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한의 영화이야기] 아이

영화 포스터
영화 포스터

[뉴스사천=배선한 시민기자] <아이>의 영어 타이틀은 ‘I’ 다. 영화를 보기도 전에 왜 이 제목에 집중하게 되었을까.  동음이의어여서도 아니고 ‘아이=나’라는 중의적 해석 때문도 아니다. 단순하고 유치할 수도 있지만 아이, 아이라고 두 번 발음할 때의 리듬감이 좋아서였다. 입에서 우물거리다 ‘아이’ 또 ‘아이’라고 발화하는 순간 리드미컬한 언어적 쾌감이 유쾌하고 경쾌했다. 유쾌함과는 거리가 먼 영화일 거라는 선입견과는 별개로.

<아이>는 이른바 우울한 소재의 총집합이다. 그러나 그 소재를 풀어가는 방식은 어둡거나 상투적이지 않다. 김현탁 감독의 첫 장편 시나리오로 만든 첫 장편 데뷔작인 이 영화는 소외된 인물들을 그리되 그들을 소외시키지 않는다. 섣부른 동정이나 연민을 개입시키지 않으면서 시종일관 따뜻한 공감의 시선을 보낸다. 

살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수면 시간 외에는 쉴 틈 없이 일해야 하는 보호종료아동 아영과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미혼모 영채 그리고 영채의 아이 혁. 이 세 사람이 좌충우돌 하나의 지점을 찾아가는 과정은 솔직히 아프고 또 갑갑하다. 부유하지 않더라도 보통의 사람들이 당연한 듯 누리는 모든 것이 이들에게는 너무 멀리 있다. 당연하지 않음의 반복이 켜켜이 쌓여 이룬 삶을 고될 수밖에 없다. 사실 이들이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은 판타지의 영역일 지도 모른다. 그 판타지가 현실이 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살아야만 하는 이유를 찾아가는 동행의 과정이다. 

고단한 삶이 아로새긴 생채기를 보듬는 여정의 말미는 마치 잠깐의 소란이 지나가고 기다리지 않았는데도 평화가 찾아오듯 덤덤하다. 생각보다 여운이 길다. 가족의 해체나 재구성, 육아복지 같은 거대 담론으로 이끌어낼 수도 있음에도 영화는 욕심내지 않고 차분한 호흡을 유지한다. 외치기보다는 투덜거리고 속삭이지만 그 이야기의 중심에는 인간에 대한 애정이 깔려있다. 참 따뜻한 영화다. 세상의 모든 아이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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