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창섭의 배우며 깨달으며] 

송창섭 시인.
송창섭 시인.

[뉴스사천=송창섭 시인] 먹거리가 대세라 할 만큼 요즘 들어 부쩍 음식 문화에 대한 관심이 큽니다. 신문, 방송, 서적, 인터넷 등 활개를 치지 않는 곳이 없습니다. 도심지, 산간벽지, 섬마을에서도 해외여행을 가서도 굳이 여행이 아닌 나들이를 해도, 맛나고 새롭고 기이한 먹거리에 많은 이들이 강한 호기심을 갖습니다. 그래서 시골 어머니가 조몰락거려 만든 토속적인 맛과 초지일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는 전통 시장의 골목맛, 아줌씨맛은 특별한 매력이 있어 보입니다. 

“여름 반찬 별거 있나요/댄장 한 수가락 푹 뜨다가/뚝바리에 담고/고치 한 개/뚝 뿌지러 여코/부뚝부뚝 끌여서/열무김치에/꼬이장 한 수까락 여코/석석 비벼 무모 맛잇서요” 조숙자의 시 「맛」입니다. 

맛을 내는 과정의 손놀림이 마치 선머슴과 똑같습니다. 대충 얼렁뚱땅 해치우면서도 빠르고 거침이 없습니다. 겉으로 보기엔 성의와는 거리가 멉니다. 무뚝뚝하고 투박스럽기까지 합니다. 이런 연유로 아줌마의 언행이 마치 아저씨 같다 하여 아줌씨라 부르기도 하지요.

아무튼 음식 조리법(recipe)에서 말하는 이러저러한 비율 맞춤이 없습니다. 큰술 작은술 또한 없습니다. 어림잡은 한 꼬집 두 꼬집이 있을 따름입니다. 하지만 오랜 세파를 거치며 다져온 ‘대충’이기에 정성이 없는 듯 보여도 깊은 속마음에서 우러난 손맛이 배어 있습니다. 척하면 삼척이고 포하면 삼천포 쥐포 아니겠습니까. 말보다는 직접 먹어 봐야 제대로 된 맛을 알 수 있습니다. 엄지를 치켜세우며 ‘쥐긴다!’ 소리가 절로 나오지요. 숲길을 갈 때면 묵은 소나무의 겉껍질을 보세요. 굵게 갈라진 목피에서 아줌씨의 손등을 읽을 수 있을 테니까요.  

신막엽이 쓴 「천냥치킨」이라는 시입니다. “손님 끌라고 쪼매 남기고 만이준다/오뎅. 통닭. 고지 가지수 억수로 만타/꼬매이가 처녀 총각 대서/14년 단골이라 차자온다/아지매 맛 살아잇네/이래 만이 주마 머 남섬니까 한다/만이는 안 남가도 남끼는 남는다/내맛 비결은 기름 새거 쓰고/빠삭 빠삭 매 티긴다/정직한 내 마음 아는갑다/잔돈도 안 받고 끝다리 노코간다/내사 꿀리는 게 업다” 

‘공짭니다, 공짜. 밑지고 팝니다. 어디에서도 이래 못 삽니다.’ 어디선가 한번쯤은 들어본 말일 겁니다. 사실 묻고 따지고 할 일도 아닙니다. 거저 주거나 손해를 보고 장사하는 사람은 없다는 걸 다 아니까요. 장사란 남겨야 먹고 삽니다. 적더라도 이윤이 있어야 고생한 보람이 있습니다. 때문에 생계유지가 불가능한 이윤 없는 장사는 있을 수가 없는 것이지요.
 
시를 꼼꼼히 음미해 보면, 아주머니는 박리다매를 알고 푸짐한 인심도 알고 한결같은 정성도 알고 깔끔하고 위생적인 것도 압니다. 이미 상술의 귀재가 되었습니다. 하찮은 장사치라고 얕잡아 봤다간 후한 인심과 굳센 정직함 앞에서 후회를 하겠지요. 유난히 손님들이 많고 북적대는 장삿집을 보면 그럴 만한 충분하고 주요한 까닭이 있다는 얘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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