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누룩. 둥근 떡 모양이라 해서 ‘떡 누룩’이라 부른다.
다양한 누룩. 둥근 떡 모양이라 해서 ‘떡 누룩’이라 부른다.

[뉴스사천=최인태 막걸리문화촌장] 중국은 춘추전국시대, 우리나라는 삼국시대부터 ‘누룩’을 사용했다. 크기나 모양에서 붙은 이름은 ‘떡 누룩’. 중국이 직육면체의 블록 형태가 대부분이라면, 우리나라는 주로 원반 형태다. 남쪽으로 갈수록 두꺼워지고, 북쪽으로 갈수록 얇아지는 특징이 있는데, 이는 수분을 고루 잘 마르게 하기 위함에서 비롯됐다.

일본도 우리처럼 누룩으로 술을 빚었다. 실제로 일본 고사기(古史記)에는 “15대 응신천왕이 백제사람 수수보리(인번ㆍ仁番)가 누룩으로 빚은 술을 마시고 덩실덩실 춤을 췄다”라는 기록이 있다. 하지만 일본은 우리와 누룩의 모양이 달랐다. 사면(四面)이 바다로서 습기가 많은 특성 때문인지 ‘떡 누룩’ 대신 ‘흩임누룩’인 ‘코지’(입국ㆍ立麴)를 만들어 술을 빚었던 것이다. ‘떡 누룩’은 습기 때문에 쉽게 상했던 모양이다.

그런데 일제강점기에 만들어진 양조장(釀造場)은 우리나라 누룩을 쓰는 것이 아니라 일본식 누룩인 ‘코지’를 발효제로 썼다. 마지막에 맛을 내기 위한 첨가제로서만 누룩을 넣어주었으니, 대체로 우리는 지금까지 국적 불명의 ‘한일 짬뽕식 막걸리’를 마셔온 셈이다. 

누룩은 술의 씨앗이다. 이제라도 양조장 술을 사서 마시기보다 제대로 된 술을 직접 만들어 먹기를 권하면서, 간단한 술 빚기 방법을 하나 소개한다.

부의주(浮蟻酒ㆍ찹쌀 동동주)는 고려 시대부터 빚었던 술이다. ‘뜰 부(浮)’에 ‘개미 의(蟻)’ 자를 썼다. 술 위에 쌀알이 둥둥 뜬 것이 마치 개미 알 같다 하여 붙여진 이름인데, 일명 동동주라 한다.

최인태 막걸리문화촌장
최인태 막걸리문화촌장

재료로 찹쌀 3kg, 누룩 900g, 물 3ℓ를 준비한다. 빚는 법은, 먼저 누룩을 물에 7시간 침지(沈漬)해 ‘물 누룩’을 만든다. 이어 찹쌀을 고두밥으로 쪄서 20도 이하로 식힌다. 다음으로 침지해 놓은 ‘물 누룩’을 걸러서 함께 버무린다. 이것을 항아리에 담아 술이 익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위에 뜬 맑은 것을 거르면 그것이 부의주다.

‘농사가 풍년이어도 풍년가를 부르는 농민은 없다’는 자조 섞인 말이 떠도는 요즘이다. 이럴 때, 술을 직접 빚어 마시면서 건강한 먹거리도 살리고, 우리 쌀의 소비도 촉진하자. 농민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봄이 왔다. 가슴에 꽃 하나 피우시길 두 손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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