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민주화 시위 모습. (사진=미얀마 나우)
미얀마 민주화 시위 모습. (사진=미얀마 나우)

[뉴스사천] 1986년, 대학교 1학년 시절이었다. 봄 축제인 오월제 기간, 야심한 밤에 광주항쟁 영상을 학생식당에서 상영한다는 은밀한(?) 소식을 접하고 두근거리는 마음을 움켜쥐고 관람하러 갔다. 그때는 전두환 군사정권의 서슬 퍼런 시기였기에 그런 영상을 본다는 것은 ‘불법 상영물 관람’으로 구속까지 각오해야 했다. 경찰이 언제 들이닥칠지 모르는 긴장감 속에 숨죽이며 본 영상은 내가 들어 알고 있던 것과 너무나 달랐다. 그만큼 충격도 컸다.

이로부터 35년이 지난 2021년 지금, 군부 쿠데타에 맞선 미얀마 시민들의 시민 불복종 운동을 영상으로 보면서 나도 모르게 주르륵 눈물을 쏟고 있다. 그 시절에 본 1980년 광주항쟁의 영상과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현지 시민들의 말에 따르면 지금 미얀마 상황은 무장한 군인들이 일반 시위대는 물론이고 임산부나 어린이, 의료진까지 가리지 않고 무차별로 총격을 퍼붓고 있다고 한다. 쿠데타가 2월 1일에 발발했는데 3월 16일까지 공식적으로 확인된 사망자가 183명. 이것도 상당한 숫자이다. 그런데 실제 사망자 수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것은 병원에서 사망한 사람들만 집계한 숫자이기 때문이다. 군인들이 시신을 은폐하는 사례도 적지 않아서 실제 사망자는 더 많을 거란 얘기다.

5·18 민주화운동 당시 모습(사진 출처=5·18기념재단)
5·18 민주화운동 당시 모습(사진 출처=5·18기념재단)

미얀마의 상황을 보면서, 어려운 과정을 거쳐 민주주의를 누리고 있는 우리가 어떤 행동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한 주간지에서 세 가지 방법을 제시한 게 눈에 띄었다. 더 많은 이들의 공감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간단히 소개하려 한다.

첫 번째는 ‘시민연대기금’이다.

현재 미얀마 시민들이 시민 불복종 운동이란 방식으로 군부에 저항하고 있는데, 관공서나 병원, 은행, 철도 같은 곳에서의 파업으로, 군부의 국정 운영을 마비시키려는 게 목적이다. 1만여 명이 참여하고 있고, 게다가 일반 회사원과 공장 노동자들도 상당수 동참하고 있다고 한다. 파업은 군부에 대적하는 상당히 효과적인 투쟁방식이지만 문제는 월급을 받지 못하는 데 있다. 실제로 여러 시위 참여자들이 생활고를 겪고 있다고 한다. 시민들이 오래 버텨야만 효과를 보는 투쟁방식이니 생계유지 정도는 가능해야 한다. 이에 미얀마민주주의네트워크,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참여연대 등에서 ‘시민연대기금’을 모금하고 있다.

두 번째 방법은 ‘온라인 연대 활동’이다.

미얀마 시민들과 한국 시민들이 온라인으로 꽤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고 한다. 이를 짐작할 수 있는 상징적 사례가 하나 있다. 부산의 한 커피숍에서 “미얀마 민주화를 응원합니다.”라고 쓴 컵홀더를 제작했고 이 사진을 미얀마인 이빤세로 씨가 페이스북에 공유하자 12만 명이 넘게 공감했다. 이빤세로 씨는 이런 메시지를 덧붙였다. “이 혁명 와중에 한국이 너무 고맙다.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한 경험이 있어 우리를 정신적으로 지지해주는 나라다. 미얀마 소식을 지켜보며 세계로 알리고 있다.” 실제로 미얀마인들은 우리가 미얀마 시위대를 지지하는 걸 잘 알고 있고, 그래서 큰 힘을 얻는다고 한다. 마치 우리가 80년대에 어렵게 민주화운동을 할 때, 외국의 시민사회와 언론들의 응원과 관심이 있어 버틸 수 있었던 것처럼.

미얀마를 도울 세 번째 방법은 미얀마 군부에 협력하는 국내 회사들을 압박하는 일이다.

2019년에 발표된 UN진상조사위원회 보고서를 보면 미얀마 군부와 계약한 주요 14개 기업 중에서 한국기업이 6개나 포함돼 있다. 그중에는 포스코, 롯데호텔, 태평양물산 등 알만한 회사들도 있다. 시민단체들은 정부가 이런 기업들을 조사하고 군부와 거래하지 못하도록 제재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고, 미얀마 현지에서 시위를 이끄는 쪽에서도 이런 요구를 해오고 있단다.

이렇듯 미얀마 시민들은 과거에 우리가 비슷한 경험을 했던 사실을 다 알고 있다. 또 우리가 그들의 행동을 응원하고 있음도 잘 아는 모양이다. 그러기에 더, 그들이 힘과 용기를 잃지 않도록 우리의 관심과 실질적 지원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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