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한의 영화이야기] 모리타니안

영화 포스터
영화 포스터

[뉴스사천=배선한 시민기자] 진실의 무게는 한없이 가볍거나 한없이 무겁다. 진실을 은폐하려는 무리에게는 거대한 진실도 티끌에 불과하지만, 그 묻어둔 진실을 밝히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태산을 진 것처럼 무겁다. 그리고 그 진실의 힘은 진실 자체라기보다 ‘진실’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파급력이 달라진다.

영화의 제목인 모리타니안(Mauritanian)은 아프리카 서북부에 있는 모리타니아 사람을 의미한다. 짐작대로 영화의 주인공인 슬라히는 모리타니안이다. 보통 작품의 타이틀은 주제와 밀접하게 연결되어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 영화 역시 짧은 타이틀 속에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함축돼 있다. 힘없고 가난한 나라의 사람 모리타니안은 소재이면서 강력한 주제 의식을 보여주는 단어다. 

실존 인물인 모하메드 우드 살라히의 회고록을 바탕으로 만든 <모리타니안>은 악명높은 관타나모 수용소에 억류됐던 14년간의 기록이다. 다큐멘터리 감독 출신인 케빈 맥도널드는 그의 장기를 살려 실화를 소재로 몰입감 넘치는 극영화를 연출해 냈다. 고통스러울 만큼 사실적인 묘사보다 더 받아들이기 힘든 것은, 영화로 보여주지 못한 실제 사건이 더 끔찍했다는 점이다.

이 지점에서 돋보이는 영화의 미덕은 실화라는 ‘사실’의 무게감을 견디며 생생한 캐릭터를 만들어낸 배우들의 연기다. 대척점에 선 조디 포스터(낸시 홀랜더)와 베네딕트 컴버배치(스투 코우치)는 누가 맞고 누가 틀림을 증명하는 과정이 아닌 각자의 신념을 향해 질주하는 대립을 보여준다. 이 대립의 중심에 있는 9.11 테러의 핵심 용의자 살라히 역의 타하르 라힘은 새로우면서 특별한 발견의 기쁨이다.

국가기밀, 진실, 용의자, 변호인 등의 핵심 키워드만 보면 법정 스릴러의 길을 갈 것처럼 보이지만 <모리타니안>은 다큐멘터리에 가깝다. 영화적 재미보다는 영화의 메시지에 집중하고자 하는 감독의 선택은 현명해 보인다. 진실은 폭력에 의해 억압되지만 억압을 뚫고 나오는 강력한 힘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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