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한의 영화이야기] 노매드랜드

'노매드랜드' 영화 포스터
'노매드랜드' 영화 포스터

[뉴스사천=배선한 시민기자] ‘길 위의 삶’이라는 표현은 상반된 두 가지 감정을 보여준다. 자유롭거나 처절하거나.

<노매드랜드>는 이 양가감정을 자유롭게 드나들며 다양한 삶의 모습을 묘파해낸다. 다른 삶을 바라보는 감독의 시선은 편견 없이 자유롭고, 설득하려 하지 않지만 저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좋은 영화는 늘 그렇지만 무미건조한 삶에 파문을 일으키는 법이다.

살고 있던(집이 있던) 도시 전체가 몰락하고 남편도 잃은 펀(프랜시스 맥도맨드)에게 남은 것은 지친 육신과 그럼에도 지속해야 할 삶과 작은 밴 하나다. 거대한 자본주의 사회의 부품으로 살다가 쫓기듯 집을 떠난 펀을 기다리는 것은 길 위의 낯선 세상이다. 그러나 두려움도 잠시 저마다의 사연을 지닌 노매드들을 만나면서 펀은 새로운 안식을 느낀다. 길은 낯설지만 낯설지 않은 곳에서 느끼던 공허함과 불안을 달래주고 역설적으로 희망의 모습까지 보여준다. 

<노매드랜드>의 공간은 황량하고 비어 있다. 이 공허한 공간을 채우는 것은 길 위의 삶을 지속하는 사람들이다. 머무를 수 없거나 안주하지 않으며 삶을 이어가는 그들은 만나고 헤어지며 서로의 삶을 위무한다. 황량한 공간을 배경으로 그들이 채우는 온기는 관람객에게는 저마다의 삶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며 영화가 건네는 위로에 마음이 뭉클해진다. 떠도는 삶을 산다고 해서 그것이 반드시 유랑이 아니며, 유랑이라 할지라도 그게 꼭 슬프거나 괴롭지는 않은 일이라는 것을 영화는 이야기한다. 안락하다고 느꼈던 집은 모든 것이 다 떠난 후엔 슬픔을 각인하는 황량한 공간일 뿐이다. 이런 역설적인 상황은 안전한 집이든 길 위의 삶이든 평화로움의 근원이 바로 사람임을 말한다. <노매드랜드>는 시종일관 따뜻한 시선으로 감정을 켜켜이 쌓아가며 주제를 강화하고 있다.

길 위로 나섰을 때 비로소 진정한 자신의 모습이 보인다. 그리고 다른 이들의 모습도 편견 없이 보인다. 길 위에서 떠도는 것이 아니라 공허한 영혼을 채우는 과정은 순례자의 모습과 닮았다.

※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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