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선한의 영화이야기] 서복

'서복' 영화 포스터
'서복' 영화 포스터

[뉴스사천=배선한 시민기자] 꽤 오랜 시간 개봉을 미루다 드디어 베일을 벗은 <서복>은 애매하다. 긴 기다린의 보람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한 가지 정도는 ‘이 영화 보길 잘했네’ 싶은 구석이 있어야 했다. 그러나 <서복>은 이도 저도 아닌 채 길을 잃고 헤맨다. 장르, 스토리, 캐릭터 등등 그 어느 것 하나도 매끈하게 풀리지 않는다.

먼저 기본이라고 할 장르의 문제다. 복제인간을 소재로 하는 <서복>이 내세운 장르는 ‘드라마’다. 물론 복제인간이 주인공이라고 해서 반드시 <아일랜드> 같은 액션/블록버스터/SF여야 할 이유는 없다. 오히려 드라마 속에 SF적인 장치가 어우러지면 꽤 괜찮은 플롯이나 미장센을 볼 수도 있다. 그러나 두 시간에 가까운 114분이라는 러닝타임 내내 관객이 목도하게 되는 것은 드라마도 SF도 액션도 아닌 여기저기 조금씩 건드리다 만 오합지졸이다.

연출자인 이용주 감독의 전작 <건축학 개론>이 가졌던 드라마적 장점은 어딘가로 실종되었고, 드라마 강화를 위해 기능해야 할 소재나 대사는 진부하고 지루하기만 하다. 캐릭터가 따로 노는 와중에 이야기는 산으로 간다. 결과적으로 관객의 몰입도는 기시감과 피로감 속에 영화가 후반부로 갈수록 떨어진다. 특히 영화적 장치가 아닌 ‘무수한 대사’로 전달되는 메시지는 주제의 선명도를 현저히 떨어뜨린다. 오뉴월 꽃노래도 자주 들으면 지겹다고 하지 않는가.

삶과 죽음, 인간과 복제인간이라는 선명하게 대비되는 소재는 진부한듯하지만 다루는 방식에 따라 역설적으로 다시 새로울 수 있는 이야깃거리다. 그러나 <서복>의 세계는 진부하고 지루하다. 장르적 욕심을 버리고 차라리 철학적 질문에 집중했다면 더 좋은 결과물이 나오지 않았을까. 공유와 박보검이라는 스타를 등판시키고도 잔상은커녕 아쉬움만 오래 남는다.

※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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