한다. 사랑받으며 자라나야 할 어린 시절부터 주변의 위로에도 상처받고 의심하며 눈치를 봐야 했던 나날, 사건의 피해자이자 당사자인 유원이 감당해야 했던 마음의 무게는 누구도 짐작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유원은 함부로 다른 사람을 원망하거나 자신의 삶을 비관하지 않는다.

말로 꺼내 놓기 어려운 모순투성이의 마음을 펼쳐 보이는 유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자. 각자의 자리에서 아픔을 딛고 성장해 나가는 십대, 그 시기를 지나온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무거웠던 마음에서 벗어나 있는 그대로의 자기감정을 발견하는 치유의 순간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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